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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의 콤플렉스
다이 시지에 지음, 용경식 옮김 / 현대문학 / 2006년 7월
평점 :
품절
<발자크와 바느질 하는 소녀>를 읽고 받은 감동이 사라질 무렵 이 파란바탕의 빨간 신발이 돋보이는 표지를 마주하고 그 감동을 이어가길 바랐지만 시간이 흘러 이제야 책을 펼쳤다. 늦지 않았다. 다이 시지에가 보여 준 그 유머가 여전했고 이야기 하나마다 이어지는 엉뚱한 결론엔 웃음이 나왔다. 블랙유머의 진수를 보여 준 작품이라 하겠다.
여기 뮈오라고 하는 남자가 있다. 그는 일찌기 쓰레기 냄새와 기름 섞인 물 냄새, 인스턴트 국수 냄새가 코를 찌르는 대학 기숙사에서 프로이드의 <꿈의 해석>에 넋을 잃는다. 불꺼진 기숙사 침대 위에서 회중전등의 떨리는 희미한 노란 불빛 아래 난해하고 추상적인 개념이 만무한 프로이드의 이론에 길고 긴 미로에서 길을 잃듯이 헤매다가 창문에서 던진 벽돌에 일격을 당한 사람처럼 프로이드에 빠져 <프로이드 뮈오>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난 후 중국에서 지독하게 어렵다는 시험에 통과하여 프랑스 정부 장학금을 얻어서 화려하게 파리에 입성했는데...
중국 최초의 정신분석가로 탄생하기까지 박사 논문을 얻기 위해 4년간 라캉식 정신분석을 받아야 했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일도 벌어지고 불어를 제대로 못했기에 중국어로 더구나 자신의 고향인 쓰촨성의 사투리를 쓰며 이따금 긴 독백 중에 '초자아'에 압도되어 문화혁명에 대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곤 했으니 뮈오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 지 말해 무엇하리. 그런 그가 정신분석가를 꿈해몽가 정도로 알고 있는 중국에 돌아와야만 한 이유에는 첫사랑의 여자가 있었다. 후찬. 그녀다.
중국 감옥에서 자행되는 고문 사진을 찍어 외국에 팔아 먹었다는 죄목을 가진 그녀는 곧 사형에 처해질 운명이다. 자신의 첫사랑이 그런 지경에 빠져 있는 걸 그냥 넘길 사람이 아닌 뮈오는 그녀를 구해올 방법을 찾는다. 나름대로 조사하고 알아본 바 그녀를 구할 방법은 오로지 판사를 구워 삶는 법. 내일 사형에 처해진다 해도 판사가 원하는 것을 들어 주었을 경우 최소한 형량이 줄어들기는 한다하니 뮈오가 뭔들 못하리오. 결국 알아낸 방법은 처녀구하기. 판사 디는 마작에 미쳤지만 처녀에도 미쳤다. 이제 뮈오의 '처녀구하기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다이 시지에는 블랙 유머를 사용하며 현대 중국의 생활상이나 정치의 부패에 대해 노골적인 비판을 한다. 판사에게 원하는 것만 해 주면 아무리 법을 어긴 사람이라도 감형이 되고, 여러가지 돈키호테식 행동으로 만나게 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자본주의화 되어가는 중국의 일면을 엿보게 한다. 하나의 이야기마다 유머와 익살스러움이 가득하고 마지막 스토리의 반전은 그야말로 백미다. 그러니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이 재미난 소설을 아직까지 읽지 못했다면 '불행'이라고 감히 이야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