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쿠스틱 라이프 2 어쿠스틱 라이프 2
난다 글 그림 / 애니북스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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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남편 사용에 능숙한 결혼 4년차' 난다 여사의 두 번째 책. 모태솔로들에게 염장성 강한 만화를 그렸지만 오히려 그들에게 더 인기가 좋은 만화. 1권에 이어 2권도 읽으면서 노처자인 나는 왜 그케 키득거렸는지 몰라. 공감가는 몇 가지 중 하나, 지하철 차창으로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슬퍼하던 난다 여사! 그런 경험이 있었다. 나도.  

 

이십대 무렵, 긴 생머리를 유지하고 있던 어느 날, 버스를 타고 가다가 차창에 비친 내 모습을 보았다. 이십대 중반이었던 것 같다. 그 속에 비친 내 모습이 어찌나 초라하게 보이던지. 그 길로 놀라서 미용실에 가 숏컷을 치고 말았다는. 지금 생각하면 아뉘, 뽀송뽀송 이십대가 초라해보이면 얼마나 초라해보인다고 그 난리였을까, 싶었는데... 난다 여사 역시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니, 앞으로는 차창에 비친 모습에 속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사실 지금도 가끔 보는데, 이십대나 지금이나 그 얼굴이 그 얼굴. 거울이 아니니 주름도 안 보이고.

 

1권에서 영수증에 그림 사인하는 걸 즐겨해서 나로 하여금 한번 시도하고 싶겠끔 만들었던 한군, 2권에서는 티비 광고 보며 토다는 행동, 완전 귀엽다. 난다 여사의 말처럼 남자들은 귀엽다는 말을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귀여운 걸 이기는 건 세상에 없다." 나도 혼자 티비 볼 때 한번 써먹어봐야겠어(좀 서글플까? 누군가 들어줘야 재미있는 걸까? 암튼).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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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이자 새해를 시작하게 될 이번 주말. 연휴도 없는 탓에 약속 하나 못 잡고 집안에서 뒹굴거릴 처지에 놓였다.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바라는 바다. 나가봐야 추울 것이고, 나가봐야 사람들에 떠밀려 고생할 것이고, 나가봐야 재미도 없을 것이다, 라고 합리화 한다. 그럼, 집에서 뭘 하나? 당연, 책이나 읽어야지. 어떤 책? 푸핫, 이날을 대비해서 준비했다. 나와 함께 2011년의 끝과 2012년의 시작을 함께 할 책! 

 

 

만화다! 언제 나오나 눈빠지게 기다리던 만화다. 《테르마이 로마이 2》 기발한 아이디어. 로마의 건축가가 루시우스가 현대 일본으로 날아가(!) 현대 일본 목욕탕의 기술(!)을 로마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다. 과거로 뿅! 현재로 뿅!이다. 일본으로 갈 때마다 엉뚱한 일이 일어나 웃기게 만든다(물론 루시우스는 심각하다). 1권에선 바나나 우유를 처음 맛보고 놀란다거나, 평안족(!)이라 생각한 일본 사람들이 사용하는 목욕기구를 보며 평안족도 사용하는 것을 귀족들이 몰랐다는 것에 좌절하며 목욕탕 밖으로 나갔다가... 완전 웃겼다. 2권에선 어떤 행동으로 날 웃겨줄지! 

 

2권에선 일본을 오며가며 기술(!)을 배워온 루시우스는 마침내 최고의 목욕탕 설계기사로 명성을 날리지만, 아내는 집을 나가고, 자신에겐 적이 생긴단다. 잘나가자마자 골치 아픈 일의 연속. 그렇지만 포기를 모르는 루시우스! 그가 이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할지. 그 과정을 나는, 따뜻한 집에서 목욕이나 하며 볼까 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현지에서는 내년 1월 12일부터 애니메이션 방송이 확정되었단다. 4월엔 영화개봉까지!! 만화 《심야식당》도 드라마로 보니 참 재미있었는데, 애니메이션이지만《테르마이 로마이》가 영화로 만들어지면 더더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 기대된다.

 

 

두 번째 책은, 역시 만화다. 이 만화 역시 엄청 기다렸다. 1편을 보고 완전 염장 받으며 누구라도(!) 꼬셔서 결혼이라는 걸 해봐, 의욕 생기게 만들었던 부부, 난다와 한군 그리고 토깽. 난 결혼도 안 했는데 왜 그들 부부의 이야기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1권 읽고 보는 사람들마다 읽어보라며 추천하고 다닌 기억이 난다.

