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책을 읽으려고 했다. 아예 읽지 않은 건 아니지만 정독을 하거나 집중을 해서 읽지는 못했다. 역시 연휴에는 뒹굴뒹굴이 최고다. 2월이 되었다고 말하기에는 벌써 절반이다. 올해 2월은 29일까지 있으니 하루를 번 셈인가. 아무튼 명절도 지나고 연휴도 지나고 봄이 오고 있다는 걸 느끼는 2월이다.


2월의 책은 단출하다. 단출하다고 해서 2월에 다 읽을 수 있을지 장담을 하지 않겠다. 아무튼 2월에는 이런 책을 샀다.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50, 이장욱의 『뜨거운 유월의 바다와 중독자들』 현대문학 핀 시리즈가 벌써 50번째다. 꼬박꼬박 챙겨 읽는 건 아니고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일까 눈여겨보는 시리즈다. 이장욱의 소설은 갑자기 읽고 싶어져서 구매했다. 그러니까 이장욱의 소설은 오랜만이다.


나머지 두 권은 계속 리스트에 읽던 책이다. 록산 게이의 『헝거(Hunger)』와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중고로 샀다. 중고 알림 받기를 신청했지만 매번 구매에 실패했거나 미루는 경우가 많았다. 델리아 오언스의 소설은 영화로 먼저 만났다. 아름다운 영화였다. 일부 장면은 기억에 담아 두었다. 소설로 읽고 싶었고 소설을 다 읽으면 영화를 한 번 더 보고 싶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지금 읽고 있는데 어쩌면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을까 감탄하는 중이다. 작가가 생태학자라 그런 걸까. 지나친 비유가 아닌 꼭 맞는 적절한 비유와 묘사, 주인공 카야의 심리를 솔직하면서도 풍부하게 그려냈다. 습지에 흐르는 빛과 바다, 그 안에서 서식하는 모든 생물의 호흡과 성장이 눈부시다.


여기에는 윤리적 심판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악의 희롱이 끼어들 자리가 없다. 다른 참가자는 목숨을 희생시켜 그 대가로 힘차게 지속되는 생명이 있을 뿐이다. 생물학에서 옳고 그름이란, 같은 색채를 다른 불빛에 비추어보는 일이다. (『가재가 노래하는 곳』 중에서)


영화를 보았기에 사건의 전개나 결말에 대한 기대를 갖기는 어렵지만 영상이 아닌 소설을 통해서 전해지는 느낌이 있다. 소설의 감각이라고 하면 맞을까. 영화의 장면을 떠올리며 문장을 읽는다. 나중에 영화를 보면서 그 문장을 떠올릴 수 있으면 좋겠다.


싹을 틔우거나 준비하는 2월, 시골에서 2월은 아직 여유가 있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고 할까. 어쩌면 숨 고르기 중인지도 모른다. 2월은 그런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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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 2024-02-14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영화보다 소설이 훠얼씬 좋았어요 저는 소설 먼저 읽고 영화 봤는데 영화가 많이 실망스러웠어요...😂

자목련 2024-02-15 11:55   좋아요 0 | URL
그러니 영화를 먼저 본 저는 이 소설이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stella.K 2024-02-14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설 연휴 마지막은 저도 암것도 안하게 되더군요. 뭐 평소 때랑 다름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ᆢㅋ 이왕 아무 것도 못할 거 영화나 보자했죠.
가재가...는 좋다는 사람 참 많았는데 여기서 보니 정말 읽고 싶네요.

자목련 2024-02-15 11:54   좋아요 0 | URL
<가재가 노래하는 곳> 좋았습니다. 기회 되시면 읽어보세요.
남은 2월 활기차게 보내시고요^^

coolcat329 2024-02-15 0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으로 서정적인 작품이죠. 작가가 생태학자 출신이라 자연에 대한 묘사도 아름답구요. 저는 영화는 안봤는데 책이 더 좋을 거 같긴 해요.

자목련 2024-02-15 11:53   좋아요 1 | URL
소설을 읽어보니 영화를 먼저 본 게 다행이구나 싶기도 해요. 좋은 소설이었어요^^

은오 2024-02-15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잉? 헝거 저도 이번달에 읽었는데 자목련님 페이퍼에서 또 보게 될 줄이야! 역시 자목련님이랑 저는 통하는 사이~! 💕 2월 3일에 읽었네요. 저도 전부터 담아놨다가 절판된 바람에 중고로....🤣🤣
저도 어쩐지 연휴가 지나니까 더 잘 읽히는 느낌이에요. ㅋㅋㅋ 연휴는 싱숭생숭....

자목련 2024-02-16 08:50   좋아요 1 | URL
은오 님 헝거 읽으셨군요. 그것도 최근에. 근데 왜 백자평, 리뷰, 페이퍼 없죠?
뭐가 그리 바쁜가요? 잠자냥 님 흠모하느라 바쁜가요? 글도 써주면 안 되나요?

은오 2024-02-16 21:11   좋아요 0 | URL
계속 글 안쓰는 은바오에게 점점 단호해지시는 자목련님ㅠㅋㅋㅋㅋㅋㅋㅋㅋ제가 요즘 읽느라 바빠서 쓰는 게 귀찮아졌습니다.. 다 읽고서 빨리 또 다음 책 읽고 싶은 다급한 마음......인데 이제 정말 써야 할 시기인가봐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