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무용함을 말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문학이 아니더라도 봐야 할 것이 많고 도움을 얻을 수 있는 유용한 것들이 많다고 여겨서다. 그럼에도 문학은 우리의 가난한 영혼을 살찌우는 가장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생각한다. 시간을 내어 소설을 읽는 일, 그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시대를 읽는 일이며 나와 다른 삶을 이해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벨문학상 필독서 30』 란 제목을 보고 한 편으로는 안타깝고 한 편으로는 고마웠다. 문학 읽기, 특히나 무슨 수상작이라고 하면 어렵게 여기는 이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를 만났으니까. 


우선, 알아야 할 게 있다. 해마다 10월이면 전 세계의 관심이 모이는 노벨문학상은 작품이 아닌 작가에게 수여한다는 것이다. 생존 작가여야 한다. 작품성과 시대 상황, 작가의 환경 등 선정 기준은 하나가 아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작품이 아니라 작가의 글이 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게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이 선정하는 것이라 완벽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을 읽는 일은 세계적 흐름을 읽는 일과도 같다. 1901년부터 2022년까지 119명의 작가가 수상했다. 수상 작가의 작품을 모두 읽을 수 없기에 우리는 먼저 읽은 이들의 추천을 도움을 받는다.


조연호의 『노벨문학상 필독서 30』 은 노벨문학상 작품 읽기에 왠지 모를 두려움과 어려움이 있지만 도전해 보고 싶은 이들에게 아주 좋은 추천서라 할 수 있다. 저자가 선택한 30권에는 세계문학전집이나 고전 목록에서 볼 수 있는 1900년대 작품부터 최근 2022년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까지 다양하다. 시대별로 수상 작가를 분류해 관심 있는 시대를 먼저 읽어도 무방하다. 아니, 끌리는 작가부터 읽어도 크게 무리가 없다.


개인적으로 내가 아는 책과 읽은 책의 목록을 먼저 살펴보았다. 너무 좋았던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올가 토카르추크의 『방랑자들』, 앨리스 먼로의 『디어 라이프』가 반가웠고 고전 필독서로 많은 이들이 읽었을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을 읽은 묘한 안도감이 들었다. 그에 반해 동화로만 알고 있었던 『닐스의 이상한 모험』이나 『파랑새』가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작품이라는 건 처음 알았다. 나만 몰랐던 걸까? 


겹치는 책의 경우 내가 발견하지 못했던 부분을 언급하거나 시대가 변함에 따라 노벨문학상의 수상 작가 선정 스펙트럼이 다양해지고 넓어지는 걸 볼 수 있다. 선정에 있어 시대를 반영하려고 노력한다는 게 느껴졌다. 작가가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생애를 알 수 있어 좋았다. 작품에는 전반적으로 작가의 경험이나 이상 신념 같은 게 자연스럽게 녹아들기 마련이니까.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를 읽을 당시 자전적 소설이라는 걸 인식하지 못했다. 카뮈의 아버지는 그가 태어난 지 1년 만에 전쟁에서 전사했고 문맹이며 청각장애가 있던 어머니와 살았다면 카뮈의 생 자체가 이방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적으로 그의 어머니조차 세상에서 이방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장애인이었고, 가난했으며, 이민자였다. 마찬가지로 세상의 이방인으로 살아온 카뮈는 결국 작품 속 주인공 뫼르소를 통해서 이방인의 된 자신의 삶을 고발하고 싶었던 것이다. (69쪽)


작가 이름도 낯서니 당연 작품도 그러했지만 끌리는 작품은 아프리카인 최초 수상인 월레 소잉카의 『해설자들』로 독립된 조국에 대한 해설로 작가는 고국 나이지리아의 치부를 그대로 녹여냈고 엘리트들의 민낯을 비판한 내용이다. 아프리카 출신 작가의 작품은 과거 우리 역사와 닮은 부분이 많아 공감하며 저자의 이런 글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에는 어떤 해설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수많은 채널이 있어도 단 두 가지로 압축되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 이 작품이 주는 의미는 바로 진정한 다양한 채널, 여러 가지 목소리의 필요성을 제시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닐까? (115쪽)


우리 사회에 필요한 여러 가지 목소리는 연대와 공감으로 이어져야 할 것이다.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있는 시대를 살고 있어 그런지 인상적인 작품은 아직 읽지 못한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였다. 작가의 『다섯 번째 아이』를 읽으면서도 아프고 안타까웠던 기억이 떠올랐다. 가족에게 벗어나 오직 자신 자신으로 존재하기를 원했던 주인공이 찾은 호텔 19호실. 외도로 의심하는 남편에게 거짓으로 외도를 인정하는 아내는 그곳에서 자신의 생을 마감하려 한다. 울프가 주장한 자기만의 방은 레싱의 19호실에서 그 목소리를 확장한다.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노벨문학상 필독서 30』를 읽다 보면 함께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는 일의 중요성을 확인하게 된다. 그러한 일이 청소년들에게 가장 필요하다는 사실도 말이다. 이름뿐인 독서모임과 모둠이 아니라 진짜 생각을 말하고 다름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을 키우는 일, 문학의 역할이자 위치가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어른에게도 좋지만 청소년과 학생에게 더욱 좋다. 이 책의 책을 시작으로 나만의 작가를 발견하고 나만의 필독서 목록을 기록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성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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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3-03-01 10: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살아 있는 이에게만 수상
한다는 게 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충
분히 노벨문학상 받을 자격
이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만.

읽은 책보다 안 읽은 노벨문
학상 작가의 책이 더 많다는
건 안 비밀입니다.

자목련 2023-03-02 08:40   좋아요 1 | URL
독자와 선정위원회의 기준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읽지도 않으면서 자꾸 사들이는 책, 노벨문학상 작가의 소설이 아닐까 싶고요. ㅎㅎ

레삭매냐 2023-03-02 09:14   좋아요 0 | URL
저 말씀하시는 줄 알고
깜놀했답니다.

읽지도 않으면서 사들이는...

앨리스 먼로 책, 수상발표하던
날 뛰쳐 나가서 샀지만 여적도
안 읽고 있더라는.

페넬로페 2023-03-01 2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좋으네요.
저는 작년에 압둘라자크 구르나 작가의 작품을 내리 4권 다 읽었는데 모두 좋았습니다^^

자목련 2023-03-02 08:41   좋아요 1 | URL
이런 책을 시작으로 다양한 작가의 소설을 읽은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알려지지 않은 작품도 찾아보게 되고요^^

은오 2023-03-01 23:0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숨그네가 눈에 들어오네요! 저는 조금 지루해서 읽다 말았던 기억이 ㅋㅋㅋㅋ 이방인은 좋았고요. 소설을 많이 안읽다보니 심지어 저는 데미안도 안읽었는데.... 아니 에르노는 단순한 열정 하나 읽었네요 ㅎㅎ 근데 저 요즘 소설 좀 좋아져서 계속 읽다보면 언젠가는....!!

자목련 2023-03-02 08:42   좋아요 0 | URL
책과의 만남도 어떤 시기가 있는 것 같아요. 청소년 추천 도서로 데미안은 아닌 것 같고요. ㅎ
은오 님이 만날 소설 기대할게요. 3월이니 바쁜 일상이겠지 싶네요^^

그레이스 2023-03-02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사면 줄줄이 사탕 될것 같네요^^

자목련 2023-03-03 09:3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장바구니는 이미 가득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