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를리외르 아저씨 쪽빛그림책 2
이세 히데코 지음, 김정화 옮김, 백순덕 감수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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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리외르(Relieur)란, 필사본, 낱장의 그림, 이미 인쇄된 책 등을 분해하여 보수한 후다시 꿰매고 책 내용에 걸맞게 표지를 아름답게 꾸미는 직업이다. 다시 말해 좋은 책을 아름답게, 오래 보관할 수 있게 하는 총체적인 작업이다. 중세 유럽에서는 수도승들이, 16세기 이후에는 왕립도서관 소속인 '를리외르'들이 제본을 담당하였다. 예술제본이 발달했던 프랑스에서는 지금도 예술의 한 분야로 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아, 이 아름다고 사랑스런 책을 읽고 눈물이 찔끔 났다. 감동적일 때도 찔끔, 슬플 때도 찔끔, 눈물 많은 나는 별 것도 아닌 것에도 곧잘 눈물을 흘린다. 특히 그림책을 보다가 눈물을 흘릴 때가 많다.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나온다.-.-;;;(물론 너무 웃겨도 울지만;;)

수채화의 연필 자국이 주는 상큼하고 시원함과 를리외르 아저씨의 손에 깃들인 장인 정신, 그리고 400년을 이어온 를리외르의 일. 꽤나 감동적이다. 소피의 다 헤진 책을 정성들여 고쳐주는 를리오르 아저씨의 사랑이, 책 한 권도 소중하게 다루는 소피의 책에 대한 애정이 이 책 속에 담뿍 들어 있다. 요즘처럼 책의 홍수 속에서 애정을 갖는 책을 가진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오늘 밤 집에 가서 나도 그런 책 한 권 찾아둬야겠다. 두고두고 볼 책, 헤지면 예쁘게 고쳐서도 볼 책, 그런 책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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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방법 -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 리딩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김효순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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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책을 아주 많이 읽었다. 단지 내 온 인생을 바꾸어 버린 그 책뿐만이 아니라 다른 책들도. 그러나 책을 읽을 때, 나는 상처 입은 내 인생에 깊은 어떠한 의미를 주려고도, 위안을 찾으려고도, 더욱이 슬픔의 아름답고 존중할 만한 부분을 찾으려고도 절대 시도하지 않았다.   -오르한 파묵 『새로운 인생』중에서  
   

나도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오르한 파묵과는 반대로 나는 책을 읽을 때 많은 위안을 받는다. 의미를 찾고, 존중할 부분을 찾아 밑줄을 그을 땐 행복하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정독이나 슬로 리딩은 할 수가 없다. 그저 다독이다. 많은 좋은 책을 빨리 만나고 싶고 그 책들에게서 위안을 받으려 한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밑줄을 그어가며 기억할 문장을 기록하고 읽고난 후엔 가능하면 짧든 길든 책에 대한 느낌을 리뷰로 쓴다.

하지만 히라노 게이치로가 말하는 책을 읽는 방법은 다독이 절대로 아니다. 속독과는 또다르겠지만 '양'이 아닌 '질'적인 읽기를 하며 보다 '앞으로'가 아니라 보다 '깊은' 독서를 하라는 거다. 공감하는 바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늘 아쉬워하는 부분이 이 부분이다. 그가 말하듯이 휘리릭~ 책을 읽고나면 재미없는 책의 경우는 나중에 잊어버리기도 한다. 혹은 친구에게 이 소설은 말이야~ 하며 이야기를 해주려다가도 헷갈리기도 하고;;; 그래서 딴엔 선택한 것이 책읽고 리뷰쓰기인데 궁극적으로 천천히, 히라노 게이치로가 말하듯이 왜? 라는 의문을 가지고 작자의 의도를 생각하며 재독까지 한다면 정말! 내 머릿속에 그 책은 오래오래 제대로 기억되며 존재할 것이다. 그런 걸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나, 유구무언이다.

이 책 『책을 읽는 방법』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 공감하고 내 마음과 비슷한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읽는 방법에 감탄을 했다. 더구나 글쓰기에 관한 책은 많이 보았으나 책읽기에 관한 책은 처음 본 듯하여 아주 신기해하며 읽었는데(내가 관심이 없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예제를 들어가며 책을 읽는 방법을 말해주는 히라노 게이치로의 정성에 탄복할 따름이다.

