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세상을 배우는 좋은 교재다. 특히 문학은 인간을 이해하고 심연에 가닿을 수록도 안내하는 길잡이가 된다. 나와는 다른 삶, 삶의 다양성과 인간 본연에 대해 알아간다. 어떤 책을 읽느냐는 매우 사적이고 내밀한 것으로 우스갯소리로 정치적 성향만큼이나 예민하다. 그렇기에 한 권의 책을 함께 읽고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북클럽은 의미 있는 활동이다. 같은 책을 읽었지만 내가 보지 못한 것들, 느끼지 못한 것들을 교환할 수 있다. 북클럽의 즐거움이다. 


여기 단 두 명의 구성원으로 2007년 4월부터 2011년 2월까지 운영된 북클럽이 있다. 2002년 『파이 이야기』로 맨 부커상을 수상한 얀 마텔은 당시 캐나다 수상 스티븐 하퍼에게 북클럽을 제안한다. 일방적인 제안이다. 격주로 수상에게 책을 보내며 책을 보낸 이유와 책에 대한 내용과 느낌을 편지로 보낸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든 수상의 답장은 받지 못한다. 형식적인 내용의 보좌관의 편지만 7통 받을 뿐이다.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는 작가가 추천한 101권의 책을 만나는 즐거움과 동시에 문학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과 의미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우선 101권의 리스트를 살펴보았다. 레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시작으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까지 그가 추천한 순서대로 읽는 게 가장 좋을 수도 있겠지만 끌리는 책부터 먼저 읽어도 나쁘지 않다. 소설, 시, 희곡, 동화, 종교서, 그래픽 노블, 오디오북 등 다양하다. 독서 에세이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책이다. 아무렴, 한 나라의 수상에게 추천하는 책인데 그럴 리가. 


저마다 다른 이유로 책을 읽겠지만 일반 독자에게 유명 작가나 한 나라의 대통령이 읽은 책은 한 번쯤 궁금하기 마련이다. 여름휴가에 대통령이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서점가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는 일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만큼 한 권의 책이 주는 영향력은 크다. 점점 영상에 밀려서 책 읽기의 본질이 훼손되는 요즘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에서 얀 마텔이 전하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수상 한 사람을 위한 책 목록이지만 그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책에 대한 얀 마텔의 생각, 문학이 우리에게 왜 필요한지 피력하는 부분이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처럼 말이다. 내용이 잘 알려진 책에 대해서 어떤 편견이나 목적을 지니고 읽는 게 아니라 그저 읽는 즐거움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어떤 책이든 하나의 주제로 축약할 수는 없습니다. 책의 위대함은 읽는 행위 자체에 있는 것이지, 그 책이 어떤 문제를 다루려고 하느냐에 있는 게 아니니까요.(Book 2 『동물농장』 조지오 웰, 47쪽)


한 권의 책에 대해 말해야 할 것들은 다양하니까. 작가가 자란 환경이나 이력, 그의 주변에서 일어난 일들이 그의 글쓰기에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다. 그래서 하나의 주제를 다뤘지만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할 수 있고 그래야 마땅하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만화책 아트 슈피겔만의 『쥐』에 대한 그의 생각은 아주 중요하다. 역사는 지루하고 어려운 분야라는 현 세대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역할을 책이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과거 민주 항쟁을 다룬 책 가운데 최규석의 『100℃』이 떠오르는 이유다. 


어떤 이야기는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세대들을 위한 새로운 글쓰기 방식으로 접근하는 이야기들이 존재할 수 있으니까요. (Book 12 『쥐』아트 슈피겔만, 104쪽)


특히 좋았던 부분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에 대한 언급이라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버지니아 울프의 『등대로』를 소개하면서 그가 울프를 정의한 부분은 울프를 처음 만나는 독자나 그를 알아가는 과정에 있는 독자에게 그의 소설을 읽은 방법을 해설자가 된 것처럼 소개한다. 같은 맥락으로 앨리스 먼로의 소설에 대한 부분도 그러하다. 소설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건 재미도 있지만 그 안의 인물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대한 사유를 발견하는 기쁨이라는 걸 알려준다. 


