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방차 마르틴 베크 시리즈 5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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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범행은 유독 대범하다. 집 한 채가 하는 폭발음과 함께 순식간에 타올랐다. 그것도 경찰관의 눈앞에서. 경찰관 두 명이 이 집을 교대로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토당토않은 얘기다. 도대체 어떻게 자신의 눈을 피해 쥐도 새도 모르게 집 안으로 잠입해서 이런 일을 벌였을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앞으로 뒤로 시간을 돌려 사건을 면밀히 살펴보지만 물샐틈없는 타임라인만 떠오른다. 그래도 희망적인 면은 그 집을 감시하고 있던 게 거구의 경찰관 군발드 라르손이었다는 점이다. ‘라르손의 대처 덕분에 희생자는 3명으로 줄었다.

 

함마르도 지적했듯 이번만큼 어쩌면, 혹시, 만약에등의 추상적인 표현이 끊임없이 등장하는 사건은 없었다. 그래도 어떻게든 마지막 장에 이르면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던 이전 작들과는 달리, 사라진 소방차는 찝찝함만을 남긴다. 사건이 해결되었다고 말해야 할까, 아니라고 말해야 할까. 나였다면 업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사건에 관한 생각밖에 안 났을 것 같다. 사건이 마무리되던 시점에 콜베리스카케가 겪었던 혼란을 생각하면 사건을 되돌아볼 여유 따윈 없었을 테지만.

 

, 이런 쪽이 좀 더 경찰이 일상적으로 겪는 현실에 가깝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명확한 성과와 그에 따른 보수. 그러니까 현대의 직장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기 부여가 제공되지 않는 삶 말이다. 그보다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쌓여가는 업무와 당신 말고는 일을 해결할 경찰이 없어?’ 라는 가족의 의문이 그들의 삶을 채운다. 물론 마르틴 베크20세기의 경찰이니까 21세기는 조금 다르려나.

 

(도서=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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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는 경관 마르틴 베크 시리즈 4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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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안은…… 도살장 같습니다."

()

"그렇군. 도살장이군. 라르손은 차분했다."

(31쪽)

큰일이 벌어지기 전엔 늘 고요한 법이다. 스톡홀름에서 이례적인 대량살인이 발생하기 전의 살인수사과도 그랬다. ‘마르틴 베크를 비롯한 수사 인원이 험난한 상황을 겪지 않은 적은 없지만, 이번의 경우엔 차원이 달랐다. 범인을 특정할 만한 실마리가 조금도 없었고, 사건의 거대한 잔혹성은 세간의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평화롭던 일상은 총기를 사용한 여덟 건의 살인과 한 건의 살인미수로 처참히 깨졌다. 개중에 한 명은 신원을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뭉개졌으며, 경찰관 한 명도 희생양이 되었다(그간 이 시리즈를 읽으면서 살인수사과에 정이 든 터라 살해당한 경찰관이 밝혀지기까지의 몇 페이지가 평생처럼 느껴질 지경이었다). 온 스톡홀름 시민이 경찰에 기대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는 어김없이 난항을 겪는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피해자들의 주변인을 탐문조사하는 일뿐이다.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물어야 할까. 역시나 모른다거나 겉도는 대답만이 돌아온다. 상황을 타개하고자 각 지역에서 지원인력이 배치된다.


남은 책장은 점점 얇아져가는데 사건은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한다. 다른 시간대 다른 공간의 독자인 나까지도 불안함을 느끼기 시작한다. 이러다 마르틴 베크시리즈를 읽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미제 사건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런 걱정까지 들었다. 하지만 사건은 앞에 살살 뿌려두었던 떡밥을 회수하면서 어찌어찌 마무리를 짓게 된다. ’베크는 지난봄 이래로 일련의 사건을 겪으며 숨겨두었던 웃음을 터뜨린다. 이번 사건이 주었던 압박과 긴장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다.


비록 정의 구현을 위한 행위는 아니었으나 하나의 발자취가 잘못된 상태로 묻혀가던 사건을 수정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 인해 이유 없이 희생된 피해자들을 생각하면 물론 아쉬운 면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이번 일로 조금 더 성장할 살인수사과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도서=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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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선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3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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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코니에 선 남자』에서는 겉으로는 일상적인 우연이 사건 해결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한 통의 신고전화와 한 대의 순찰차량이 없었다면 스톡홀름을 패닉에 빠트린 이 사건은 영영 해결될 수 없었다. 앞서 읽었던 어떤 사건과도 비교되지 않는 잔혹함을 고려한다면, 사소한 발견이 더없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이토록 잔악하고 무의미한 죽음 앞에서 그들은 범행의 장본인보다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320쪽)"


이번 사건은 '마르틴 베크'를 비롯한 경찰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도 두려움과 절망감, 그리고 무력감을 안겼다.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수사 기법까지 생겨났지만 이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멀끔한 모습을 한 범인은 처음부터 특정하기조차 어려웠고, 의도하지 않으면서도 미꾸라지처럼 경찰의 수사망을 번번이 벗어났다. 거듭되는 실패에 시민들은 경찰에 대한 신뢰를 잃었고, 자경단을 조직하는 데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찰들은 '막연한 추적'을 지속해 나간다. '사생활'이나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한 끝에 받는 평가가 그저 '요행'이라는 시선일지라도 시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위해 범인을 찾기 위한 더 좋은 방식을 고민한다. '마르틴 베크' 시리즈에는 이처럼 경찰 조직에 대한 이해나 존경심이 두텁게 깔려 있다.


