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팬과 마법의 별 2 - 판타 빌리지
데이브 배리.리들리 피어슨 지음, 공보경 옮김, 그렉 콜 삽화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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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의 취향은 정말 각각인가 보다. 난 어릴 때 피터팬을 영화로 본 기억밖에 없다. 책으로는 읽었던 기억도 없고 그다지 읽어보고 싶은 생각도 없었던 것 같다. 그 생각은 희한하게도 어른이 된 지금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얼마 전에 나온 피터팬의 책을 보며 난 왜 관심이 안 가지? 하는 생각까지 했다나? 암튼 그런 내가 유독 이 책엔 관심 집중하여 조카에게 선물을 핑계로 구입하였다는 사실. 그래서 그건 또 왜 그럴까? 생각해봤다.(아, 이 학구적인 자세! ^^;)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뻔한 스토리가 아니라 알지 못하는 비긴즈 스토리에 내가 관심을 가지더라는 말씀. 물론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피터팬과는 상관이 없는 책이지만 이제부터 피터팬을 알게되는 많은 아이들은 피터팬 탄생과정에 대해 이 책이 기본이 될 것이라는 상상까지 하게 한다. 그만큼 내겐 피터팬보다 이 책이 더 좋았다는 이야기다. 더불어 이젠 피터팬이 궁금해지기 시작했으니 피터팬을 읽을 생각이 없던 내게 피터팬을 읽을 욕구를 가져다 주었으니 역시 사람의 취향은 각각이지만 언제든 변화무쌍한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다고나 할까? ^^

 우리가 알고있는 피터팬은 많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웬디를 만나기 전에 피터는 어떻게 살았으며, 피터가 어떻게 소년으로 영원히살게 되었고, 후크 선장은 또 어쩌다가 한쪽 손을 잃게 되었으며, 팅커벨 같은 요정은 또 어떻게 생겨났단 말인가? 이런 궁금증이 머릿속에 가득한 한 꼬마의 질문이 없었다면 작가인 리들리 피어슨은 이 책을 쓸 생각도 안 했을 것이다. 딸을 위하여 이렇게 재미난 책을 쓸 생각을 한 작가에게 나까지 고마워하고 싶다. 그 꼬마의 호기심으로 이렇게 재미난 이야기가 탄생하였으니 말이다.

 이제 이 책이 왜 재미있는지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여기 웬지 음침하고 한눈에도 불결하고 범죄스러운 배가 있다. 고아로 자란 아이들 다섯은 고아원 선생이 아이들을 런둔에 있는 자보프 3세의 노예로 팔아먹어 이 음침한 배 네버랜드호를 타게 되었다. 탈출 방법을 모색하지만 방법이 없다. 그때 아이들 중에서 제일 용감하고 씩씩한 피터는 탈출하려다가 몰리라는 아이를 만나게 된다. 몰리에겐 뭔가 특별한 힘이 있어 보이지만 피터는 그게 뭔지 알아낼 수가 없었다. 우연히 돌고래와 이야기를 나누는 몰리를 보게 된 피터, 그리고 피터가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은 그 후에 벌어지게 될 기이하고 신비한 일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다.

 몰리가 이야기 해주는 신비한 이야기를 우선 들어보자. 네버랜드 호엔 만지면 기분이 좋아지는 신기한 트렁크가 있다. 그 트렁크 속엔 신기한 마법의 별가루가 들어 있는데 몰리는 그 별가루를 나쁜 일에 쓰고자 하는 악당들로 부터 지켜야 하는 지킴이다. 그 별지킴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를 통해 그 임무를 맡아왔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제우스나 아폴로 같은 신들은 유성처럼 쏟아지는 별가루를 발견하여 그 별가루로 인해 얻은 초인적인 힘으로 신으로 행세한 사람에 불과하다. 그리고 신화 속의 켄타우루스는 원래 말이었는데 별가루를 만지는 바람에 반인반수가 되었고(이 이야기를 뒷받침해주는 이야기가 2편에 보면 인어들에게서 나타난다) 별지킴이가 별가루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떨어뜨린 별가루를 우연히 발견한 이들 중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라젤로가 있는데 몰리의 말에 따르면 그 마법의 별가루를 살짝 사용한 후에 예술적 재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들처럼 별가루를 자신의 재능을 위해 사용한 사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아틸라 더 훈이라는 정복자는 별가루를 손에 넣고 온갖 악행을 저지른 사람이었다나. (놀라워라~! 듣고보니 소설이라도 너무나 진짜같다.) 그제야 몰리를 믿게 된 피터, 모험은 이제부터다.

