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철학 - 테크노월드 속의 도구적 인간
장 이브 고피 지음, 황수영 옮김 / 한길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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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알람시계 소리에 잠을 깬다. 시계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난 다음 엄마가 지은 밥을 먹는다.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옷을 입고 학교에 간다. 간단히 보이는 내 삶을 기술의 관점에서 분석해보자. 알람시계는 무엇으로 만드는가? 엄마는 밥을 어떻게 짓는가? 우리집에는 어떻게 해서 샤워기에 물이 나오는가? 이 모든 것에 기술이 들어가있다. 우리는 기술의 체계 속에 살고 있고. 우리 삶에 기술이 없는 곳은 없다.

프랑스 철학교수인 장 이브 고팽은 이 책에서 기술은 무엇이고 역사적으로 기술이 어떻게 취급받았으며 지금 기술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즉 이 책은 제목대로 기술에 관한 철학책이다.




기술로 자연과 사회는 갈라진다


기술이란 무엇인가? 기술은 실행에 필요한 모든 수단들을 말한다. 어떤 남자가 여자에게 작업을 건다면 그는 여자와 사귀는 목적으로 '작업기술'을 사용하는 것이다. 또 기술은 인간과 환경 사이에 보호벽을 세우는 것이기도 하다. 기술을 사용함으로써 인류는 자연환경에서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기술과 기술공학을 나누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가기계를 연상할 때 생각하는 기술은 본래 의미의 기술이 아니라 기술공학이다. 기술이 인류의 탄생부터 함깨해 왔다면 기술공학은 산업혁명이 일어난 1700년대부터 있는 것이다.

인류는 처음부터  기술을 사용했다. 원시인들은 돌을 갈고 사냥을 하며 과일을 채집했는데 이 모든 것이 기술이다. 하지만 고대 사회에서 기술은 천시받았다. 고대사회는 명상과 관념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므로 의식주와 직접 관련있는 기술은 천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소크라테스는 "당신은 그에게 모욕으로 기꺼이 기계장이란 말을 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술을 다루는 장인들은 폴리스 시민계급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있었다. 

그런데 중세에 들어와서 기술은 좀 더 우대받았고 근대에 와서 기술은 세계를 바꾸는 원동력으로 찬양받았다. 디드로는 기술자가 일하는 모습을 보고 "인간의 산업의 광경은 그 자체로 위대하고 만족스럽다"라고 말했다.




기술만능사회와 기술의 공포

그리고 지금은 모든 것이 기술(기술공학)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이 기술 덕분에 우리 삶은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 핵폭탄을 만드는 기술 덕분에 2차 대전때 일본에서 수십만명이 죽었고 인류는 지금도 세계멸망의 위기에 처해 있다. 자동차를 만드는 기술 덕분에 하루에 수십명이 교통사고로 죽는다. 인류는 기술을 두려워한다. 혁신적인 기술은 경제와 사회를 모두 뒤흔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책 저자는 기술에 큰 두려움을 느낄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만약에 어떤 기술 덕분에 인류가 위기에 처해진다면 시장의 논리가 이 기술을 막을 것이기 때문이다. 기술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우리 각자는 필사적으로 이를 막을 것이다. 





정말 어려운 책


이 책 크기는 수첩만하고 쪽수도 160여페이지밖에 안된다. 하지만 정말 어려워서 한시간동안 7-8페이지밖에 못읽었다. 그런데 나는 당장 발표를 해야 했길레 한 40페이지부터 빠르게 읽기 시작했다. 그래서 40페이지 이후에는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어쨌든 난 저자의 결론이 너무 미심쩍다. 저자의 깊은 뜻이 이 책 어딘가에 숨겨져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이 기술의 잘못된 방향을 막을 것이라는 글쓴이의 주장은 너무 낙관적이고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기술이 무엇이고 기술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하지만 이 책은 무척 어려우므로 천천히, 깊게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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