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긴 방 ㅣ 마르틴 베크 시리즈 8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2년 7월
평점 :

“그는 생각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어떻게 그렇게 되었을까?/누군가는 알 것이다./누가?(502쪽)”
벌써 8번째 ‘마르틴 베크’ 시리즈를 읽고 있다. 이번엔 한 은행 강도 사건을 서술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된다. ‘어라, 내가 이걸 알아도 되나?’ 싶어서 책에 훨씬 집중하게 된다. 똑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베크’나 그의 동료들과 함께 이를 해결해 나가야 할 것만 같다. 사건의 대략적인 부분을 인지한 상태로 이야기를 읽어 나가자니 정말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아니, 제발! 그쪽이 아니라고!’ 지난 총격 사건에서 겨우 회복해 돌아온 ‘베크’도 “요즘은 수사를 시작할 때 먼저 경찰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부터 수사해야(69쪽)” 한다면서 사건 미해결의 모든 원인은 경찰 내부에 있음을 지적한다. 무지하고 오만한 경찰 조직은 “아무것도 새어 나가서는 안 된다는 자신의 소신(99쪽)” 때문에 몇몇 능력 있는 수사관들에게 더욱 두려움을 주었다.
일견 전혀 무관해 보이는 은행 강도 사건과 밀실 사건이 <잠긴 방> 안에서 조화를 이룬다. 사건이 완벽하게 종결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서로에게 줄곧 적대적이던 ‘군발드 라르손’과 ‘콜베리’의 새로운 케미와 ‘잠긴 방’으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장을 향해 나아가는 ‘마르틴 베크’(“스베르드의 잠긴 방을 열면서, 그가 자신의 잠긴 방도 연 것일까?(460쪽)”)의 안정적인 수사력이 돋보인다. 이들은 미궁으로 빠지고 있던 사건과 이처럼 지연되는 상황을 덮기 위해 쉬쉬하느라 바쁘기만 했던 ‘국가경찰위원회’를 대신해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입증해 보인다.
여태 읽은 시리즈 중에 500여 페이지의 양은 처음이었다. 1분이라도 걷고 싶지 않은 무더위 속에서 두꺼운 책은 독자를 압도하기에 충분하지만, 재밌기로도 1순위다. 범죄소설 다운 범죄소설을 읽었군, 싶었다.
(도서=출판사 제공)
일류 범죄자는 별의별 활동으로 돈을 번다. 독성 물질로 자연과 사람들을 오염시킨 뒤에 부적절한 처방으로 파괴를 복구하는 척하면서 돈을 벌고, 도시의 넓은 구역을 의도적으로 슬럼화한 뒤에 건물을 죄다 허물고 새로 지으면서 돈을 번다. 그렇게 해서 새로 만들어진 슬럼은 당연히 예전 슬럼보다 주민들의 건강에 훨씬 해롭다. - P149
백 명이 체포되었고, 더 많은 수가 다쳤다. 누구도 이유를 알지 못했다. 스톡홀름은 혼란에 빠졌다. 국가경찰청장은 습관대로 말했다. "이 일은 한마디도 새어 나가서는 안 돼." - P3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