 난 판타지에 대해 그다지 흥미를 못 느끼는 탓에 해리포터도 읽다가 말았다. 내가 읽기 전에 조카에게 먼저 읽어라고 주었는데 조카는 그 자리에서 1권을 읽어버리더니 너무나 재미있다며 2권마저 읽어버렸다. 그렇게 재미있어? 하며 다른 책 제쳐두고 읽었더니 오호~정말 흥미진진해지는 것이 아닌가? 사실 1권을 읽고 며칠이 지난 어제 2권을 읽었는데 1권에 비해 2권엔 모험 가득한 이야기와 피터팬의 탄생 과정이 나오면서 몰두하게 만들었다. 네버랜드가 생기게 된 배경을 비롯하여 팅커벨의 탄생 과정과 피터팬과 아이들이 네버랜드에 남게 된 이야기가 다 나온다. 그리고 피터팬이 어쩌다가 영원한 소년으로 남게 되는지에 대해서도 말이다. 정말 단숨에 읽어버릴 정도도 흡인력이 있었고 잠도 못자고 다 읽어버렸다는 사실.^^

 이제 난 원작 피터팬이 궁금해졌다. 피터팬이 생겨나게 된 배경을 다 알았으니 판타지 같은 피터팬의 이야기를 읽어도 에이, 말도 안 돼! 라는 말은 안 할 것 같다. 왜냐하면 난 피터가 어떻게 피터팬이 되었는지 아는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니까 말이다. 혹시,아직도 피터팬의 비긴즈 스토리를 모른다면 피터와 함께 운명을 바꾼 최고의 모험 세계로 얼른 빠져 들어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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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도둑 초승달문고 11
임어진 지음, 신가영 그림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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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아이들 이야기를 읽어보면 꽤 재미있다. 내가 어렸을 땐 왜 그런 재미있는 이야기들에 빠지지 못했는지 어른이 된 나는 늘 아쉬워한다. <이야기 도둑> 문체도 구수하고 이야기도 흥미로운 이 책은 이야기를 잘 하는 설아기라는 아이의 이야기다.

 누구하고도 동무삼아 도란도란 이야기 꽃을 피우는 아이. 그러나 설아기가 사는 나라는 이야기가 금지 되어 있다. 임금님이 임금님에 대한 이야기 딱 하나만 남겨두고 이야기씨를 다 가두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님은 이야기 좋아하는 설아기가 다칠까봐 걱정이다. 고민 끝에 설아기를 관찰한다. 어느날 잠자고 있던 설아기 몸안에서 나온 혼쥐를 발견한 부모. 옛날부터 사람에겐 두 마리의 혼쥐가 사람이 잠던 틈에 코에서 나와 돌아다닌다고 이야기 들었지만 설아기에겐 한 마리의 혼쥐가 더 있는 것이다. " 맞다. 이 세 번째 혼쥐가 세상의 이야기를 엿듣고 설아기에게 훔쳐다주는 도둑이다." 라고 생각한 부모는 그 혼쥐를 없애버린다. 이제 설아기는 이야깃거리가 없어져 버렸다. 이야깃거리가 없으니 친구들도 설아기도 재미난 일이 없다. 더군다나 설아기는 시름시름 앓기까지 한다. 그제야 부모는 자신들이 설아기의 이야기 혼쥐를 없애버렸다고 말한다. 설아기는 그때부터 울고불고 난리다. 마을 사람들 모두 그 울음소리에 일을 못할 지경이다. 어느날 마을의 가장 나이가 든 노인이 찾아와 설아기에게 말한다. 이야기 씨를 찾으러 가라고 이야기 씨를 고이 간직하고 있으면 이야기 혼쥐가 다시 태어난다고...이제 설아기는 울음을 그쳤다. 그리고 힘이 난다. 임금님 궁에 갇힌 이야기 씨들을 찾으러 떠나기로 한 것이다. 팍팍한 길, 끝이 없는 길, 그 먼 궁으로 말이다.

