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자 새해를 시작하게 될 이번 주말. 연휴도 없는 탓에 약속 하나 못 잡고 집안에서 뒹굴거릴 처지에 놓였다.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바라는 바다. 나가봐야 추울 것이고, 나가봐야 사람들에 떠밀려 고생할 것이고, 나가봐야 재미도 없을 것이다, 라고 합리화 한다. 그럼, 집에서 뭘 하나? 당연, 책이나 읽어야지. 어떤 책? 푸핫, 이날을 대비해서 준비했다. 나와 함께 2011년의 끝과 2012년의 시작을 함께 할 책! 

 

 

만화다! 언제 나오나 눈빠지게 기다리던 만화다. 《테르마이 로마이 2》 기발한 아이디어. 로마의 건축가가 루시우스가 현대 일본으로 날아가(!) 현대 일본 목욕탕의 기술(!)을 로마로 가져간다는 이야기다. 과거로 뿅! 현재로 뿅!이다. 일본으로 갈 때마다 엉뚱한 일이 일어나 웃기게 만든다(물론 루시우스는 심각하다). 1권에선 바나나 우유를 처음 맛보고 놀란다거나, 평안족(!)이라 생각한 일본 사람들이 사용하는 목욕기구를 보며 평안족도 사용하는 것을 귀족들이 몰랐다는 것에 좌절하며 목욕탕 밖으로 나갔다가... 완전 웃겼다. 2권에선 어떤 행동으로 날 웃겨줄지! 

 

2권에선 일본을 오며가며 기술(!)을 배워온 루시우스는 마침내 최고의 목욕탕 설계기사로 명성을 날리지만, 아내는 집을 나가고, 자신에겐 적이 생긴단다. 잘나가자마자 골치 아픈 일의 연속. 그렇지만 포기를 모르는 루시우스! 그가 이 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할지. 그 과정을 나는, 따뜻한 집에서 목욕이나 하며 볼까 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현지에서는 내년 1월 12일부터 애니메이션 방송이 확정되었단다. 4월엔 영화개봉까지!! 만화 《심야식당》도 드라마로 보니 참 재미있었는데, 애니메이션이지만《테르마이 로마이》가 영화로 만들어지면 더더 재미있을 것 같은 예감. 기대된다.

 

 

두 번째 책은, 역시 만화다. 이 만화 역시 엄청 기다렸다. 1편을 보고 완전 염장 받으며 누구라도(!) 꼬셔서 결혼이라는 걸 해봐, 의욕 생기게 만들었던 부부, 난다와 한군 그리고 토깽. 난 결혼도 안 했는데 왜 그들 부부의 이야기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1권 읽고 보는 사람들마다 읽어보라며 추천하고 다닌 기억이 난다.

 

《어쿠스틱 라이프 2》웹으로도 연재를 했다는데, 웹보다는 역시 따뜻한 방구석에서 뒹굴거리며 책 넘겨 보는 맛이 진짜, 만화를 보는 재미이므로 거부하였다. 마침내 그 만화를 보게 되었다. 추운날 따뜻한 방안에서.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주말 내내 시커먼 구름이 하늘을 뒤덮으라며 주문을 외울 거다.ㅋㅋ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부부의 일상적인 이야기가 뭐 그리 재미있다고 난리냐고 투덜댄다면, 읽어보지마!! 나만 볼 거야!ㅋㅋ

 

2권에서는 특별부록으로 '성실한 인간의 첫걸름, 생활 계획표'를 선보인단다. 이거야말로 연초를 맞이하는 입장에서 기필코 봐줘야 하는.. 이들 부부가 어떤 식으로 계획을 세우고 어떤 즐거움으로 나를 웃기게 만들지 완전 기대기대.

 

 

세 번째 책은 시집이다. 친구가 사서 읽어보더니(무조건 구입하기엔 모험이 앞섰으므로-.-) 괜찮다며 시를 몇 개 올려주었는데 진짜, 이번엔 어려워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히 구입했다. 어제 도착할 시집이 연말인지 오늘에야 도착한대서 아직 구경도 못했지만, 역시 주말에 읽어볼 예정이다. 강정 시인의 《활》이다. 시를 좋아하지만 조금만 깊이 들어가면 뭔 소리인지 모르고, 조금만 난해하면 도통 이해가 안 되는 머리인지라, 감성적인 시들만 좋아했다. 내년엔 좀 바꿔볼까 하고 있긴 하지만 쉽진 않을 것 같다. 나의 가슴엔 감성이 너무 많이 존재하므로(-.-)

 

(…)

당신이 누구였냐고 묻거나 묻지 않습니다

당신이 존재하였기에 당신을 부르는 건 아닙니다

다만, 당신이라 부를 수 있는

무언가를 믿고 싶었을 따름입니다

 

별들이 무한 제곱으로 밤길을 새로 가설합니다

나는 걷습니다

내 걸음의 시작과 끝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나는 걷습니다

무한 제곱으로 찢어지는 발걸음들이 각자의 몸을 찾을 때까지

이 정처 없음은 나의 유일한 정처일 뿐,

(…)

_고별사 중에서

 

이런 시 좋다.

 

<문예중앙>계간지 인터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산문집 이야기가 나와서 나온 줄 알았는데 아직 나오기 전인 것 같다. 사실, 시집보다 산문집을 더 기다렸다. 시인의 산문은 왠지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이유 없음! 그냥). 그것두 기대 많이.

 

 

그리고 남는 시간엔 읽다만 책들, 읽을 예정이다.

벌써 일 년이 지나가버렸다는 게 믿어지지 않지만 한 살 더 먹으면 지나가는 시간이 좀더 빨라질 텐데 쌓아놓은 책들은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죽어서 가져가지도 못할 것들. 살아 있을 때 열심히 읽어줘야 하는데... 그런고로, 내년 2012년에도 죽어라, 열심히, 책이나 읽겠다는 다짐!!

 

그럼 다들 해피한 새해를 맞이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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