울프는 정신을 탐구합니다. 즉 의식이 현실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탐구합니다. 그에 대한 울프의 경험은 수상님께도 낯설지 않을 것이며,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처럼 온갖 방해와 싸우려고 의도된 것입니다. 울프의 등장인물들은 생각하지만, 그들의 생각은 원인이 외부에 있는 사건들 ㅡ 다른 인물들이 갑자기 등장하는 경우 ㅡ로 인해서, 혹은 내면적인 이유로 정신을 딴 데 팔게 되면서 끊임없이 중단됩니다. (…) 울프가 『등대로』에서 탐구하는 것은 시간 순서대로 이어지는 사건들이 아니라 그 사건들을 걸러내는 정신입니다. (Book 27 『등대로』 버지니아 울프, 186쪽)


먼로가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먼로는 평범한 것들에서 본연의 생동감을 되살려낼 뿐입니다. 그녀는 삶을 갈가리 찢어놓은 엄청난 격변보다, 우리 삶을 만들어가는 자질구레한 사건들에 대해 주로 이야기합니다. 한마디로, 그녀는 삶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Book 58 『떠남』 앨리스 먼로, 373쪽)


101권 가운데 신간 홍보를 위한 일정으로 바쁜 얀 마텔을 대신해 다른 작가가 추천하는 부분도 흥미롭고 당시 캐나다에서 예술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인 정책에 대해 항의하듯 보이는 추천글에서는 안타까움과 씁쓸함이 전해졌다. 국가에서 문화와 예술이 어떻게 다뤄지고 있는지 조금 짐작할 수 있었다고 할까. 비단 캐나다뿐 아니라 예산 삭감이나 정책의 방향을 생각하면 우리나라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치와 예술을 같은 잣대에 올린 수 없다는 얀 마텔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아울러 예술이란 무엇이며 예술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지 확인할 수 있다. 


수상님도 아시겠지만, 예술과 정치에서 타협의 가치가 같을 수는 없습니다. 타협한 예술가는 실패자로 낙인찍힐 수 있지만, 타협한 정치인은 성공한 정치인으로 평가받습니다. 정치가 타협의 예술이라면, 예술은 타협이 허용되지 않는 정치입니다. 예술은 그런 자유로움에서, 그런 개별성에서 샘솟기 때문입니다. 타협하고 순응하며 쉽게 굴복하는 마음가짐은 창조적인 충동을 억누릅니다. 진정한 예술은 타협하지 않습니다. (Book 93 『시 선집』 예브게니 옙투셴코, 586쪽)


우리가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그중에서도 문학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얀 마텔의 책에서 만날 수 있는 이유를 포함해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렇다고 바쁜 현대인에게 문학 읽기를 강요할 수도 없고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속 책들을 다 읽을 수는 없다. 그래도 저마다의 문학 리스트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 책을 통해 놀라고 놓친 책들이 많아서 속상하다. 진즉에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 좋은 책은 많고, 읽어야 할 책도 많고 읽고 싶은 책은 계속 쌓이고 늘어난다. 희곡이나 시선집에 도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겼고 익숙해서 직접 읽어야 할까 싶었던 책들도 직접 읽어야만 내 것이 된다는 걸 느낀다. 


어떤 책이든 우리에게 다른 삶을 살게 해주며, 다른 이의 지혜와 어리석음을 가르쳐줍니다. 어떤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 우리는 가동되지 않은 지식 ㅡ 가령 총의 이름 ㅡ 을 얻거나 깊은 깨달음을 얻어 더 많은 것을 알게 됩니다. 이처럼 책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삶의 가치를 과소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Book 15 『오렌지만이 과일은 아니다』 지닛 윈터슨, 116쪽)


책을 읽으며 평정한 마음에 빠져들면 외부 세계의 소음과 혼란이 사라지고 차단됩니다. 다시 말하면, 자아와 대화를 시작해서 이런저런 의문을 제기하고 적절한 답을 찾아내고, 객관적인 사실과 주관적인 감정을 차분하게 평가합니다. 따라서 독서는 우리에게 다시 자유롭게 자아에 집중하도록 용기와 기운을 북돋워주고, 마음의 눈을 크게 뜨고 다음에 할 일을 신중하게 생각하도록 도와줍니다.(Book 39 『미스터 핍』 로이드 존스, 262쪽)


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문학을 사랑하는 이에게 『얀 마텔 101통의 문학 편지』는 친절하고 다정한 편지다. 이런저런 변명과 핑계로 문학의 숲 앞만 서성이는 이들에게도 훌륭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아마도 그가 기다리는 답장은 친히 안내한 문학의 숲으로 진입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덕분에 그가 소개한 책 가운데 읽고 싶은 책 목록과 책장에 잠든 책을 깨우는 시간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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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9-08 09: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목련님 당선 축하드려요. 추석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자목련 2022-09-09 10:39   좋아요 1 | URL
♥♥♥~~

그레이스 2022-09-08 10: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려요 ~~

자목련 2022-09-09 10:40   좋아요 1 | URL
♥♥♥^^*

얄라알라 2022-09-08 13: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2관왕!! 더블로 축하드립니다!!

자목련 2022-09-09 10:41   좋아요 1 | URL
더불의 축하,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님, 행복하고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9-08 18: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자목련 2022-09-09 10:41   좋아요 2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