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되었다. 겨우 선풍기 하나만 정리했고 붙박이장에 넣어두려던 제습기는 어제 다시 사용했다. 태풍 11호 ‘힌남노’의 힘이 세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고 바람이 무서웠다. 창문을 닫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벽에 깨고 말았다. 스마트폰으로 태풍의 경로와 내가 사는 지방의 날씨를 확인했다. 다시 잠들기까지 제법 긴 시간이 걸렸다. 아무리 고요한 마음을 지키려고 해도 마음이 요란하게 요동친다. 


8월의 마음이 여전히 나를 따라다니고 그 마음과 나는 좀처럼 분리가 되지 않는다. 9월이니 9월의 마음이 필요한데 도통 새로운 마음이 자라지 않는다. 달마다 새로운 마음이 자라고 키울 수 있으며 좋겠다는 생각이다. 매달 지정된 마음이 내게 도착해도 좋을 지경이다. 아마도 이런 마음은 가까이 지내며 사랑하는 나의 소중한 친구에게도 필요할지도 모른다. 


어제 오후 친구와 통화를 하면서 우리에게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친구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 어려운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게 안타까웠다. 다만 경우의 수를 생각하고 그에 따른 대처법을 생각할 뿐이다.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알지만 막연하게 아는 것과 체감하는 건 차이가 크다. 내게 맑고 잔잔한 9월의 마음이 필요하듯 친구에게도 평온하고 보드라운 9월의 마음이 필요하다. 


9월은 어떤 마음을 지키고 간직하기 위해 저마다 애쓰는 시간이 될 것이다. 그런 마음을 위해 내게 9월의 소설도 필요하다. 소설이 불러올 다른 마음이 나의 9월의 마음을 다스려줄 수도 있다고 믿으니까. 때로는 한 권의 소설 속 하나의 문장이 그런 힘을 불러온다. 





9월의 소설은 공교롭게도 작가의 이름부터 기쁨과 기대를 안겨준다. 장편소설 『자두』로 만나 이주혜의 단편집 『그 고양이의 이름은 길다』, 단편집 『어젯밤』을 읽고 반해버린 제임스 설터의 장편 『고독한 얼굴』, 문장 하나하나 너무 아름다워 읽는 게 아까울 정도인 크리스티앙 보뱅의 소설 『가벼운 마음』, 보뱅의 소설은 처음이라 설렘이 크다.












‘힌남노’가 지나간 하늘은 더없이 맑고 선명하다. 어제는 볼 수 없었던 하늘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며 냉큼 잡고 싶은 구름이다. 9월에 냉큼 잡고 싶은 마음도 이런 걸까. 8월에는 숨어 있어 찾을 수 없고 발견할 수 없었던 맑고 선명한 마음 말이다. 9월에 지니고 싶은 마음, 전부는 아니더라도 맑고 선명한 마음을 가끔씩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 나뿐 아니라 친구에게도.










댓글(9) 먼댓글(0) 좋아요(4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blanca 2022-09-0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저 세 권 중에 어떤 책이 자목력님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기대됩니다. 저는 소설 읽기 소강 상태라 그만큼 스마트폰을 보게 되네요. 다음 페이퍼 기다렸다 자목력님 추천하시는 책을 읽어볼까요...

자목련 2022-09-07 15:53   좋아요 0 | URL
설터의 장편도 기대가 되고 이주혜의 단편도 충분히 좋을 것 같아요. 블랑카 님의 댓글로 즐겁게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겼으니 열심히 읽어야 겠습니다^^

레삭매냐 2022-09-06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벼운 마음, 급 땡기네요.

보뱅의 다른 책들도 검색해봤습니다.
신간이 도서관이 비치되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자목련 2022-09-07 15:51   좋아요 1 | URL
보뱅의 에세이는 완전 추천하는데 이 소설은 아직 읽기 전이라 모르겠어요.
소설도 좋을까 궁금해서 구매했는데 읽기는 아직이라서요. ㅎ

레삭매냐 2022-09-07 16:05   좋아요 1 | URL
자목련님의 글을 읽고 나서 어제
도서관에 가서 구판 <인간, 즐거움>
을 빌려서 읽기 시작했답니다.

<가벼운 마음> 오늘 교보에 가서
샀습니다. 추석 때 읽을라구요.

바람돌이 2022-09-0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에게도 친구분에게도 얼른 9월의 마음이 찾아와 평안하시길요.
우리 마음도 쉽게 쉽게 리셋이 되면 좀 편안할텐데 늘 쉽지 않네요.

자목련 2022-09-07 15:50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 님 댓글에 평온이 전해집니다. 감사해요.
원할 때마다 리셋되는 마음이면 좋을 것 같아요.

희선 2022-09-07 02: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친구분은 자목련 님한테 힘든 일을 말한 것만으로도 좀 나아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희선

자목련 2022-09-07 15:48   좋아요 0 | URL
희선 님 말씀처럼 그랬으면 다행이고요. 맑은 오후 이어가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