『발코니에 선 남자』는 두 가지 포인트가 눈에 띄었다. 우선, 범죄와 범죄가 면밀하게 닿아있다. 경찰들은 하나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에 대한 힌트를 얻는다. 그리고 범인을 색출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 문제를 끊임없이 지적하고 있다. 복지 국가라는 허물에 가려져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정상적인 일상을 영위하거나 최소한의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이른바 '사회의 찌꺼기 구성원'들에 주목한다. 이 점에서 『로재나』부터 『발코니에 선 남자』에 이르기까지 작가들의 시선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동안은 재빠르게 문제를 캐치하고 해결해 나가는 식의 범죄 만화에 익숙해져 있었다. 하지만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하나의 범죄를 깊고 넓게 분석하면서 사회라는 숲을 바라보게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시간이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후루룩 넘어가는 책장 속에서 알게 모르게 더 큰 문제를 의식하도록 만들다니 놀라운 글 솜씨다.


(도서=출판사 제공)


그에게는 더이상 사생활이 없었다. 쉬는 시간도 없었다. 임무와 책임 외의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살인범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이상, 날이 밝은 이상, 공원이 존재하는 이상, 공원에서 노는 아이가 있는 이상, 오로지 수사만이 중요했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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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처럼 사라진 남자 마르틴 베크 시리즈 2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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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틴 베크' 시리즈의 시작이었던 『로재나』에 비한다면, 이번 사건은 양반인 편이다. 시신의 신원을 밝히는 데만 해도 족히 3개월은 걸렸던 첫 작과는 달리,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는 간단한 정보를 제공한다. 기자인 '알프 맛손'은 취재 차 방문한 헝가리에서 실종되었다. 하지만 몇 가지의 정보를 제외하면 사건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는 타지에서 살해되었을 수도 있지만, 자의로 자취를 감추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350여 페이지의 짧은 작품이지만 꽤나 골머리를 앓게 될 걸 처음부터 알 수 있었다.


'베크'는 휴가를 반납하며 헝가리까지 찾아가지만 쉽게 돌파구를 찾아내지 못한다. 게다가 '맛손'은 파헤치면 파헤칠수록 안 좋은 면만 드러내는 남자였다. 여러 나라를 오가며 불법적인 행위를 저질렀고, 술을 마시면 난폭하게 구는 파렴치한이었음이 수사를 통해 점점 드러난다. 결국 '베크'는 이전 작에서 함께 했던 '콜베리' 등의 동료들과 사건을 해결하지만, 어쩐지 정의를 구현한 사람의 의기양양한 모습이 아니다. 도리어 진실을 밝혀내지 않았다면 조용하게 유지되었을 일상을 깨부순 불청객이 된 기분으로 씁쓸한 뒷맛을 남긴 채 소설은 끝난다.


"당신 말고 다른 경찰들이 있을 거 아냐. 어째서 만날 당신이 모든 임무를 맡아야 해?(74쪽)"


사건을 마무리한 '베크'의 착잡한 모습에 동요하게 되는 건 이번 작에서 경찰로서의 '베크'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는 '경찰로서의 자아(129쪽)' 때문에 휴가를 제대로 즐기지도 못한 채 헝가리로 떠나 사건을 해결하다 절체절명의 위기까지 겪는다. 또한 특유의 예리한 감으로 전문성을 선보이며 사소한 우연이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을 독자에게 선사한다. 그 누구보다도 자신의 일에 진심인 '베크'는 사건이 해결된 후에도 적절한 보상을 부여받지 못한다. 잠시 동안 주어지는 자신에의 침잠만이 그가 얻어낸 유일한 성과다. 그 시간마저도 또 금세 다른 사건으로 침해받을 것이다. 이런 '베크' 씨도 참다 참다 폭발할 것 같은 순간들이 있을까? 9 to 6를 칼같이 지키는 직장인에게 '베크' 씨는 경이롭고 위대하다. 수많은 '베크' 들이 어떻게 일을 시작하고 어떤 마음으로 한 해 한 해를 쌓아 나가는지 가늠할 길이 없다. 개인이, 국가가, 세계가 그들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만 들 뿐이다. 


(도서=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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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출, 필독 기출문제는 따로 한번 더 짚어줘서 마음에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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