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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의 종말 - 개정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영호 옮김 / 민음사 / 2005년 5월
평점 :
실업 문제의 원인은?
지금 한국사회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나 사오정(45세가 정년)이라는 말로 나타나는 실업문제로 골머리를 안고 있다. 경제전문가들은 경제 불황이 실업의 원인이기 때문에 경제가 살아난다면 사람들이 일자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업의 원인이 경제 불황이 아니라 기술발전이라면 과연 실업문제를 풀 수 있을까?
우리는 기술이 진보하면 사회도 발전하고 우리 삶이 풍요로워진다고 믿는다. 황우석 교수가 줄기세포기술이 33조원의 경제효과를 낳는다는 말로 전 국민을 완전히 속일 수 있는 것도 기술발전이 유토피아로 갈 수 있다고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레미 리프킨은 이 책에서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일자리는 없어지고 사회는 빈부격차가 심해지게 되어 대부분 사람들의 삶은 피폐해진다고 말한다.
기술발전이 빼앗은 일자리
일단 기술이 발전하면 적은 돈으로 많은 물건을 생산할 수 있다. 지금 농촌에서는 몇몇 사람이 기계로 예전보다 더 많은 농산물을 거두어들인다. 하지만 이런 기계는 사람들이 하는 일을 빼앗아간다. 기계 한대는 노동자 4명분의 일을 한다고 한다. 일을 빼앗긴 노동자는, 즉 쓸모없어진 노동자는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사람들은 공장에서 나갈 수밖에 없지만 효율적인 기계 덕분에 생산성은 올라간다. 더불어 컴퓨터와 정보화의 도움으로 기계는 더욱 정교해지고 더 싼 가격으로 더 좋은 물건을 만들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고용은 줄어들면서도 성장은 올라가는 '고용 없는 성장'시대가 시작된다. 이 책에서는 벌써 1990년대에 이 ‘고용 없는 성장’ 시대가 시작했다고 한다.
두 계급의 삶
이 시대에 노동자는 두 계급으로 갈린다. 첫째는 지식노동자로 법률가, 연예인, 카운슬러, 의사, 영화감독같이 기술과 정보를 이용해서 돈을 버는 사람들이다. 둘째는 서비스 노동자로 편의점이나 식당에서 일하는 사람들처럼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다.
두 계급의 삶은 극과 극으로 나뉜다. 기술을 다루는 지식노동자들은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여가를 누리며 정보화 사회의 혜택을 마음껏 누린다. 하지만 서비스 노동자(비정규직)의 생활은 늘 불안하고 언제 잘릴지 몰라 고달프게 산다.
그리고 사람들 대부분은 서비스 노동자로 떨어져간다. 이들은 일자리가 없어 절망으로 피폐한 삶을 살아간다. 이들은 때로 LA폭동 같은 엄청난 사회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 보통 LA폭동은 흑인들의 차별 때문에 일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차별보다는 실업률이 50%씩이나 되는 LA 흑인들의 절망과 분노가 폭동에 가장 큰 원인이다. 기술발전이 일자리를 빼앗고 사람들은 무자비하게 고용시장에서 쫓겨나게 되면서 사회는 점점 불안과 절망으로 휩싸일 때 LA폭동 같은 일은 어쩌면 일상이 돼 버릴 지도 모른다. 이 책은 노동의 종말과 함께 세계의 종말도 이야기하는 것 같다.
저자의 대안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 저자는 일단 노동시간을 법으로 줄이자고 말한다. 즉 국가가 노동시간을 법으로 줄이면 기업이 남는 시간에 다른 사람을 고용하게 되어서 실업률 상승은 막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국가가 제3부문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라고 한다. 제3부문은 사람들이 서로 돕는 공간이자 자원봉사의 영역이기도 하고 시민단체가 활동하는 곳이다. 어차피 지금 시장 경제에서는 더 이상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제3부문은 아직도 일자리가 많이 숨어 있다. 그리고 제3부문은 서로 도와주는 영역이므로 사람들은 공동체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저자는 제3부문이 고용 없는 성장의 마지막 희망이라고까지 말한다.
대안은 옳은가?
이 책은 96년에 나왔는데 전 세계에 많은 논쟁거리를 던져주었다고 한다. 내가 산 것은 2005년에 나온 개정판으로 개정된 부분은 96년 이후 세계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를 설명했다. 뭐 96년에 예견한 대로 세계경제는 성장하지만 실업은 늘어가며 제3부문은 우리에게 희망으로 남아있다는 내용이다.
이 책은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한다. 일단 제3부문이 일자리를 높여준다는 점이 너무 불확실하고 또 국가가 노동시간을 법으로 강제하는 것도 좀 현실에 맞지 않다고 한다. 나도 이 책 내용이 우리나라에 잘 맞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노무현도 말했듯이 우리나라 모든 것은 시장이 완전히 장악했다. 자원봉사 영역인 제3 부문은 미국이나 유럽에는 있을지 몰라도 우리나라에는 거의 없다. 이 책은 미국 독자를 근거로 했기에 우리나라에는 별다른 쓸모가 없을 것 같다.
이 책 내용 대부분은 통계와 인용 자료로 가득차 있어서 믿음이 간다. 그러기에 더욱 암울하다. 이 책을 읽으면 앞으로 다가올 새 시대에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해답이 세 개라는 것도 알게 된다. 남들이 어떻게 되는 신경 쓰지 말고 죽어라 공부해서 지식노동자가 되어 풍요롭게 살든지 아니면 그냥 대부분 비정규직처럼 우울과 피폐한 삶을 살아가든지 아니면 마르크가 생각한 것처럼 이 부조리한 사회를 뒤집기 위해 혁명을 하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