특히 재독의 의미에 대해 설명한 부분엔 많은 공감을 했다. 똑같은 한 권의 책이 처음 읽었을 때의 느낌과 십 년이 지난 후에 다시 읽었을 때의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경험해본 바 있기에 늘 책을 읽으면서 정말 마음에 든 책이나 이해를 하지 못한 책들은 꼭 한번씩 다시 읽어보려하는 편이다. 물론 재독이 금방 이루어지는 경우는 드물지만 말이다.

아무튼 내가 읽은 책이 가치가 있느냐 아니냐는 내가 '책을 읽는 방법'에 달렸다는 게이치로의 말은 오래도록 내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다독하는 독서가를 만나 내 기억에 사라진 많은 가엾은 책들, 새해가 될 때마다 이젠 다독이 아니라 정독을 할 것이라 맹세하면서도 결국은 다독을 해버리는 나의 독서 방법. 과연 고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히라노 게이치로의 말에 고개 끄덕이면서 한편으론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며 한숨만 내쉬다가 결국 다시 다독으로 넘어가는 가엾은 독서가, 가엾은 것은 책만 아니라 나 역시 그렇다.(-.-)  그래도 가능하면 '슬로 리딩'을 하도록 노력은 해 볼 생각이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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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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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 내 꿈은 작은 서점을 가지는 것이었다. 특별히 책을 많이 읽었던 문학소녀도 아니었는데 유독 서점과 레코드점을 병합한 책방을 내는 것이 소원이었다. 우리나라의 현시점으로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와 같은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바보 같은 짓일 게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꿈을 꾸게 된다.

파리를 다녀온 여행자들이 출간한 책을 통해 익히 들은 바 있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그곳에 대해 자세하게 알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저 오래된 서점이며 파리에 가면 한번쯤 들려야 할 명소(?)로만 알고 있던 터라 이렇게 자세하게 그 서점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 즐겁기만 하다.

오래 전 파리의 예술가와 작가, 그 밖의 외고집들에게 안식처의 역할을 한 영어 서적 전문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실비아 비치라는 미국인에 의해 문을 열었으며 파리에 있는 미국인과 영국인이 주축이 되었다고 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스타인이나 에즈라파운드 같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책을 빌리고 문학에 대해 토론을 했다. 또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원고를 편집하고 출판할 자금을 모은 사람이 바로 실비아 비치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그 근처에서 다른 서점을 운영하던 조지 휘트먼이 만든 서점이다. 다들 윌트 휘트먼의 아들로 착각하고, 그의 서점이 『율리시스』를 출판한 실비아 비치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1963년 지금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로 이름을 바꾼 후 줄곧 서점을 운영해왔으니 그 정도 오해쯤은 웃으면서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조지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진정한 공산주의자였던 조지는 누구든 서점에 와서 생활하기를 원한다면 생판 처음보는 사람이라도 아무런 이유없이 받아주고 그들이 있는 동안 그들의 창작을 독려한다. 그런 조지 덕분에 그곳에서 생활하다가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 무려 4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4만명, 말이 4만명이지 대단할 정도가 아니라 경이롭기까지 할 정도다. 과연 어느 누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자기의 서점에서 숙식하게 할 수 있을까? 조지 같은 대단한 배짱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들렀다가 우연히 그곳에서 생활하게 된 전직기자 제레미는 궁핍하고 힘들었던 순간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굉장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때 그 추억들을 고스란히 이 책에 담으며 그가 그곳에서 생활하며 만났던 많은 길 잃은 청춘들과 문학도들의 작가로의 열망과 꿈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어느 새 시간이 흘러 아흔 살의 호호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여전히 유토피아를 꿈꾸는 조지와 이제는 서점에서 석 달 동안 쓰던 돈으로 돌체 앤 가바나에서 옷을 사 입는 사이먼, 아버지의 뒤를 이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는 실비아(아버지인 조지가 실비아 비치를 기리며 딸에게 같은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탈리아로 돌아가 영어를 가르치며 글을 쓰고 있는 루크, 「비디오 랭글러」가 언젠가는 출간되리라 믿고 있는 커트 등 한때 제레미와 함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숙식을 하며 문학을 논하던 그들의 이야기는 책에 관심 있고 그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희망과 꿈을 간직한 많은 예비작가들에게 분명 많은 힘을 줄 것이다.