 <이야기 도둑>은 우리 고전 전래동화처럼 감칠 맛이 있다. 단어들도 너무 재미있다. '요래조래' '납죽거리지' '둘레둘레' 같은 단어들은 발음 해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그런데다 이야기 씨들을 가두어둔 방을 지키는 빗장신이 내는 수수께끼는 흥미롭기도 하다. 이야기에 정성이 가득 들어간 이 책은 외국 동화에 빠져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같이 준다. 우리의 동화들도 이렇게 재미있다는 것을 <이야기 도둑>은 가르쳐 주는 듯하다.

 세상에 많고 많은 도둑들 중에 이야기 도둑이 있다니...그런 도둑쯤은 곁에 두어도 무섭기는커녕 너무너무 재미날 것 같다. 그럼 우리 이야기 도둑이나 잡으러 떠날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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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에, 그러니까 <미국의 송어낚시>가 무슨 낚시 잡지인 줄 알고 대충 훑어 본 기억이 난다..봤다고 해서 읽었다고 할 수는 없다. 특이한 제목에 잡지사의 부록으로 나왔는데다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글들로 가득했기에 나로서는 읽기에 무리였던 것. 그 후로 <송어낚시>나 <리처드 브라우티건>이란 이름을 들으면 부록으로 나온 그 책이 생각난다.그리고 이 부분에서 나는 잠시 착각을 하고 있었는데 난 부록을 내 준 책이 여성잡지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 당시에 난 여성잡지에 심취해 있었고 잡지의 부록이었다면 당연히 여성잡지밖에 없었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기억력 좋은 동생의 말로는 <문예중앙>의 부록이었다고 한다.(뒷 부분에 보면 1984년에 리처드 브라우티건과 인터뷰한 내용이 있다. 그러나 그는 이 책의 한국어 판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뭐 어쨌든 부록은 부록이니 얘기는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송어낚시>하면 괜히 아는 척은 하고 있었다지. 이번에 이 책을 새로 출간하여 결국 읽고 말았다. 문체는 간결하고 쉬우며 읽어내려가는데 문제가 없다. 그 간결한 문장에 환경문제와 미국의 진보주의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만 여전히 내겐 어렵다. 해설을 읽고 각주를 읽으면서 그 시대를 이해한다지만 말이다.- -;;

작가인 리처드 브라우티건은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배불리 먹기 위해 일부러 경찰서에 돌을 던지던 사람이었다. 그 바람에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긴 했지만 말이다. 그는 미국의 반문화 운동을 주도하며 1960년대 초반까지 세 권의 시집을 냈다고 한다. 그러고보니 그의 글들은 시적이다. 시구詩句 속에 들어 있는 많은 은유법들이 그의 글들에 들어 있다. 어쩌면 그래서 그의 글엔 해석이 필요한 건지도 모르겠다. 내 생각이지만... 암튼, 그런 그가 1967년에 <미국의 송어낚시>라는 특이한 형태의 소설을 출간했는데 당시 대학생들에게 이 소설에 담긴 강렬한 반 체제 정신, 기계주의와 물질주의 비판 등에 매료되어 마치 성서처럼 이 책을 들고 다녔다고 하니 대단한 작가가 아닐 수 없다. 그런 그는 그 후에 몇 권의 책을 더 발표하여 미국 문단에 큰 영향을 끼쳤다. <월든 호수에서 낚시질하는 소로우, 페허의 호수에서 재생을 기구하며 송어낚시를 드리우는 헤밍웨이의 닉 애덤스,자살하기 전 찰스 강 속의 거대한 송어를 바라보는 포크어의 퀘틴 캄스, 밤마다 제방 건너 녹색의 불빛을 바라보다 죽어간 피츠제럴드의 개츠비 이들은 모두 궁극적으로 <미국의 송어낚시>를 추구했던 미국문학의 주인공들이다.> 미국문학에 심취해 있던 하루키도 그를 좋아했다고 하니 미국 문단 뿐 아니라 어쩌면 문학을 좋아하는 세계의 모든 문학도들에게 영향을 끼쳤는 지도 모르겠다. 리처드드 브라우티건은 이제 이 세상에 없다. 1984년 권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루키는 갑자기 주목받는 사람이 되었을 때 자신도 브라우티건처럼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될까봐 굉장히 조심했다고 한다.

