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이라서 그런가, 1월보다는 한결 포근한 느낌이다. 아무래도 날씨가 풀려서 그런 것 같다. 곧 입춘이고 설날이다. 2월은 왠지 빨리 흐를 것 같다. 똑같은 시간이 갑자기 빠르게 느껴지는 건 나이가 들어서다. 지겨울 정도로 시간이 가지 않았던 날들이 있었던 날도 있었으니까. 빠르게 달리는 시간과 반대로 나의 1월은 게으름이 차오르는 날들이다. 차오르는 게으름을 잠재우는 2월이면 좋겠다.


유디트 헤르만의 단편집 『레티파크』를 읽었다. 그러니까 결국 이 책을 샀다. 나에게는 그녀의 단편집이 두 권 더 있다. 아직 읽지 않았다. 그 사실이 참 기쁘다. 내게 읽어야 할 그녀의 책이 있다는 게, 그녀의 소설을 읽을 수 있어서 말이다. 물론 내가 읽은 이 소설집에서 느낀 것과는 다른 것을 읽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나는 유디트 헤르만의 글에 매력을 느꼈고 그가 던지는 그 말투, 그가 바라보는 시선, 그러니까 특정한 인물이 아닌 어떤 풍경이나 먼 곳을 바라보는 게 좋다. 그뿐이다.


『알리스』, 『여름 별장, 그 후』는 어떤 계기로 구매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누군가 먼저 읽은 이의 글을 읽고 구매했거나 추천하는 글을 보고 구매했을 가능성이 크다. 놀라운 건 내가 정리하지 않고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최근에 나는 책을 소장하는 마음이 아닌 버리려 노력 중이기 때문이다.







마음이란 게 그때그때 달라서 어떤 날은 다 버리고 싶고 어떤 날은 버린 날을 후회한다. 그러니 어떤 책의 운명은 갈팡질팡한 나의 마음 때문에 그 존재 가치를 알리기도 전에 사라지기도 하고 어떤 책은 알 수 없는 끌림이 계속 내 곁에 남는다.





순간의 감정, 나를 붙잡는 한 문장, 기어이 상상하게 만드는 풍경과 인물, 그런 것들이 내게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또 누가 알겠는가. 어느 날엔 그 문장이 그저 그렇고 시시하다고 느낄지. 아무튼 나는 지금 유디트 헤르만의 소설을 계속 생각하고 있다.

공교롭게 앤드루 포터의 소설과 유디트 헤르만의 최근 소설은 읽었지만 이전의 단편은 읽지 않았다. 또한 두 작가의 이번 소설은 모두 40대 이후의 삶을 그렸다. 그러니까 젊음의 감각이나 소비, 열정 같은 것을 지나온 이야기, 사라진 것들과 잊힌 것들, 상실과 죽음 같은 것들에 대한 글이다.

나 역시 그만큼의 시간을 지나왔기에 두 작가의 소설에 깊이 빠져든다. 소설의 인물의 상황과 감정을 헤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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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4-02-01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날엔 2월도 겨울이었는데 지금은 초봄입니다. 모르긴해도 다음 주면 또 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그래도 올 2월은 하루가 더 있어서 조금 길다고 느껴질 것 같습니다.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무려 24 시간입니다. ㅋㅋ

자목련 2024-02-02 12:53   좋아요 0 | URL
맞아요, 2월은 완전 겨울이었는데.
오늘은 정말 따뜻해서 봄 같아요. 2024년의 2월은 조금 더 특별하겠어요. 29일이 있어서^^

꼬마요정 2024-02-01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단지 유령일 뿐>을 가지고 있어요. 아직 읽지는 않았는데 자목련 님 글보니 확 땡깁니다. ㅎㅎ 저도 점점 책을 쌓아두는 게 버거워져서 비우려고 하는데 쉽지 않아요ㅠㅠ 일단 읽어야 정리가 될텐데...ㅠㅠ 많이도 사 모았더라구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행복한 2월 함께 보내요^^ 제발 극한 한파는 안 오면 좋겠어요. 추운 거 너무 힘들어요ㅠㅠ (부산 사는 주제에... 라고 생각합니다만 ㅋㅋ)

자목련 2024-02-02 12:54   좋아요 1 | URL
<단지 유령일 뿐>, 저는 없어요. 나머지 두 권을 어서 읽어야~~
부산 사시니 한파가 더 강하게 느껴질 것 같아요. 따뜻한 오후 보내세요!

은오 2024-02-01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저 앤드루포터 읽고있는데 왤케좋아요?ㅠ미쳤어요ㅠ

자목련 2024-02-02 12:54   좋아요 1 | URL
진짜 진짜 진짜 좋죠?

독서괭 2024-02-03 12:57   좋아요 1 | URL
저도요. “라인벡” 읽고 크아~~ 했어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