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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알고 있는 인도는 어떤 나라인가? 사실 그다지 아는 게 별로 없다. 요가나 소, 힌두교 그리고 카스트 제도 정도? 소설은 읽어본 기억이 없고, 발리우드라고 불리는 영화만 몇 편 본 적이 있다(인도 영화는 정말 흥겹다. 거의 모든 내용이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데다 반드시 들어가는 춤과 음악은 어딘지 모르게 유치함이 느껴지지만 보고나면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그래서 잘 모르는 나라에 관한 소설을 읽는 재미는 그 나라를 여행하는 것만큼 신기하고 흥미롭다.
이 책은 우연찮게 이 동네 홈페이지에 들어갔다가 보게 되었다. 다른 곳에서도 제목을 봤는데 별 흥미를 못 느끼다가 "나는 체포되었다. 퀴즈쇼에 우승한 대가로!" 라는 홈페이지의 편집자 노트를 본 후에 급 관심을 가졌다. 뭐 중요한 얘기는 아닌데, 어쨌든 그 관심으로 인해 만나게 된 책이니(어디 그런 책이 한두 권이겠냐마는;;) 책이 올 때까지 눈이 빠지게 기다렸다는;;; 그리고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버렸다는;;; 좋았냐고? 두 말하면 잔소리다. 진짜!^^
제목도 재밌는 『Q&A』 한마디로 마음이 짠한 소설이다. 이제 겨우 열여덟 살밖에 안 먹었지만 주인공으로 나오는 '람 모하마드 토머스'라는 약간은 희귀한 이름을 가진 이 남자의 인생역정(?)이 고스란히 이 책에 들어 있다. 그 역정을 따라 가다보면 인도라는 나라가 보인다. 또 인도에 사는 여러 인간들의 삶이 나온다. 여행이 필요 없다. 이 소설 한 권으로 우린 인도를 다 알 수가 있다. 인도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과 끔찍한 인간 망종들, 비참한 삶, 그리고 그런 삶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까지. 인도의 휴먼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
이야기는 이렇다. 열여덟 살의 가난한 웨이터가 TV퀴즈쇼에 나간다(그가 왜 퀴즈쇼에 나가게 되었는지는 읽어보면 안다.^^). 그리고 그 퀴즈쇼에서 어이없게도 우승을 한다. 상금이 무려 십억 루피다(그게 얼마인지 나도 모른다. 1루피=26원(2004년)이라 하니 각자 계산을;;) 가난한 웨이터라고 해서 퀴즈쇼에서 우승하지 말란 법은 없지만 그는 학교라고는 가 본적도 없는 하층민이다. 그러니 퀴즈쇼 제작진들은 분명 속임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속임수를 알아내기 위해 주인공을 체포한다(사실은 제작진에게 다른 이유가 있다). 맙소사! 퀴즈쇼에 우승했다고 체포를 당하다니! 정말 인도스럽다.-.- 도둑질을 한 것도 아니요, 살인을 한 것도 아니다. 웨이터주제에 너무 많은 것을 안 죄다. 하긴 잡혀가서 그의 능력을 테스트하는 질문에 미국의 대통령이 조지 부시인지 콜린 파월인지도 모르고, 프랑스에서 상용하는 통화가 프랑인지 유로인지도 모르며, 피라미드가 파리에 있는지 카이로에 있는지도 몰랐으니 그런 오해를 살 만도 하다. 그럼, 도대체 '람 무하마드 토머스'는 어떻게 하여 퀴즈쇼에서 우승을 하게 된 것일까?
그 퀴즈엔 토머스의 삶이 들어있었다. 친구인 살림이 좋아한 배우 아르만 덕분(?)에 받은 1,000점을 시작으로 고아로 태어나 성당에 버려진 사연에서부터 아버지로 믿던 신부님이 돌아가시고 고아원에 들어간 이야기 속에 자연스레 알게 된 두 번째 질문의 답, 그곳에서 인간 망종들에게(난 인간 망종이라고밖에 표현 못하겠다.-.-) 팔려가 노래를 배우며 알게 된 크리슈나에 관한 질문 등등 나오는 퀴즈의 모든 문제가 토머스의 삶과 관련이 있는 문제였다. 그러니 웨이터든 학교 문턱엔 가보지 않은 하층민이었든지 간에 맞힐 수 있었던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이 소설엔 반전이 있다. 앞서 누군가 이야기 했듯이 세 번의 놀라운 반전이다. 이미 그 반전을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겨우 단 하나의 반전만 어렴풋이 눈치를 챘을 뿐이다. 끝부분에 가서야 아! 하는 바보 같은 소리가 나왔다. 하는 수 없이 다시 되돌리기;;;
작가인 비카스 스와루프는 이 책의 모티브를 정기교육을 받지 못한 인도의 모든 길거리 아이들도 인터넷을 한다는 보고서를 접하고 구성했다고 한다. 지식이란 학교에서 주입된 교육이 아니라 거리에서, 생활에서 직접 경험하고, 삶속에서 자연스레 배우는 것이라는 걸 주인공인 토머스를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알려준다. 더불어 이 책이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며 세계 여러 나라로 번역된 것은 그런 비참한 삶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따뜻한 이야기와 기발한 상상력이 퀴즈쇼! 만큼이나 흥미진진하게 전개되기 때문일 거다. 토머스의 가슴 짠하면서도 감동적인 삶, 그러니 어서 재생 버튼을 눌러 그의 퀴즈쇼를 감상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