 

《어쿠스틱 라이프 2》웹으로도 연재를 했다는데, 웹보다는 역시 따뜻한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며 책 넘겨 보는 맛이 진짜, 만화를 보는 재미이므로 거부하였다. 마침내 그 만화를 보게 되었다. 추운날 따뜻한 방안에서.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주말 내내 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라며 주문을 외울 거다.ㅋㅋ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부부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뭐 그리 재미있다고 난리냐고 투덜댄다면, 읽어보지마!! 나만 볼 거야!ㅋㅋ

 

2권에서는 특별부록으로 '성실한 인간의 첫걸름, 생활 계획표'를 선보인단다. 이거야말로 연초를 맞이하는 입장에서 기필코 봐줘야 하는.. 이들 부부가 어떤 식으로 계획을 세우고 어떤 즐거움으로 나를 웃기게 만들지 완전 기대기대.

 

 

세 번째 책은 시집이다. 친구가 사서 읽어보더니(무조건 구입하기엔 모험이 앞섰으므로-.-) 괜찮다며 시를 몇 개 올려주었는데 진짜, 이번엔 어려워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히 구입했다. 어제 도착할 시집이 연말인지 오늘에야 도착한대서 아직 구경도 못했지만, 역시 주말에 읽어볼 예정이다. 강정 시인의 《활》이다. 시를 좋아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뭔 소리인지 모르고, 조금만 난해하면 도통 이해가 안 되는 머리인지라, 감성적인 시들만 좋아했다. 내년엔 좀 바꿔볼까 하고 있긴 하지만 쉽진 않을 것 같다. 나의 가슴엔 감성이 너무 많이 존재하므로(-.-)

 

(…)

당신이 누구였냐고 묻거나 묻지 않습니다

당신이 존재하였기에 당신을 부르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당신이라 부를 수 있는

무언가를 믿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별들이 무한 제곱으로 밤길을 새로 가설합니다

나는 걷습니다

내 걸음의 시작과 끝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걷습니다

무한 제곱으로 찢어지는 발걸음들이 각자의 몸을 찾을 때까지

이 정처 없음은 나의 유일한 정처일 뿐,

(…)

_고별사 중에서

 

이런 시 좋다.

 

<문예중앙>계간지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산문집 이야기가 나와서 나온 줄 알았는데 아직 나오기 전인 것 같다. 사실, 시집보다 산문집을 더 기다렸다. 시인의 산문은 왠지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유 없음! 그냥). 그것두 기대 많이.

 

 

그리고 남는 시간엔 읽다만 책들, 읽을 예정이다.

벌써 일 년이 지나가버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한 살 더 먹으면 지나가는 시간이 좀더 빨라질 텐데 쌓아놓은 책들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죽어서 가져가지도 못할 것들. 살아 있을 때 열심히 읽어줘야 하는데... 그런고로, 내년 2012년에도 죽어라, 열심히, 책이나 읽겠다는 다짐!!

 

그럼 다들 해피한 새해를 맞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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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좋아하게 되니까, 자연적으로 한시에도 관심이 생긴다. 길지 않은 한시에서 느끼는 그 감정들, 너무 좋다. 절제된 마음과 절절한 심정들, 음미하며 읽다 보면 저절로 시를 쓴 사람의 마음이 이해되기도 한다. 아니 어쩌면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내 마음을 안 친구가 따끈따끈한 책을 선물했다. 한시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준 선물이다.

 

제목도 표지 사진도 꽤 의미심장하다, 했는데 글머리에 옮긴이의 글이 마음을 울린다. 맞다. 이 책은 내가 생각했던 그런 한시집이 아니었다. 좀 특별했다. 부제가 "가장 소중했던 사람,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인데, 알고 보니 "도망시(悼亡詩:죽은 아내나 자식, 또는 친구를 그리워하거나 슬퍼하며 지은 시)들이란다.

 

책을 펼쳐 보니 1부의 제목이 "장부의 눈물" 이다. 그 장에 실린 제목들만으로도 마음이 절절하다. <당신 그려 온밤 꼬박 지세운다오>, <창문에는 외로운 등 가물거리네>, <당신의 말 나의 귓전 맴돌고 있네>, <이내 슬픔 그 언제나 끝이 나려나> 등등 가슴을 아리는 제목들이기 때문이다. 그 중 하나,

 

침상에는 추위 스며 일 년처럼 밤이 긴데

창문에는 외로운 등 눈물 흔적 가에 조네

꿈속의 그 정녕한 말 무슨 수로 견디리오

다른 생에 당신 만나 우리 인연 잇고프네

_창문에는 외로운 등 가물거리네

 

가히 '장부의 눈물'이라 할만한 시다. '다른 생'에서도 '당신'을 만나 '인연'을 잇고 싶다니. 요즘처럼 이혼률이 급증하는 시대에 사는 부부들은 그 '인연'을 다음 생에서도 바랄지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부부의 사랑, 지극한 사람들 의외로 많겠지. 이들처럼!

