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점선 스타일 - 전2권 세트
김점선 외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난 그림을 잘 모른다. 그저 색깔이 예쁘고 내 눈을 끌면 다 멋지다. 아주 단순한 이야기같지만 내 눈을 끄는 그림을 만나기란 쉽지 않다. 그림을 모르니 가능한 일이다. 김점선, 점과 선으로 살 팔자인 것을 그의 부모는 아셨나보다. 평생을 그림을 그리며 살았으니 말이다. 난 요즘 이 여자가 좋다. 나보다도 나이가 조금^^ 많지만 반말이 하고 싶어진다. 그런다해도 그는 '그래? 좋아 그렇게 불러 돼'하고 허락할 것 같다. 그래서 더 좋다.^^

 <김점선 스타일>은 두 권으로 나뉘어져 있다. 1권은 김점선이 인터뷰한 문화계의 인사들이고 2권은 김점선의 친구들이 말하는 김점선의 이야기다. 1권에서의 인터뷰 내용도 그렇고 2권에서 말하는 김점선도 너무나 독특하고 개성이 넘쳐서 도대체 그보다 젊은 나는 왜 그러고 못 사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다. 그 독특한 개성만큼 그의 그림도 활기차고 발랄하다. 원색의 화려함과 아이가 장난치듯 그려 놓은 그림들은 볼 때마다 눈이 돌아간다.

 조영남과 둘이 '전국 화투짝 그리는 사람 협의회'에 회원인 그는 화투를 가지고 묘하게 패러디한 그림으로 웃음을 자아낸다. 또 조은 시인의 집을 자신의 그림으로 도배를 해서 같이 있던 갤러리 대표에게 괜히 조은 시인이 질시를 받았으며, 아들의 결혼식엔 부모 자리에 시누이 내외를 앉혀놓고 자신은 검은 티셔츠에 몸빼차림으로 하객석에 앉아 있었다. 그 뿐인가? 자신을 빼고 친구들끼리 연극계획을 세웠다고 내 집 드나들듯 친한 친구를 십 년이나 안 보는 속좁은 인간이다. 그럼에도 그의 주변에 나이를 불문하고 많은 친구들이 있는 것은 그만큼 그가 순수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동심에 가까운 그림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어깨가 아파 더 이상 그림 작업을 할 수 없을 때도 그는 포기 하지 않았다. 오십견을 핑계삼아 오호라 잘 됐다 하고선 컴퓨터그림을 탄생시킨 장본인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그의 그림을 전시회 뿐 아니라 책에서도 가방, 엽서에서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다. 그가 작년 만우절날 모 일간지에 ' 광복절날 판화 몇천억 장을 찍어 전 세계에 돌리겠다' 는 글을 올렸댄다. 그 글을 보고 기겁해서 전화 한 갤러리 대표에게 김점선은 담담하게 날짜를 보세요 했다고 한다. 황당하기 그지 없는 이야기지만 그 일화처럼 어쩌면 그는 그 일을 진짜로 해 낼려고 작정한 것인지도 모른다. 천연덕스럽게. 어쩐지 하고도 남을 것 같다.

 둘이면 곤란한 김점선 스타일. 오래도록 두고두고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늘 그렇게 그 자리에서 내가 120살이 될 때까지도 그 스타일 그 독특함으로 '여자 조르바'란 소릴 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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