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경영의 원칙 서울대학교 관악초청강연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안철수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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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검색에 제일 많이 올라오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인 안철수, 그동안 내가 알고 있었던 안철수는 컴퓨터 백신 프로그램 V3를 개발한 사람이라는 것 정도. 그동안 여러 권의 저서와 다양한 행보를 모르지 않는 바는 아니었으나 그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경영인으로만 알았다. 그래서 지난 시장 선거 전, 이름이 거론되었을 때나 대선 주자로 말들이 오고갈 때 살짝 어리둥절하기도 했더랬다. 정치인도 아니고 박원순 시장처럼 사회운동을 한 사람도 아닌 것 같고 그저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정치판에 얼굴을 내미니 그럴 수밖에. 또 그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은 것 같은데 다들 대선에 나오니 마니 하는 걸 보면서 도대체 이 사람이 누구기에, 하는 의문이 커졌더랬다. 그런 시점에 이 책을 읽었다. 시의적절.  

 

아주 얇은 책이었다. 서울대학교 관악초청 강연, 강연집이란다. 녹취해서 풀어 만든 책이라는 것. 가볍게 읽어보기 좋겠다 싶었다. 더구나 강연한 것을 풀어낸 것이니 그의 사상이나 평소의 신념들이 고스란히 들어있을 것이다. 역시 그랬다. 놀란 것은 읽으면 읽을수록 안철수라는 사람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는 것. 이게 어쩌면 게으른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내가 겪어온 세월을 보면 그가 평소에 하는 일들의 5%도 하지 않고 살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의 머릿속엔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는 걸까. 

 

의대에 다니면서 꼬박 7년 동안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세 시간동안 바이러스 백신을 만들고, 회사 경영이 잘 안 되는 이유가 궁금해 경영학을 공부하고(미국에서 공부하던 그 2년 동안 그는 이틀에 하루만 자면서 보냈단다. 7년을 새벽 세 시에 일어나고 또 다시 2년을 이틀에 하루 자면서 보낸 것. 징하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한참 잘 나가던 회사를 퇴임하고 적지 않은 나이에 토플시험을 다시 치고 대학원에 들어가 공부를 하는. 정말이지 상상으로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나가는 그를 보며 다른 말은 나오지도 않았다. 그저 대단하다는 말밖에.

 

더구나 공부할 시간이 모자란다고 미리 잡지사에 전화를 해서 요즘 이슈가 되는 분야에 대해 글을 써보겠다고 먼저 제안을 한 후 마감을 잡고 그 이슈에 대해 공부한다는 부분을 읽고는 기가 막혔다. 오로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직접 만들어 새로운 공부를 한다는 사실. 그런 까닭에 그가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가로 일을 하는 것일테지만. 나 같은 사람은 흉내조차 내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제목은 경영의 원칙이지만 어쩌면 이 책은 안철수가 살아가는 법이 더 맞을 듯하다. 그가 지키고 실천하며 살아가는 다양한 방법들은 경영이라기보다는 좀더 인간적인, 인간 안철수를 느끼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삶을 대하는 자세라거나 미래에 대한 자신의 확고한 신념 같은 것이 그 어떤 정치가나 경영인하고는 차원이 달라보였다. 그래서 내가 만약 이십대였다면, 혹은(물론 그는 늦었다고 생각할 때 시작하면서 그 후의 10년을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조금이라도 더 젊었다면 그가 살아가는 방식으로 나도 한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기껏 10%도 따라하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 그 다양함만큼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각양각색이겠지만 이 사람, 안철수 교수의 삶의 태도만큼은, 그래서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에는 단기적인 것이 있고 장기적인 방법이 있는 것 같아요. 우선은 주위 사람들이 다 원하는 길을 가게 되면 당장은 좋지만 만약에 본인이 행복하지 않는 경우라면 오래갈 수 없는 것 같아요. 정말로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려면, 우선은 이기적일 수도 있지만 자기 스스로 만족스럽고 행복한 삶을 살아야 자연적으로 주위 사람들도 결국에는 이해하고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의사를 그만두었습니다. 둘 다를 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어떻게든 같이 끌고 가려고 했지만 결국 한쪽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요. 정말로 어떤 일이 의미 있고 재밌고 잘할 수 있는 일인지, 그래서 결국은 제가 행복하게 되고 주위 삶들도 궁극적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지 생각해서 결정한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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