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4월이 왔다. 내가 사는 곳의 4월은 짙은 안개와 함께 한다. 안개가 걷히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잠깐 새벽에 잠에서 깼을 때 밖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막막한 기분이 들 정도였다. 기다리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기다림에 지쳐 그것을 잊어버리기를 기다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다.

눈 내리던 봄은 꽃 피는 봄을 택한 것 같다. 친구가 이런 사진을 보냈다. 친구도 지인에게 받은 사진이라고 했다. 그곳에 봄이 있었고 자목련이 있었다. 나는 그 봄이 부러웠다. 그 봄을 갖고 싶었다. 그 봄이 있는 곳에 찾아가고 싶었다. 자목련은 난데, 나는 아직 피지 못했다.





피지 못했지만 뜨겁게 황홀한 글을 읽어야지. 크리스티앙 보뱅의 『빈 자리』를 구매하면서 책장에서 『환희의 인간』를 찾아보았다. 아무리 찾아도 없어서 구매했는데 개정판이다. 다시 읽어도 보뱅의 글은 좋고 좋으니까.






사진첩에는 구판의 책 사진이 있는데 책은 없다. 그러가 불현듯 떠오른 기억. 나를 만나러 집으로 왔던 선배 언니에게 선물로 주었다. 그때 나는 크리스티앙 보뱅에게 반해있었고 그 아름다운 문장을 언니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책은 이렇게 다른 곳으로 가고 내개는 새로운 책이 왔다. 책의 여행이라고 할까. 책의 출발지는 같지만 도착지는 모르는 여행이다. 모든 글이 시 같은 보뱅의 글과 시인의 에세이 『이월되지 않는 엄마』는 나의 읽기의 목적지가 되었다. 빨리 도착해도 좋을 것 같고 천천히 느리게 도착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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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5-04-0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뱅의 글은 다시 읽어도 좋습니다. 완전 소중한 사람 보뱅 ㅋ 제 주위에는 보뱅 좋아하는 사람이 1도 없습니다 ㅜㅜ 삭막한 세상입니다 ㅜㅜ

자목련 2025-04-04 09:14   좋아요 1 | URL
보뱅을 전파하는 일, 새파랑 님의 특별 임무네요!

책읽는나무 2025-04-01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소식을 기다리시고 계신지는 모르겠으나, 곧 그 소식이 들려왔음 싶네요.
4월이 가기 전엔 꼭 들으시길^^
자목련 지나가다 저희 동네 어느 곳에서 언뜻 보았던 것도 같아요. 아직 필 때가 아닐텐데, 아닌가? 지금 필 때인가?… 지금 피는 순간이었나 봅니다.
요즘 넘 추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라구요.
자목련 님의 계절과 시간을 맞이한만큼 모쪼록 많이 즐기시길 바랍니다.^^
보뱅의 바뀐 표지도 수수하니 이쁩니다.

자목련 2025-04-04 09:17   좋아요 1 | URL
오늘 모두가 기다린 소식을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해요!
정말 봄이 오나 싶을 정도로 추웠어요. 이제 막 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아요.
나무 님 계신 곳에는 조금 빨리 꽃을 만나실 것 같고요^^
건강하고 환한 4월 이어가시길 바라요!

숲노래 2025-04-01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가는 하루란, 늘 지켜보고서 다시 기다리는 오늘이지 싶습니다. 목빠지게 기다리더라도 오히려 안 오는 듯싶고, 문득 잊어버리면서 하루하루 살림을 이으면 어느새 눈앞에 마주한다고 느낍니다. 어느새 겨울이 저물듯, 어느덧 셋쨋달로 넘어오듯, 이윽고 넷쨋달로 접어들듯, 차분히 흐르는 해와 바람을 맞이하면, 모두 풀리면서 바뀌어 갈 테지요.

자목련 2025-04-04 09:1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기다리면 더디 오고 잊고 있어야 빨리 오는 것 같아요.
이 봄이 조금 더디 가면 좋겠습니다. 숲노래 님, 평온한 하루 이어가세요^^

거리의화가 2025-04-01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전에 새로운 소식을 듣기는 했는데 부디 기다리던 결말이기를 바랄 뿐입니다. 물론 그것이 결말이 아니고 이후 새로운 시작이 되겠지만요.
봄은 왔는데 마음이 이래서인지 봄이 여전히 온 것 같지 않은 기분입니다. 자목련 님 글과 사진을 보면서 잠시 힐링하며 봄의 기운을 얻었어요. 감사합니다. 보뱅 책 반갑게 만나시기를요!

자목련 2025-04-04 09:22   좋아요 1 | URL
곧 그 시작의 소식이 들리겠지요. 정말 올봄은 유난히 춥고 심란한 것 같아요.
보뱅의 책은 사랑입니다. 즐겁고 좋은 주말 맞으시길 바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