 

 

 

 

외로운 밤 찬 서재서 당신 그리오》를 엮고 옮긴이, 정선용은 한국고전번역원 수석연구위원이다. 그가 이런 시, 그러니까 "도망시"라 불리는 시들을 엮어 펴낸 이유엔 그만한 사연이 있다. 삼십 년을 넘게 같이 살던 아내가 올 봄에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평소에 아내와 약속한 바가 있었다. 그가 번역한 한시와 아내가 찍은 사진을 책으로 엮어 가까운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자고. 한데 그 약속을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 지키게 된 것이다. 한시를 번역하고 사진을 뒤적거리며 그는 얼마나 많이 아내를 그리워했을까, 그가 고른 시만 봐도 알 수 있다(한시를 어려워하는 아내를 위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시들로만 골랐단다). 수많은 고문서를 번역해온 그이기에 오류를 최소화 하는데 정성을 다했을 테고, 아내를 생각하며 엮었을테니 그 마음 짐작이 가고도 남음이다.

 

결혼을 해보지 않았으니 부부의 연이라는 것도 잘 모르고, 삼십 년을 넘게 같이 산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옮긴이가 엮어 놓은 한시를 읽어보니 숙연해진다.

 

 

 

 

 

책의 2부에는 떠나간 연인 혹은 고향을 그리워하는 여인의 마음을 담은 시를 모아놓았다. 아내가 부르는 노래인셈이다. 내겐 떠난 아내도 남편도 없으니 오히려 2부에 실린 시들이 마음에 다가온다. 어쩌면 여인의 마음을 담은 시들이기 때문이리라.

 

버드나무 강 언덕에 말 울음이 들리더니

술에 반쯤 깨어서는 누각 아래 내리시네

그리움에 여윈 얼굴 거울 보기 부끄러워

매화꽃 핀 창가에서 반달 눈썹 그려보네

_그리움

 

이런 시들 넘 좋다^^; 내 맘까지 두근거리니까.

 

 

그리고 어제 신간을 둘러보다 비슷한 시집을 발견했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그렇지만, 이 책을 받고 보니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류의 시집이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닐테니 말이다. 역시 아내를 잃은 남편의 사랑이 담긴 시집이다. 《아내의 묘비명》, 제목부터 아내를 향한 그리움이 절절하다. 기자 출신의 시인인 저자가 아내와 함께 했던 날들을 기억하며 쓴 시들과 학생때와 기자 생활을 하며 쓴 시들을 엮었다. 분명 애틋하고 감동적일 것. 더구나 시인인 저자의 그리움을 가득 담고 썼을 테니 그 마음 안 봐도 안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12월, 곰곰 한 해를 되돌아보면 누군가를 사랑하고 떠나보내며 보낸 시간들이다. 그 마음들을 달리 표현하기 힘들어 시를 많이 읽었던 한 해이기도 했다. 문득 주변을 둘러본다. 지금,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해보게 만든다. 결혼을 하지 않았으니 소중한 사람 많다. 하지만 결혼한 사람들에겐, 더구나 자식들 다 키웠을 부부에겐 서로 밖에 없을 것이다. 요즘 황혼 이혼 많다고 심심하면 기사 나오는데, 부디 부부는 사랑하며 살길!!

 

아, 그리고 한 해를 보내며 아내에게 이런 시집 선물, 나쁘지 않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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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는 노래
최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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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크리스마스 날이었다. 그동안 못 잔 잠을 다 자기라도 하듯 늦게까지 쿨쿨 잤다. 정오가 넘어서야 부스스 일어나고도 한참을 이불 속에서 전날밤에 읽다 만 책을 읽었다. 최진영 작가의 신간이다. <끝나지 않는 노래>

 

그녀의 첫 장편이었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을 얼마나 흥분하며 읽었는지, 세상에 이런 독한 소설을 쓰는 작가가 있구나, 했었다. 그런 까닭에 최진영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책장부터 펼쳤더랬다. 역시 이번에도 그녀는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하지만 다 읽고 나니 몹시 꿀꿀해졌다. 크리스마스엔 좀 행복하고 즐거운 책을 읽어야 했는데, 이 책은 그렇질 못했다. 오히려 눈물이 났다. 뭐 이래. 이 작가는 왜 이런 소설을 쓴 거야. 그리고 왜 하필이면 해피 크리스마스라는 이런 날에 내가, 슬픈 여인들의 이야기를, 읽게 만든 거야. 괜히 툴툴거렸다.

