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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플루엔자
존 더 그라프 외 지음, 박웅희 옮김 / 한숲출판사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지금 소비사회에 살고 있다. 이 사회는 소비가 자신을 결정하는 사회다. 자신이 산 물건이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다.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의 심리가 바로 이런 것일 터이겠지. 명품의 이미지와 자신이 하나됨을 느끼기 위해서, 그리고 이런 하나됨은 자신이 소중하고 고귀한 존재가 되었다는 환상을 느끼게 해준다.
소비가 우리를 규정하기 때문에 우리는 끊임없이 무엇을 사야 한다. 유행과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말없는 압력을 행사한다. 이런 것도 가지고 있지 않아? 너 좀 이상하다, 너 참 특이하다......특히 광고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 크다. 광고가 하는 중요한 일은 물건을 홍보하는 일이 아니다. 바로 기대와 환상을 파는 것이다. 광고는 우리에게 말한다. 이렇게 신비롭고 멋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 이렇게 예쁘고 매력적인 사람이 부럽지? 그럼 이 물건을 사. 이것을 써. 그러면 너는 이런 멋있는 존재로 탈바꿈할 꺼야.
이 책은 우리의 소비병을 비판한다. 소비는 우리의 성향이 아니다. 소비는 병일 뿐이다. 인플루엔자가 감기바이러스라면 어플루엔자는 소비바이러스다. 이 바이러스는 우리를 끊임없이 소비하게 만든다. 치료약은 많지 않다.. 감염경로는 광고이며 전염성이 매우 강해 순식간에 전세계로 퍼져나간다.
이 바이러스 때문에 우리는 쇼핑활동이 취미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소비야 말로 자신을 채우는 의미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건 허구다. 우리는 결코 광고가 주입하는 환상을 충족하지 못한다. 우리는 결코 물건으로 우리 삶을 만족하게 할 수 없다. 살때만큼은 짜릿함을 느낄 수 있으련지 몰라도 남는 것은 허전함과 공허함 뿐이다. 물건이 우리의 존재를 규정할지 몰라도 우리의 마음을 진정으로 만족하게 해 주지 않는다. 그리고 남는 것이 또하나 있다. 감당할 수 없는 빚...
재미있는 책이다. 재치있는 문장과 재미있는 많은 예가 400페이지정도의 분량을 쉽게 읽히게 해준다. 단 미국에 있는 예를 많이 들어서 우리에게 안맞는 것도 있긴 하다. 그러나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우리 역시 어플루엔자에 감염되기는 마찬가지다. 단지 약하게 감염되었느냐 아니면 중증인가가 다를 뿐......
녹색평론에서 추천한 책이다. 이 책을 사기는 힘들 것이다. 왜냐하면 절판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도서관에서 빌려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