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들여다 보기 참을 수 없이 무거운 철학 가볍게 하기 1
도널드 팔머 지음, 남경태 옮김 / 현실과과학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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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별 생각없이 고른 책인데 뜻밖에도 꽤 좋다. 이 책은 서양철학사를 간결하게 소개한 책이다.우리가 신문광고에서 흔히 보는 논술을 대비하는 철학책처럼 이런저런 내용을 마구 짜집기한 게 아니라 정통철학사를 바탕으로 나온 것이다.  

글쓴이는 미국 철학과 교수인데 이 책으로 2500년전 탈레스부터 20세기 데리다까지 장대한 철학사를 깔끔하고 쉽게 정리했다. 번역자가 인문사회책을 제대로 번역하는 남경태씨여서 읽기도 수월하다. 쪽마다 그 쪽 내용을 재미있게 요약한 만화가 실려있는데 놀랍게도 모두 이 책을 쓴 철학교수가 그린 것이다. 투박하지만 재미있어서 어떤 부분은 '킥킥'하고 웃음이 나온다. 

서양철학사를 재미있게 소개하는 책으로는 듀란트의 '철학이야기'가 유명하다. 그런데 철학이야기는 20세기 처음에 나온 베르그송까지만 소개하지만 이 책은 20세기 끝에까지 활동한 라깡, 데리다, 이리가레까지 이야기한다. 한때 난 철학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재미있지만 번역이 어려워서 사전을 찾아가며 읽어야 했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노력의 1/10만으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은 철학사를 다룬 1권과 철학의 주요 학파를 다룬 2권으로 나눠졌다. 1권과 2권은 번역자도 틀리고 내용도 다른 것 같다. 난 1권만 읽어서 2권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진중권씨가 추천한 책이기도 하다. 철학사가 뭔지 알고 싶으면 이 책이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쉽다 해도 철학책이니만큼 좀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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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역사를 만나다 - 세계사에서 포착한 철학의 명장면
안광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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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철학사를 다룬 책을 양으로 따진다면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처럼 1500쪽이 넘는 책이다. 이런 책은 철학전공자처럼 철학을 깊게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본다.


둘째는 렘브레히트의 "서양철학사"나 세뮤얼 이녹 스텀프의 "소크라테스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처럼 600~800쪽쯤 되는 책이다. 나름대로 철학을 공부하겠다고 마음먹은 사람들이 주로 본다.


셋째는 200~300쪽정도 되는 책이다. 철학을 알고는 싶지만 600쪽이나 되는 책은 부담이 되는 사람들이 교양을 얻을 목적으로 본다. 이 책은 세 번째 부류에 들어간다.


글쓴이는 역사와 철학이 서로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 이미 대부분 철학개론서에 있는 내용이어서 그리 신선하지는 않다. 게다가 이 책은 서양철학뿐만 아니라 공자나 노자 같은 동양철학도 다루고 있다. 즉 너무 많은 것이 들어 있어 깊이에서도 별로 기대할 거리가 없다.


그럼에도 이 책에 장점이 있다면 중고등학생들도 줄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쉽고 간결하게 써졌다는 것, 쪽수가 200페이지도 안돼서 한나절이면 읽을 수 있다는 것, 철학개론서를 단지 요약한 것이 아니라 글쓴이의 눈으로 옛날 철학에서 현대를 바라보려고 한 흔적이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번에 동서양 철학의 간단한 흐름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이 괜찮을 것이다. 철학을 전혀 몰랐어도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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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입의 즐거움 - 개정판 매스터마인즈 1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지음, 이희재 옮김 / 해냄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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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사실 난 옛날에도 이 책을 읽었다. 그때는 무척 감동했고 또 늘 몰입하며 살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난 결심한 것만큼 살지는 못하고 있다. 그래서 옛날 생각도 나고 또 몰입을 자세히 알고 싶어서 이 책을 다시 읽었다.

 

 

거의 1년 6개월 만에 책을 읽으니 새삼스러웠다. 1장과 2장은 여전히 지겨웠다. 그리고 여러 분야에 관심이 있는 저자 덕분에 줄거리잡기가 좀 힘들었다. 하지만 그 동안 내 지적 수준이 앞으로 나아갔는지 전에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새롭게 보였다.



즉 글쓴이는 고대 현인들이 알아낸 진리를 현대 과학으로 분석해서 2000년을 살고 있는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내용을 쓴 것이 이 책이란 것과, 세상은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지 않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따라 삶은 아주 달라질 수 있는 것들이 새롭게 보였다.