 

<끝나지 않는 노래>는 이전 시대와 지금, 여기,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할머니, 어머니, 딸과 며느리. 그녀들의 이야기다. 그녀들이 행복한 삶을 살았다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마음이 아프고 살을 에는 듯한, 동질감을 느꼈다. 그때보다 지금이 훨씬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그렇지도 않다. 동하의 말처럼, 오히려 '더 좆같아졌지.' '씨발, 세상 좋아지긴 개뿔'

 

두자, 딸이었다가 어머니였다가 할머니가 된 여인. 태어나자마자 여자란 이유로 일만 했다. 얼굴도 모르는 남자를 따라 혼례도 올리지 못하고 시집살이를 했다. 여자의 적은 여자, 시어머니의 구박을 받으며 또 죽어라 일만 했다. 잠시 남편과의 사랑도 있었지만 찰나였다. 왜 그렇게 살아야만 했을까. 여자란 존재는 무엇이기에 남자들의 그늘에서 그토록 모질게 당하면서도 당하는 줄 모르고 살았을까. 또 그렇게 어머니에게, 시어머니에게 당했으면서도 제 딸에게, 며느리에게 되물림 해야만 했을까. 그게 그들만의 사랑이었을까.


"다 내 업보라.

콩 껍질을 손가락으로 툭 누르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옛적엔 다들 그렇게 살았지. 세상 좋아진 요즘에야 자기 자식 귀하다고 무엇이든 최고로 해주겠다고 난리들이지만...... 두 년한테 역정만 내고 일만 냅다 시키고, 수고했다, 미안하다 말 한만디 안 하고 살았어도 그게 어디 내 탓이겠나. 그땐 그게 당연한 줄 알고 살았는데. 지들이 사랑도 못 받고 자랐다고 생각하는 것 모양 내도 그래 살았는데..... 자식이 어디 사랑으로 크는가. 밥으로, 돈으로, 세월로 크지.

그랬구나, 할머니.

그래, 그래 살다 보이......

텅 빈 방에 앉아, 두자는 버릇처럼 혼잣말을 늘어놓았다. 늦게 먹은 시루떡 때문이지, 쓴물이 목구멍을 타고 자꾸 올라왔다."


'자식이 어디 사랑으로 크는가, 밥으로, 돈으로, 세월로 크지.' 라는 두자의 말은 틀렸다. 자식이 아니라 여자다. 여자가 한 사람의 객체로 인정받기보다는 마당의 나무만큼의 관심도 받지 못하던 그때. 아무리 그땐 그게 당연한 일인 줄 알았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세월이 흐르면 나은 줄 알았지만 한 세대가 흘러도 그때의 여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봉선과 수선. 얌전히, 그 이전 세대와 다르지 않은, 여자다운 수선은 그렇다치고 반항을 하고 자유롭게 살겠노라 발버둥을 치고서도 결국은 똑같은 삶에서 벗어나지 못한 봉선을 보며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살면 뭔가 달라져야 하지 않는가. 자유롭게 살겠다고 뛰쳐나갔으면 최소한 수선과 다르게는 살았어야 하는게 아닌가. 인생이 뭐 이래. 왜 다들 그러고 살아야만 하는 건데.. 마치 내 언니들이 겪은 일인양, 흥분하며 씩씩대었다. 읽으면서 내내 속상했지만. '옛적엔 다들 그렇게 살았'단다. '당연한 줄 알'았단다.