브라우티건은 가고 없지만 그의 책은 이렇게 남았다. 시대를 초월해서. 이 책은 시를 읽듯이 음미하며 글 속에 담긴 메세지를 이해하면서 읽는 것이 좋겠다. 그래서 내겐 어렵다. 다른 소설들처럼 쉽게 읽고 쉽게 생각하는 그런 소설이 아니라 뭔가 깨달아야 하고 뭔가 느껴야 하는 소설이었기에 더더욱 내게 어렵게 다가온 지도. 소설을 읽는 데도 다 때가 있는 듯하다. 내가 비록 오래 전에 그 책을 못 읽어 지금 다시 읽었는데도 이해를 못한다면 아직 그 '때'를 못 만난 것이다. 그래도 아쉬워하지 않는 것은 리처드 브라우티건의 책이라면 십 년 후에 아니 몇 십 년이 지난 후에도 다시 읽을 수 있는 책이기에 그럴 것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책이라 리뷰도 많다. 그래서 난 리뷰 생략. 좋은 책이니 다들 읽어보시라고 강력히 주장. ^^*

앗! 그러고보니 그 오래 전에 부록으로 나온 야마다 에이미의 책도 있었다. <배드타임아이즈>라고..그 책을 부록으로 내 준 잡지 역시 문학지였는지 여성지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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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1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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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이름도 긴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이케부쿠로라는 공원의 서쪽문을 이야기 한다. 궁금한 것은 못 참는 나로서는 그곳으로 당장 여행은 못 가더라도 알기는 알아야겠기에 살짝 검색을 해 봤다. 신쥬쿠와는 다르게 학생들이 많이 붐비는 곳이라고 한다. 동쪽문 부근은 백화점이 많고 서쪽문은 이 책과 드라마의 영향으로 유명해졌으며 북쪽문 부근은 중국인들이 많이 산다고 한다.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 마시마 마코토는 서쪽문 부근에서 조그만 과일가게를 하는 어머니를 도우며 살고 있다. 제대로 취업도 안 되었고 아르바이트도 시시한 생각이 들어 용돈이나 벌자고 어머니의 가게를 돕는 것이다.

 연작으로 꾸며진 네 편의 이야기 모두 이케부쿠로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일들이다. 앞서도 이야기 했다싶이 이곳은 직장인이나 나이가 든 사람들 보다는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 또래의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곳이다. 여름이면 날이 새도록 공원에서 노는 아이들로 붐볐다. 춤추는 아이들, 스케이트 보드나 마운틴 바이크로 묘기를 부리는 아이들, 그런 아이들마다 그 나름대로 각자 팀을 가지고 있으면서 보이지 않는 세력권을 펼치고 있었다. 그 중심에 야쿠자도 아니고 세력이 조금 큰 주먹 패인 G보이스(boys)의 편도 아닌 해결사(?) 마코토가 있다. 

 첫 번째 이야기에 친구로 지내던 리카가 누군가에게 목졸려 숨지자 그 일을 해결하기 위해 뛰어 든 것이 이 소설의 토대가 된 것이다. 난 드라마도 보지 않았고 그 유명한 소년 탐정 김전일도 잘 모르는데 아마도 마코토의 역할은 그 비슷한 것 같다. 이야기를 읽는 동안 내 머릿속에서 마코토와 에릭이 클로즈업 되어 참 희한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말이다.

 첫 번째 이야기 표제작인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서 이시다 이라는 원조교제로 인한 이상 성욕자의 이야기를 다루었고, 두 번째인 <익사이터블 보이>에선 부유한 집안의 자제들로  이루어진 야타족에 의해 강간 살해된 야쿠자 보스의 딸을 다루면서 일본에서 요즘 많이 생겨난다는 '히키코모리(引きこもり)' 에 대해서도 언급하였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 마코토는 그 둘을 멋지게 해결하지만 말이다.

 그 뒤를 잇는 세 번째 이야기 <오아시스의 연인>에서는 안마시술소에 나가는 일본인 연인에게 마약을 팔아 몸을 망치게 하는 마약상들에게 덤벼든 겁없는 이란인이 나온다. 마코토는 여기에서도 멋지게 마약상들을 제압한다. 그러면서 불법체류하고 있는 지식있는 이란인의 이야기도 한 몫하면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끌어 간다. 그리고 마지막인 네 번째 이야기 <선샤인 거리의 내전>을 나는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고 꼽겠다. boys들로만 이루어진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 야쿠자의 사주로 인해 잠정적인 전쟁 상태에 들어간 G보이스와 R에인절스 이제 그 거리에선 빨간 옷과 파란 옷을 입으면 공격을 당한다. 항상 평화로웠던 공원은 삭막해졌고 함부로 나다니다가는 폭행을 당한다. 마코토는 그 상황이 너무 싫었고 예전의 공원이 그리웠다. 돌려 놓을 방법을 고심하다가 우연하게 그 방법을 찾았다. 역시 마코토다. 쿨하고 멋지다.

