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 마르틴 베크 시리즈 6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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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크고 나서도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즐겨 봤다. 에피소드마다 용의자의 동기가 공개될 때 가끔은 좀 허망한 심정이 들기도 했다. 좀만 참지, 그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코난’ 또한 범인을 호되게 꾸짖는다. 그렇다고 해서 사람을 살해할 권리가 있는 건 아니에요, 뭐 그런 식으로. 그래도 한편으로는 아예 이해하지 못하겠다 싶은 것은 아니다.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 싶고.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에서 갑부인 ‘팔름그렌’을 살해한 남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원한을 마음에 담아두다가 갑자기 그것이 행동으로 튀어나오게 되었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저지른 일을 후회하진 않는다고 했다. / 감옥에 가든 말든 상관없다고 했다. 어차피 자기 인생은 망했고 다시 시작할 힘은 없다고 했다.(385쪽)“


이전처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무수히 많은 우연이 겹쳐져 사건은 무사히 해결되었다. 하지만 ”마르틴 베크 경감은 기분이 전혀 좋지 않았다.(397쪽)“ 이 글을 읽는 나의 기분 또한 그랬다. 범인이 겨냥하고 싶어 했던 계급의 사람들은 이 일을 불행하고 기이한 한날의 우연쯤으로 기억할 테다. 이 범죄는 신호탄이 아니라 단지 ‘내가 아니어서 다행인‘ 사소한 분풀이로 남겨졌다. 외국인 공장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바카르나’에 대해서 그들은 여전히 모른 채로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나갈 것이다. 하지만 범인은 그가 죽어서 기쁘다고 답했다. 자신을 괴롭힌 거대한 시스템 중에서 개미만 한 일부를 덜어냈을 뿐인데, 거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나는 그가 좀 더 교묘하고 치밀하기를, 세대에 세대를 거듭하며 두려움을 주는 사람이었기를 바란다.


마이 셰발과 페르 발뢰의 글 가운데 『폴리스, 폴리스, 포타티스모스!』가 가장 사회적인 글이었던 것 같다. ‘복지국가’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다양한 범죄를 적당히 눈감아주는 조국의 모습을 번번이 드러내려고 해서 누군가는 꽤 속을 끓여야 했을 테지만. 문득 좀 더 어렵긴 하지만 우리 자신을 겨냥하는 글쓰기가 꽤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글도 많이 찾아서 읽어야겠다.


(도서=출판사 제공)

그리고 경찰관인 이상, 가급적 좋은 경찰관이 되려고 애쓰는 걸 그만둘 수 없었다. 꼭 천성에 그런 충동이 새겨져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왜인지는 몰라도 그가 감당해야 하는 짐이었다. - P182

한참 뒤, 잠자리에 들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잠이 오려면 아직 먼 듯했지만 이르든 늦든 언젠가는 자야 했다. -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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