그래, 그땐. 딸을 사랑하는 엄마의 마음이란 게, 결국은 지금보다 덜 고생하고 덜 힘들게 살 수 있도록 얼굴도 모르는 남자에게 보퉁이 하나 안긴 채 시집보내는 것이라면. 그것도 사랑일 것이다. 엄마보다는 덜 일하고, 엄마보다는 덜 구박받고, 엄마보다는 그래도 남편에게 사랑받으며 살아가길 바라는 엄마의 마음. 그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내 뱉을 수밖에 없는 말, 아아 제기랄, 딸로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마지막, 은하와 엄마들과의 통화 내용을 읽으며 눈물이 나왔다. 최진영 작가, 독하다. 세 번째 책은 부디 행복했음 좋겠다. 주인공 모두. 부디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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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은빛 2011-12-26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로 본 최진영 작가는 참 귀여운 얼굴이었는데, 작품은 하나같이 만만치않네요.
저도 <당신 곁을~>을 재밌게 읽은 독자로서 이 책도 읽어야겠네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readersu 2011-12-27 10:26   좋아요 0 | URL
진짜, 작품마다 사람의 감정을 마구 뒤흔들어놓아요.
좋아하실 거예요. 마음 아파하면서(익히 알고 있던 이야기들이지만, 그럼에도)
 
안철수, 경영의 원칙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안철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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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검색에 제일 많이 올라오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인 안철수,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안철수는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V3를 개발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 그동안 여러 권의 저서와 다양한 행보를 모르지 않는 바는 아니었으나 그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경영인으로만 알았다. 그래서 지난 시장 선거 전, 이름이 거론되었을 때나 대선 주자로 말들이 오고갈 때 살짝 어리둥절하기도 했더랬다. 정치인도 아니고 박원순 시장처럼 사회운동을 한 사람도 아닌 것 같고 그저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정치판에 얼굴을 내미니 그럴 수밖에. 또 그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다들 대선에 나오니 마니 하는 걸 보면서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구기에, 하는 의문이 커졌더랬다. 그런 시점에 이 책을 읽었다. 시의적절.  

 

아주 얇은 책이었다. 서울대학교 관악초청 강연, 강연집이란다. 녹취해서 풀어 만든 책이라는 것. 가볍게 읽어보기 좋겠다 싶었다. 더구나 강연한 것을 풀어낸 것이니 그의 사상이나 평소의 신념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을 것이다. 역시 그랬다. 놀란 것은 읽으면 읽을수록 안철수라는 사람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 이게 어쩌면 게으른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내가 겪어온 세월을 보면 그가 평소에 하는 일들의 5%도 하지 않고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머릿속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 걸까. 

 

의대에 다니면서 꼬박 7년 동안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세 시간동안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고, 회사 경영이 잘 안 되는 이유가 궁금해 경영학을 공부하고(미국에서 공부하던 그 2년 동안 그는 이틀에 하루만 자면서 보냈단다. 7년을 새벽 세 시에 일어나고 또 다시 2년을 이틀에 하루 자면서 보낸 것. 징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참 잘 나가던 회사를 퇴임하고 적지 않은 나이에 토플시험을 다시 치고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하는. 정말이지 상상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나가는 그를 보며 다른 말은 나오지도 않았다.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

 

더구나 공부할 시간이 모자란다고 미리 잡지사에 전화를 해서 요즘 이슈가 되는 분야에 대해 글을 써보겠다고 먼저 제안을 한 후 마감을 잡고 그 이슈에 대해 공부한다는 부분을 읽고는 기가 막혔다. 오로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직접 만들어 새로운 공부를 한다는 사실. 그런 까닭에 그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일을 하는 것일테지만. 나 같은 사람은 흉내조차 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제목은 경영의 원칙이지만 어쩌면 이 책은 안철수가 살아가는 법이 더 맞을 듯하다. 그가 지키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들은 경영이라기보다는 좀더 인간적인, 인간 안철수를 느끼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삶을 대하는 자세라거나 미래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신념 같은 것이 그 어떤 정치가나 경영인하고는 차원이 달라보였다. 그래서 내가 만약 이십대였다면, 혹은(물론 그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면서 그 후의 10년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젊었다면 그가 살아가는 방식으로 나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기껏 10%도 따라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 다양함만큼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각양각색이겠지만 이 사람, 안철수 교수의 삶의 태도만큼은, 그래서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에는 단기적인 것이 있고 장기적인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우선은 주위 사람들이 다 원하는 길을 가게 되면 당장은 좋지만 만약에 본인이 행복하지 않는 경우라면 오래갈 수 없는 것 같아요. 정말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려면, 우선은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자기 스스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자연적으로 주위 사람들도 결국에는 이해하고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의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둘 다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어떻게든 같이 끌고 가려고 했지만 결국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정말로 어떤 일이 의미 있고 재밌고 잘할 수 있는 일인지, 그래서 결국은 제가 행복하게 되고 주위 삶들도 궁극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지 생각해서 결정한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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