이 책은 몰입하며 살라고 말한다. 몰입이란 무언가에 한없이 빠져들어서 시간이 지나가는지도 모르는 그런 느낌을 뜻한다. 의식은 경험으로 가득 찬다. 감정과 목표와 사고는 하나로 어우러진다.



몰입을 하려면 1. 목표가 명확해야 하고 2. 활동결과가 바로 나타나야 하며 3. 과제와 실력이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 이런 3가지 규칙을 가지고 모든 활동을 하면 바로 몰입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그것이 게임이든, 지겨운 일이든, 섹스든 상관없다.



저자는 아무생각 없이 티비를 보거나 잡담하는 것으로는 몰입을 할 수 없다고 한다. 몰입이란 꾸준히 노력해야만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글쓴이는 늘 몰입하는 삶이 풍요로운 삶이고 행복한 삶이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몰입하는 순간에는 의식이 사라지기 때문에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몰입을 하고 나서야만 뿌듯해지고 행복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자기개발 책같이 "원하는 목표를 10가지씩 적고 큰소리로 읽어보세요" "매일 아침 성공을 마음속으로 상상하세요"같은 말을 하지 않는다. 단지 몰입이란 무엇이며, 몰입하며 사는 게 어떤 삶인지를 담담하게 이야기할 뿐이다. 이런 글쓴이의 객관적인 태도가 읽는 이를 더욱 책에 빠져들게 한다.



난 몰입하며 공부할 수 있을까? 공부 자체를 뿌듯하게 여기고 참다운 나를 만드는 과정으로 여길 수 있을까?





덧-미하일 칙센트 미하일은 몰입에 대한 책을 몇 권 더 썼다. 몰입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flow"를 읽기 바란다. 실제로 이 몰입의 즐거움보다 "flow"가 글쓴이의 명성을 날리는데 한 몫 했다. "몰입의 기술"이란 책도 있지만 번역이 매우 안 좋다고 한다. 며칠 전에 "몰입의 경영"이란 책이 나왔는데 내용은 잘 모르겠다. 한번 사서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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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이노베이션
정을병 지음 / 청어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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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꽤 오래전에 읽었는데 이제야 평론을 쓴다. 이 책을 쓴 정을병씨는 우리나라에서 소설을 가장 많이 쓴 사람(67권)으로 알려진 분이다. 글쓴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책을 너무 않 읽는게 화가나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은 선진국 사람들보다 1/10밖에 책을 읽지 않는다. 더군다나 지식을 다루어야 하는 전문가들도 책을 읽지 않는다. 정치인들도, 기업인들도, 회사원들도 책을 읽지 않고 오직 오기와 지 생각으로만 일을 처리한다. 모든 일이 제대로 안되며, 나라꼴이 잘 될 리가 없다. 글쓴이는 우리나라의 모든 문제를 책을 읽지 않는 삶에서 찾고 있다.

당연히 글쓴이는 책을 열심히 읽자고 한다. 알렉산더 대왕은 외국에 원정갈 때 도서관에 넣을 양의 책을 가지고 다녔다. 나플레옹은 전쟁중에도 책을 읽었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지금까지 살아남아 번영한 까닭은 책을 많이 읽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으면 분별력이 높아지며 현명해진다. 이들이 이끌어가는 기업은 강해지고 더불어 국가도 강해진다. 한민족은 아주 똑똑한 민족인데 책을 안읽어서 이모양 이꼴이 되버렸다. 책을 읽어서 나라를 강하게 하자.

글쓴이의 생각과 내 생각은 많이 비슷하다. 하지만 난 책을 읽어서 부국강병을 이루자는 말이 좀 꺼림직하다. 지금까지 강한 나라들이 얼마나 잔인한 짓을 많이 저질렀는지는 구지 여기서 말할 필요는 없다. 글쓴이는 너무 기업중심, 국가중심으로만 생각한다. 개인의 도덕성을 위해서, 개인의 지적 성숙을 위해서, 그리고 개인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서 책을 읽자는 말은 이 책에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글쓴이는 빨리 읽어서 많은 지식을 얻는 데에만 관심있다. 즉 지나치게 속독을 강조한다. 물론 이런 독서가 나쁜 것은 아니다. 다치바나 다카시도 이런 독서로(글 한편 쓰는데도 책을 60권 읽는다고 한다) 일본에서 '지의 거장'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난 차분하고 진지한 책읽기가 더 좋다고 생각한다. 글쓴이가 몇년동안 피땀흘리며 쓴 책은 그만큼 우리도 진지하고 치밀하게 읽어내야 그 깊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는 책이 훨씬 많지만 말이다.

