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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사군자 / 2006년 11월
평점 :
작년에 레비 스트로스의 <슬픈 열대>를 꼭 읽어보겠다고 도서관에서 빌렸다가 시간에 쫓겨 결국 읽지 못하고 돌려준 적이 있었다. 반납하면서 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지 내 언젠가는 그 책을 읽어보고 말 테야. 뭐 아직까지도 난 읽어보지 못하고 있지만 이 책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를 읽은 지금, 왠지 그 책을 읽어줘야 할 것 같은 책임감이 앞선다.
아마존은 지구의 마지막 오지이며, 살아있는 화석,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이라 불린다. 그 크기는 대자연 그 자체이며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 아마존 강에서 내뿜는 산소는 지구 산소의 10분의 1을 차지하며 곤충군은 어마어마하여 아마존에 사는 곤충과 벌레의 무게를 합치면 그곳에서 서식하는 척추동물의 무게를 능가할 정도라고 한다. 그런 곳에서 수 천년 동안 살아온 인디오들 역시 자연 그 자체이다. '소유'도 없고, '욕심'도 '과잉'이란 것도 없다. 그저 그곳에서 자연의 법칙대로 살아왔기에 권력조차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 책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는 그런 자연의 이야기다.
그렇다면 아마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로 만난 아마존은 식인종에 아나콘다에 미개해 보이는 부족들의 무시무시한 것들 뿐이고, 책에서 만난 아마존의 기억은 루이스 세풀베다의 <연애소설 읽는 노인>이다. 그 책을 처음 읽으면서 느낀 점은 아마존에선 그들의 삶터와 환경을 지키기 위해 굉장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구나! 였다고나 할까. 인간의 탐욕과 어리석음은 이 책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에서도 소개했듯이 자신들의 이익과 욕심을 위해 그들의 땅을 빼앗고 삶마저 바꾸려고 한다. 그래서 내가 알고 있는 아마존은 레비 스트로스의 첵 제목처럼 <슬픈 열대>이다. 그러나 그런 아마존에서 저자인 정승희 감독은 나름대로 아마존을 사랑하고 아끼며 자신의 열정을 불태운다. 적어도 <슬픈 열대>가 아닌 '자연스럽게 사는 법' '마음의 평화'를 얻는 법을 우리에게 보여주기 위해 노력한다.
정승희 감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KBS 도전 지구 탐험대> 촬영 감독이다. 우리는 그의 노력과 고생 덕분에 집에서 편안하게 아마존의 곳곳을 구경할 수 있었다. 애벌레 '모호이'를 씹어 먹는 부족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고, 생전 처음 보는 아마존 부족들의 원시인과 같은 생활상에 놀라워하기도 했었다. 그 모든 것에 저자의 고생과 스텝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린 <동물의 왕국>이나 <내셔널지오그래피>에서 보여주는 더빙 방송이나 봐야 했을 것이다.
이 책 <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에는 정승희 감독의 10년에 걸친 아마존 인생이 들어 있다. 모두 4부로 나누어 아마존에서 '나'를 발견하는 과정과 아마존에 중독된 이유, 그리고 아마존에서의 생활, 마지막으로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이라 일컫는 '싱구' 부족에 대한 이야기로 이루어졌다.
아마존에서 '나'를 발견하기 위해 정승희 감독은 인디오들이 자신을 '충'이라 부르기까지의 과정에서부터, 부족들마다 한국의 라면 봉지를 매달아 두기 위해 나름 애쓴 흔적들, 그가 노팬티로 귀국한 사연, 아마존 아래 흐르는 검은 강 '마약', 20불에 자존심을 건 내용까지 모두 이야기 한다. 또 그가 아마존에 중독될 수 밖에 없는 이유에는 달콤 쌉싸름한 애벌레 간식부터 자연에서 생긴 병을 자연의 힘으로 치료하는 방법까지 다양하다. 그리고 마지막에 그가 소개하는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인 '싱구' 부족의 생활상은 그야말로 우리를 수 천년 전의 세계로 인도한다.
그러나 아마존의 인디오들은 점차 사라져 가고 있다. 아마존의 밀림이 문명인들의 끝없는 욕심으로 서서히 사라지는 것과 같이 과거 문명인들의 침략으로 수많은 아마존 인디오들이 학살 당하고 자본의 노예가 되어 가면서 문명에 의존하는 인디오들이 점차 늘어나고, 돈을 벌기 위해 도시로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정승희 감독은 그런 아마존을 보며 안타까워하고 두려워 한다. 지구의 마지막 오지 아마존에 인디오들이 살지 않는다면 아마존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분개한다. 그래서 그는 빌고 또 빈다. 욕심 많은 문명인들이 인디오들을 내버려두기를, 더이상 문명의 이름으로 아마존을 훼손시키지 말기를, 그래서 그들이 이류 최후의 에덴 동산이 아닌 인류의 영원한 에덴동산에서 아름다운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살기를 말이다.
인간의 참된 미래란 과연 무엇일까? 문명에 물들지 않고, 비록 원시적이라 할지라도 그들만의 생활 방식을 고수하며 자유와 평등을 누리며 사는 아마존 인디오들의 삶이야말로 참된 미래를 보여 주는 것이 아닐까? 옷을 벗고 자연으로 돌아가진 못할지언정 그들 삶의 태도와 방식을 배운다면 우리 역시 영원한 에덴동산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