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구경하다가 아빠가 쓴 육아(!)서 두 권을 발견했다. 한 권은 뱃속의 아이를 향한 아빠의 사랑이 담긴 40주간의 기록, 또 다른 한 권은 육아에 관한 경험담을 다룬 책. 엄마가 아닌 아빠들이 쓴 일기라 더 눈에 띈 것 같다.

 

시인 김경주의 글이다. 『자고 있어, 곁이니까』라는 예쁜 제목을 가진 책. 아비가 되기까지 40주간의 순간순간을 시심으로 담은 책이다. 아이가 태어나 아이를 보면서 아이의 일상을 기록한 책도 아니고, 아이를 가진 어미가 뱃속의 느낌을 담은 책도 아니다. 아이를 가진 아내를 40주 동안 지켜보면서 보고 느낀 감정을 풀어냈다.

 

"오늘은 처음으로 네 심장 소리를 들은 날이란다. 며칠 전 병원에 가서 네가 이 세상에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후 얼마나 이 시간을 기다렸는지 모른다."로 시작하는 태아와 산모에 관한 아비 김경주의 마음. 한 편으로 그 따뜻함에 감동이, 다른 한 편으론 왠지 오글거리는 느낌이다. 시인이 아니면 어느 누구도 뱃속에 들어 있는 아이에게 이런 글을 쓰진 않을 것 같은 느낌. 그건 아마도 내가, 아이는커녕 결혼도 하지 않은 미혼인 탓에 더 그럴 테지. 하지만 한 여자의 입장에서 아비로서, 남편으로서 시인이 보여주는 그 따뜻한 마음은 왠지 부럽다. 내 성격에는 해준다고 해도 부끄러워할 테지만;;

 

그럼 또 다른, 아빠의 마음이 담은 책을 보자. 『나는 아빠다』그동안 아빠의 육아 지침서가 시중에 안 나온 것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은 좀 다르다. 전문가들의 조언이 담긴 그런 책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한 아빠의 좌충우돌 육아 경험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돌보며 겪은 아빠의 생각. 보고 듣고 느낀 것들이 자연스럽게 들어 있다. 누구를 가르치려 하지 않는다. 또 아이들에게도 그러하지 않는다. 아이와 지내면서 힘들어하는 일을 놀이로 만들거나 사소한 부분을 아이들과 나누면서 아이들의 마음을 존중하고 자존감을 심어주려 할 뿐이다.

 

아이를 낳아보지도 엄마처럼 키워보지도 않았지만 고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세상에 나와 어린이집에 들어갈 때까지의 과정을 지켜본 바는, 있는 나로서는 저자가 들려주는 조언과 경험담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나 어쩐다나.

 

가장 공감이 간 부분은 엉뚱한 이야기 짓기에 관한 글이었다. "아이들이랑 할아버지랑 이런저런 색깔의 옷을 입고 아주 높은 미끄럼틀, 그러니까 구름보다 더 높은 미끄럼틀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이야기, 구름과 달님한테 인사를 하고 다시 미끄럼틀을 타고 신나게 내려오는 이야기 같은 것이었다. 나는 그저 이 즉흥적인 세계 안으로 무엇이든, 누구든 불러내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저자는 아이를 재우기 위해 시작한 것이지만 허튼 소리로 끝날지언정 아이들에게는 행복하고 즐거움을 선사해줄 수 있다는 사실. 잠시동안 조카를 지워본 바로는 이해백배가 되었던 부분.

 

요즘 엄마와 아빠의 역할이 바뀌어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아빠들이 점점 늘어난다고 한다. 좋은 현상. 아이는 엄마만 키우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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