그래도 책을 읽지 않는 국민을 본 글쓴이의 절망을 나는 이해한다. 인터넷을 돌아다니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책을 한권도 읽지 않는 티를 팍팍 낸다. 저들의 무식한 말과 비열한 논리에 나도 많이 절망했다.

우리가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알고 싶으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내용도 쉽고 양도 많지 않아서 쉽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절판된 책이므로 도서관이나 중고서점에서 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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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들의 공부법
박희병 엮어 옮김 / 창비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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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대학에 가거나 취업하기 위해서 공부를 한다. 즉 공부는 성공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경쟁이 심한 지금 사회에서 진지하게 공부를 하는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옛 사람들은 왜 공부를 했을까? 이 책 “선인들의 공부법”을 읽어보면 옛날 선비들이 어떻게, 어떤 목적으로 공부를 했는지 알 수 있다.



 

 

공부란 바로 삶 그 자체

 

 

선인들은 깊은 이치(도)를 알기 위해 공부를 했다. 이것을 알면 군자가 되고 더불어 세상을 안정시킬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공부는 평생 동안 해야 하는 삶 그 자체였다. 그들은 공부를 함으로써 얻는 성과가 아니라 공부하는 태도 그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선인들은  “공부해서 남주냐” “30분을 더 공부하면 아내가(남편이) 바뀐다”가 아니라 “뜻을 굳게 지녀라”, “똑바른 자세로 공부하라”, “성급하게 하지 말고 천천히 하라” 라고 말했다.

 

 

또 정밀하고 치밀한 독서를 강조했다. 즉 글자 하나하나, 문구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읽어가면서 공부해야만 깊은 이치를 알 수 있다고 한다.



 

 

학자마다 다른 공부에 대한 생각

 

 

그렇다고 이 책에 나온 선인들의 말이 다 같은 아니다. 주자나 이황 같은 성리학자들은 책을 깊게 읽어서 이치를 탐구하는 것이 진정한 공부라고 말했다. 그런데 자유로운 학문을 ?은 서경덕은 책보다는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책이란 생각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양명학을 만든 왕양명은 책을 읽는 것보다는 세상의 모든 아픔을 다 감싸 안는 것이 공부라고 했다.



수많은 의병장을 배출한 유학자 조식은 함부로 천리를 운운하는 것을 매우 웃기게 보았고 사변으로 가는 성리학을 매우 비판했다. 실학자는 현실에 직접 도움이 되는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홍대용은 “남을 이기려거나 자신의 박식함을 자랑하기 위해 세상에 아무 도움도 안 되는 헛된 말을 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말했고 이익은 퇴계에 대해 “도의 본원과 도덕적 실천에 관해서 논의하는데 힘썼을 뿐, 현실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하면서 그 시대 주류인 성리학의 현실무능력을 완곡히 비판했다.



즉 선인들이 궁극으로 삼은 공부의 목적은 비슷하지만 그것을 이루는 방법에는 시대의 흐름과 자신의 가치관마다 매우 달랐다.


 

 

시대를 넘어서 선인에게 배울 것

 

우리가 공부하고 있는 학문은 대부분 서양에서 들어온 것이어서 이 책에 있는 공부방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힘들다. 가뜩이나 읽어야 할 것들은 쏟아져 나오는데 언제 한줄 한줄 읽고 생각하고 그러겠는가? 게다가 우리에게는 취업과 성공이라는 커다란 임무가 앞에 놓여 있다. 인격을 완성하고 세상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공부는 어쩌면 지금 세상에서는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 시대 사람들 중에서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순수하게 자기수양만을 위해 공부를 했겠는가? 지금과 마찬가지로 그들도 과거에 합격하고 보란 듯 잘 살기 위해 사서삼경을  달달 외웠을 것이다. 그렇다면 저런 말을 하는 사람은 어쩌면 몇 안 되는 극소수 선인들일 것이다.



그래도 토익 몇 점, 취업 성공, 고시합격같이 바로 눈에 보이는 어떤 결과를 얻는 것이 아니라 자기를 가다듬고 치밀하게 궁리해서 깊은 이치를 파헤치는 저 선인들의 공부태도는 우리에게 이것을 말해주는 것 같다. 그것이 뭘까? 재화와 지위 획득이 아니라 순수하게 자기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사회의 보탬이 되기 위해서 공부하라는 것 아닐까? 그래야만 진정한 공부를 할 수 있고 또 그런 공부야말로 정말 재미있고 보람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200여 페이지밖에 안되는 이 책은 쉬운 내용에 비해 우리에게 적잖은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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