노트르담 대 성당의 별관 같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파리에 갈 기회가 생기면 꼭 다녀가보고 싶다. 그러면 그곳에 있는 새 커트들과 새 아블리미트, 새 제레미들이 희망에 찬 눈을 하고선  '사랑스런 한국 여자'에게 급진적인 책들을 읽으라고 권하며 홍차를 마시라고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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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바이 베스파
박형동 지음 / 애니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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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끈을 하나 잡고 있었어. 그걸 놓치면 보통사람이 되어 버리는 그런 끈이야. 이걸 놓으면 내 의미가 없어지니까 안간힘을 쓰며 끈을 잡고 있는 거야… 그런데 지금은 내가 기타 안 쳐도 세상은 잘 돌아가고 애정결핍의 여자아이는 꼭 내가 돌보지 않아도 누군가 보살펴줄 사람을 찾아낼 거구. 자동차 매연 잔뜩 먹어가며 고장 잘 나고 수리센터도 거의 없는 오래된 양철 스쿠터를 타는 건 바보다 라고 생각하게 된 거지"  - 혹시 어른이 되려는 거니?

소설을 주로 읽는 나는 만화를 놓은 지 한참이 되었다. 내가 만화를 읽지 않게된 이유는 정확하게 생각나지 않지만 '가볍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인 게 아닌가 추측한다. 요즘 뜻하지 않게 다시 만화를 읽게 되면서 조금 놀랐다. 소설이나 다른 책들들에 비해 절대로 뒤지지 않는 '깊이'에 놀라고 내용의 '참신함'에 놀라게 된다. 

이 책『바이바이 베스타』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란다.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선 자아"라는 주제로  수많은 이들에게 '내 인생의 만화'로 각인될 정도라 하니 그 인기를 실감하겠다.

5편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제각각의 이유로 어른이 된다. 청춘이란,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존재하는 것이므로 어떤 사소한 사건으로 인해 나도 모르는 사이 어른이 되어버리고 만다. 그렇다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얼 뜻하는 걸까? 평생을 꿈꿔온 이상형을 포기할 줄 알고, 서로 함께한 시간 속에 존재하는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각자의 길을 걸어갈 줄 아는 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일까?

만화가 박형동이 들려주는 '다섯 가지의 스쿠터와 다섯 가지의 사랑이야기'는 이제는 어른이 된 사람들에겐 지나온 청춘에 대한 아릿한 기억을, 어른과 아이의 경계에 선 사람들에겐 안간힘을 쓰며 잡고 있는 줄을 잘 내려 놓는 법을 가르쳐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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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물꼬물 일과 놀이사전
윤구병 지음, 이형진 그림 / 보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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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오래 전 일처럼 기억이 가물거리고, 요즘 아이들처럼 학원이나 공부에 시달리지 않는 그때가 과연 있었는가 싶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이 책 『꼬물꼬물 일과 놀이 사전』(보리 2008년)을 보면 ‘맞아, 예전엔 아이들이 이렇게 재미난 놀이들을 하며 살았었는데…’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아이들에게 우리나라 사계절의 자연을 보여 준다. 계절마다 자연이 어떻게 변하고 어른들은 어떤 일을 하며 아이들은 또 어떻게 일을 돕고 신나게 노는지 보여준다.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이 고구마 캐기나 자치기와 볏단 칼싸움을 알기나 하겠냐마는 닌텐도나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이들이 이 책을 보다보면 열심히 할수록 눈이 나빠지고 정신이 엉망이 되는 게임들보다 재밌게 뛰어놀면서 건강해지는 재미난 놀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또한 자연 속에서 땀 흘려 일하고, 흙을 밟고, 친구들과 뛰어다니면서 값진 경험과 추억을 갖게 될 것이다.

글이 많지 않은 이 책은 그림 사전이기도 하다.「이달의 일과 놀이」라는 소제목으로 그 달에 맞는 일을 소개하고 그에 어울리는 놀이를 노래로 풀었다. 또 「이달의 세밀화」에는 시골에 가서야 볼 수 있는(요즘은 거의 박물관에 가야만 볼 수 있지만;) 전통 악기나 탈, 농기구 등 342점을 보여주며 자연스레 아이들이 그 물건들의 이름을 알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이달의 꼬물 그림」을 보면서는 숨은 그림 찾기나 이야기 만들기 같은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어가며 자연과 사람이 하나라는 것을 스스로 깨닫게 한다.

어른인 나도 이제는 가물거리는 자연의 모습을 그림과 세밀화와 알맞은 내용으로 쉽고 재미나게 풀어 아이도 부모도 함께 웃고 즐기며 공부할 수 있게 만든 새로운 형태의 그림사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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