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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처럼 살다간 여인 전혜린 - 전혜린 평전
정공채 지음 / 꿈과희망 / 2002년 11월
평점 :
ㅇ
예전에 동영이와 함께 서점에 간 적이 있다. 무슨 책을 살까 하고 둘러보다가 이 책이 눈에 띄어 샀다. 평소에 전혜린이 어떤 여자인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전혜린의 약력은 매우 화려하다. 서울법대에 들어간 것부터 해서 한국 최초로 독일에 유학갔고 20대의 나이로 서울법대, 이화여대 강사로 활동하였으며 이른 나이에 성균관대 법대 교수가 된 전혜린. 하지만 약력만으로는 그 사람을 표현할 수 없다.
이 책 지은이가 말하는 대로 전혜린은 불타는 자동차(火車)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고뇌하며 자신을 불사른 전혜린. 하늘을 찌르는 배우고자 하는 욕구, 권태를 극도로 싫어하여 늘 자신을 가혹하게 매질하는 광기, 완벽주의자, 뛰어난 감성, 놀라울 정도로 반짝이는 에스프리......
늘 고독함, 독일유학시절의 자살시도, 귀국하자마자 이혼함(남편은 그 유명한 헌법학의 김철수 교수다), 수면제를 먹지 않고는 잠들지 못한 불면증, 죽기전 그가 너무나 사랑한 장 아제베도, 그리고 의문의 죽음......
이 책으로 전혜린을 대충은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을 다 읽고 나니 전혜린이 어떤 사람인지 더 궁금하다. 왜냐하면 이 책 지은이의 어려운 시적 말투가 전혜린을 이해하는데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 저자가 시인이라 그런지 시에서 사용하는 함축적인 단어들을 이 평전에 마구 썼다. 어떤 글들은 마치 주역 원전을 읽는 것으로 착각할 정도로 이해가 안된다. 또 어떤 글들은 법조문보다 더 복잡하다. 이 책이 저자의 고고함을 뽐내는 수필집인지 전혜린 평전인지 헷갈릴 정도다.
어쩌면 난해한 한잣말과 이상한 글투와 어려운 말들이 전혜린의 정신세계를 잘 표현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내 부족한 지식수준을 탓하지 않고 엉뚱한 저자에게 돌을 던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전혜린의 수필집인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라는 책을 읽어야 전혜린을 조금이라도 알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