 이시다 이라는 마지막에 <거리는 굉장히 재미있는 무대이자 엄격한 학교다. 우리는 거기에서 부딪치고 상처입고 배우며 조금씩 성장한다(필경). 거리의이야기에는 끝이 없다. 그러니까 나도 안녕이라고 말하진 않겠어. 언젠가 어디선가 다시 만나자고. 그때까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잔뜩 찾아 놓을 테니까> 하고 너스레를 떤다. 그러면서 <찾지 못했을 땐 꾸며 내면 된다. 내 거짓말이 그럴듯하다는 건, 여기까지 읽은 당신이라면 잘 알고 있을 테지?>하며 끝을 맺는다. 물론 이시다 이라는 소설을 쓴 것이다. 하지만 난 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세상의 젊은이들이(^^:) 마코토만 같다면 아니, 폭력을 쓴다해도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의 다카시나 교이치만 같다면 어른들은 그들의 앞날을 걱정하지 않아도 좋을 것이?그들을 보며 혀를 찰 일도 없을 것이다.

 이제 드라마가 몹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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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점선 스타일 - 전2권 세트
김점선 외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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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난 그림을 잘 모른다. 그저 색깔이 예쁘고 내 눈을 끌면 다 멋지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같지만 내 눈을 끄는 그림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림을 모르니 가능한 일이다. 김점선, 점과 선으로 살 팔자인 것을 그의 부모는 아셨나보다. 평생을 그림을 그리며 살았으니 말이다. 난 요즘 이 여자가 좋다. 나보다도 나이가 조금^^ 많지만 반말이 하고 싶어진다. 그런다해도 그는 '그래? 좋아 그렇게 불러 돼'하고 허락할 것 같다. 그래서 더 좋다.^^

 <김점선 스타일>은 두 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1권은 김점선이 인터뷰한 문화계의 인사들이고 2권은 김점선의 친구들이 말하는 김점선의 이야기다. 1권에서의 인터뷰 내용도 그렇고 2권에서 말하는 김점선도 너무나 독특하고 개성이 넘쳐서 도대체 그보다 젊은 나는 왜 그러고 못 사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다. 그 독특한 개성만큼 그의 그림도 활기차고 발랄하다. 원색의 화려함과 아이가 장난치듯 그려 놓은 그림들은 볼 때마다 눈이 돌아간다.

 조영남과 둘이 '전국 화투짝 그리는 사람 협의회'에 회원인 그는 화투를 가지고 묘하게 패러디한 그림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또 조은 시인의 집을 자신의 그림으로 도배를 해서 같이 있던 갤러리 대표에게 괜히 조은 시인이 질시를 받았으며, 아들의 결혼식엔 부모 자리에 시누이 내외를 앉혀놓고 자신은 검은 티셔츠에 몸빼차림으로 하객석에 앉아 있었다. 그 뿐인가? 자신을 빼고 친구들끼리 연극계획을 세웠다고 내 집 드나들듯 친한 친구를 십 년이나 안 보는 속좁은 인간이다. 그럼에도 그의 주변에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친구들이 있는 것은 그만큼 그가 순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동심에 가까운 그림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어깨가 아파 더 이상 그림 작업을 할 수 없을 때도 그는 포기 하지 않았다. 오십견을 핑계삼아 오호라 잘 됐다 하고선 컴퓨터그림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그의 그림을 전시회 뿐 아니라 책에서도 가방, 엽서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다. 그가 작년 만우절날 모 일간지에 ' 광복절날 판화 몇천억 장을 찍어 전 세계에 돌리겠다' 는 글을 올렸댄다. 그 글을 보고 기겁해서 전화 한 갤러리 대표에게 김점선은 담담하게 날짜를 보세요 했다고 한다.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지만 그 일화처럼 어쩌면 그는 그 일을 진짜로 해 낼려고 작정한 것인지도 모른다. 천연덕스럽게. 어쩐지 하고도 남을 것 같다.

 둘이면 곤란한 김점선 스타일. 오래도록 두고두고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늘 그렇게 그 자리에서 내가 120살이 될 때까지도 그 스타일 그 독특함으로 '여자 조르바'란 소릴 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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