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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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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의 산에서 우리는 쓰러져도 함께 쓰러지고, 일어서도 함께 일어설 겁니다.(665쪽)


인적이 드문 오스에서 주민들은 좋든 싫든 가족 같은 관계로 한데 묶여 있다. '칼'이 벌인 호텔사업에 투자한 순간 그들은 더욱 밀접하게 결속되었다. 한편으로, 마을에서 벌어진 온갖 사건과 죽음들의 미스터리를 파헤치려는 움직임이 계속된다. '오프가르' 왕국 안과 밖의 가족 관계는 이렇듯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불안한 모양새다. 같은 고향, 같은 부모로부터 비롯되었다는 이유로 그들은 어떻게든 함께 나아간다. 가족 간의 강한 유대와 의리가 도덕을 넘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그들 간의 거리가 너무 가깝기 때문에 생겨나는 파괴적이고 부도덕적인 장면들이 두렵다. 너무 많은 비밀을 안고 있는 '오프가르'의 '킹덤'은 이제 무너져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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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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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말하려는 건, 행동의 동인으로서 도덕이 인간 사회에서 과대평가되어 있다는 것뿐이에요. 반면 같은 무리에 대한 우리의 충성심은 과소평가되었고요. 우리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위협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 우리의 목적에 맞는 도덕을 형성해요.(342~3쪽)


사건은 예상보다 복잡한 양상을 띠며 진행된다. 이전 단계에서 확신을 가지고 남겼던 리뷰를 오늘에 이르면 지워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작가 '요 네스뵈'는 독자가 확신하던 사건의 흐름을 다음 장에 손쉽게 뒤집어 놓음으로써 어떤 것도 우리에게 완벽한 진실이 되어줄 수 없음을 시사한다. 그 가운데서 어린 '로위'와 '칼'에게 심어졌던 가족에 대한 굳건한 믿음은 여전히 유지된다. '로위'와 '칼'에게 '가족'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근거이자 따라야 할 유일한 진리이다. 세상에 맞설 유일한 무기인 '가족'이라는 울타리도 결국은 무너져 내리게 될까. 끝에 다다를수록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데, 앞선 의심에서 확신을 가졌던 지점들이 결국엔 잘못된 방향을 가리키고 있었으므로, 『킹덤』의 세계에서는 무엇도 단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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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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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야. 친구, 애인, 이웃, 이 지방 사람들, 국가. 그건 모두 환상이야. 정말로 중요한 때가 오면 양초 한 자루 값어치도 안 된다.(13쪽)


'로위'와 '칼'의 아버지는 결정을 내린 이후에도 그것이 옳은 결정이었는지 밤마다 고민하게 되는 때가 있다고, 그런 중요한 때에는 가족 밖에 믿을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생 '칼'이 수상쩍은 일을 벌이면서 거짓말을 할 때마다 아버지가 신봉하던 가족주의는 철이 지나간 사상처럼 보인다. '로위'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관계를, 설령 그게 유일한 혈육이라고 해도, 단박에 끊어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사람들과 대화를 잘 섞지 않는 '로위' 같은 이에게 '칼'은 그야말로 전부다. 평범한 사건에 의미심장한 복선이 겹쳐지며 이야기는 흐릿한 몸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방심한 순간에 '요 네스뵈'는 툭 미끼를 던져놓고 사라진다. 많은 독자들이 『킹덤』에 열광할 수밖에 없던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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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0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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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편지를 쓰면서 그녀가 떠올리는 것은 어떤 다른 남자, 그녀의 가장 열정적인 추억과 그녀가 읽은 가장 아름다운 책과 그녀의 가장 강한 욕망이 합쳐져서 만들어낸 어떤 환영이었다.(416쪽)


쪼개 읽기(~p.518)


'에마'는 무언가가 잘못되어가고 있음을 느끼면서도 은밀한 연애에 극도로 집착한다. 이제 그녀는 어떤 면에서든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의 그림자를 좇는다. 더 나은 곳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려던 '에마'의 의도는 실패했고, 이제 와서 후회한들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에마'에게는 재정 문제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하는 일상보다 사랑을 꿈꿀 수 있는 수면의 상태가 더욱 황홀하게 느껴진다. 그녀의 시선에서 세상은 너무도 가혹하다. 화려한 세상의 중심에서 아름답게 빛나는 자신을 보고 싶었을 뿐인데, 삶은 어느 단계에서부터 그토록 잘못되어 버린 것일까.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에마'의 손을 놓기가 왠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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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0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남주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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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들 무슨 소용이랴! 그녀는 행복하지 않았고, 한 번도 행복해 본 적이 없는 듯했다. 이런 삶의 결핍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406쪽)


쪼개 읽기(~p.411)

'에마'는 원하던 쾌락을 얻어도 얼마 못 가 권태로움을 느끼고, 상대가 자신만큼 이 감정에 열의를 느끼고 있는지를 끊임없이 의심했다. 자신의 쾌락에 무섭도록 몰입하기 때문에 '에마'는 그만큼 빠른 속도로 싫증을 내는 것처럼 보였다. 평범한 일상도, 은밀한 쾌락도 '에마'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녀가 자신의 행복을 좇는 동안 현실적인 문제들은 저만치 뒤로 물러난다. '샤를'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딸 '베르트'는 거의 언급되는 일이 없고, 재정 문제는 이토록 위험해 보인 적이 없었다. 그녀는 줄곧 상대 남성에게서 자신의 탈출로를 모색하는데, 도무지 만족할 줄 모르는 '에마'의 성미를 고려한다면 쾌락에의 모험은 끝없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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