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알리미가 왔다. 며칠 만에 알라딘에 접속했다. 겨울이 지나치게 긴 듯한 느낌이 들어 안 그래도 엉덩이가 들썩이고 있었다. 오늘 눈만 안 내렸다면, 완벽한 봄으로 가는 길목이었을텐데, 눈이 다시 내려 겨울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라고 쓰는데… 아, 다시 봄이 오는 소리(양철 지붕에 내린 눈이 녹으면서 빗소리 합주처첨 따다닥, 따다닥 요란하다)
『어떤 날』, 여행 무크지란다. 알리미로 지정해둔 몇몇 저자 덕분에 이 책을 만났다. 김소연과 이병률 시인. 이 두 사람만으로도 이 책을 구매하리라, 맘먹게 되는데 어랏, 요조와 성미정,이제니 시인, 여행에세이라면 두 번째도 서러워할 장연정과 최상희 작가의 사진과 에세이도 들어 있다.
무크지라는 콘셉트답게 보여주는 사진만으로도 들썩이는 엉덩이를 자리에서 떼게 만든다. 당장 어디로든 떠나게 만든다. 봄, 그래 기다리면 올 것은 오고 말테니 떠나리라!
함민복 시인의 새 시집이 나왔다. 제목도 아름다워라! 『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이라뉘! 그를 생각하면 고향 오빠가 생각난다. 선하고 묵직하고 가난하지만 바라보고만 있어도 믿음직하고 미소짓게 만들어주는 그런 고향 냄새 물씬나는 오빠. 8년 만에 선보이는 시집이라고 하니 기대가 크다. 책소개에 이런 글, "손끝에서 놀아나는 섣부른 수사나 과장 없이 정갈한 언어에 실린 솔직하고 담백한 ‘삶의 목소리’로 일구어낸 시편들이 따듯한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잔잔한 울림을 선사한다."
보름달 보면 맘 금세 둥그러지고/그믐달에 귀 기울이면 움푹 비워진다//달은/마음의 숫돌//모난 맘/환하고 서럽게 다스려주는//달//그림자 내가 만난/서정성이 가장 짙은 거울(「달」 전문)
뜨겁고 깊고/단호하게/매순간을 사랑하며/소중하다고 생각하는 바로 그것들을/당장 실천하며 살아야 하는데/현실은 딴전/딴전의 힘으로 세계가 윤활히 돌아가고/별과 꽃이 아름다운 것 같기도 하지만/늘 딴전이어서/죽음이 뒤에서 나를 몰고 가는가/죽음이 앞에서 나를 끌어당기고 있는가/그래도/세상은 세계는/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단호하고 깊고/뜨겁게/매순간 나를 낳아주고 있다(「눈물을 자르는 눈꺼풀처럼」 전문)
주문했다.
『롤랑 바르트가 쓴 롤랑 바르트』, 『사랑의 단상』을 사놓고 한 페이지 읽다 말았는데 한 사람에게 빠지면 읽었든 아니든 책을 사 모으는 게 취미가 되어 버렸다.
책소개를 읽어보니 확, 당겨버렸다. "무엇보다 이 책은 독특한 구성을 취한다. 사료 중심, 순차적인 시간 구성을 취하는 기존의 자서전 형식에서 벗어나 200여 개의 단장들을 나열한다. 또한 바르트를 ‘나’, ‘그’, ‘자기 자신’, ‘당신’ 등으로 다양하게 호명하며 자신을 다각도에서 조명한다. 그러니 이 책의 제목에 쓰인 두 번의 롤랑 바르트는 서로 다른 의미의 바르트를 지칭하는 셈이다."
올라온 본문의 글은 일단 마음에 드는데 내일 서점에 나가 찾아봐야겠다. 아마 맘에 들 것 같은 예감.
블로그는 바쁘면 그냥 넘기기 일쑤다. 매일이든 일주일에 한 번이든 관심이 없으면 방치하게 되는데,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시를 자주 올리는 편. 어느 날 사진과 짧은 글을 올리면 어떨까, 생각했었다. 쉽지 않았다. 그러던 찰나에 만난 책 한 권! 『3시의 나』
처음에 봤을 때는 이런 글과 그림도 책이 될 수 있구나, 의아해했었다. 글만 쓰면 길어지고 딴 소리하는 삼천포형이라 뭔가 꽉 차지 않은 느낌의, 마치 내 블로그 이웃의 글을 보는 듯한. 근데, 매일 오후 3시에 글을 올리는 일이 쉬울까? 아닐까? 생각해보니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문득 든 생각. 오호라! 나도 이렇게 글을 써봐야겠다. 짧은 생각을 넣은 글. 그리고 당장 시작해보았다. 그림을 못 그리니 나는 사진을 넣었고, 매일 올리지는 못하니까, 생각날 때 한 번씩 그날의 기억날 만한 일상을, 나만 알아보게(이건 별로이지만 나는 좋음ㅋ).
아직까지는 좋다. 따지고 보면 블로그에 글을 올려본 사람들이라면 신선한 것은 아닌데 이상하게 끌렸다고나 할까. 책 속의 주인공이 일러스트레이터이니까, 일러스트하는 친구들에게 선물하면 좋아할 것 같은 책. 긴 글 좋아하지 않는, 취미가 독서가 아닌 친구들도 좋아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