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춰선 파리의 고서점 - 셰익스피어 & 컴퍼니
제레미 머서 지음, 조동섭 옮김 / 시공사 / 2008년 1월
평점 :
품절


지금도 그렇지만 어릴 때 내 꿈은 작은 서점을 가지는 것이었다. 특별히 책을 많이 읽었던 문학소녀도 아니었는데 유독 서점과 레코드점을 병합한 책방을 내는 것이 소원이었다. 우리나라의 현시점으로선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와 같은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바보 같은 짓일 게 분명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꿈을 꾸게 된다.

파리를 다녀온 여행자들이 출간한 책을 통해 익히 들은 바 있는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그곳에 대해 자세하게 알기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저 오래된 서점이며 파리에 가면 한번쯤 들려야 할 명소(?)로만 알고 있던 터라 이렇게 자세하게 그 서점에 대해 알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 즐겁기만 하다.

오래 전 파리의 예술가와 작가, 그 밖의 외고집들에게 안식처의 역할을 한 영어 서적 전문점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실비아 비치라는 미국인에 의해 문을 열었으며 파리에 있는 미국인과 영국인이 주축이 되었다고 한다. 『위대한 개츠비』를 쓴 스콧 피츠제럴드, 거트루드 스타인이나 에즈라파운드 같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책을 빌리고 문학에 대해 토론을 했다. 또한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원고를 편집하고 출판할 자금을 모은 사람이 바로 실비아 비치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그 근처에서 다른 서점을 운영하던 조지 휘트먼이 만든 서점이다. 다들 윌트 휘트먼의 아들로 착각하고, 그의 서점이 『율리시스』를 출판한 실비아 비치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로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1963년 지금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로 이름을 바꾼 후 줄곧 서점을 운영해왔으니 그 정도 오해쯤은 웃으면서 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그 조지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담았다. 진정한 공산주의자였던 조지는 누구든 서점에 와서 생활하기를 원한다면 생판 처음보는 사람이라도 아무런 이유없이 받아주고 그들이 있는 동안 그들의 창작을 독려한다. 그런 조지 덕분에 그곳에서 생활하다가 자신의 길을 찾아 떠난 사람들이 무려 4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4만명, 말이 4만명이지 대단할 정도가 아니라 경이롭기까지 할 정도다. 과연 어느 누가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자기의 서점에서 숙식하게 할 수 있을까? 조지 같은 대단한 배짱이 아니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 들렀다가 우연히 그곳에서 생활하게 된 전직기자 제레미는 궁핍하고 힘들었던 순간들, 시간이 지나 돌아보면 굉장한 추억으로 남아 있는 그때 그 추억들을 고스란히 이 책에 담으며 그가 그곳에서 생활하며 만났던 많은 길 잃은 청춘들과 문학도들의 작가로의 열망과 꿈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게 하였다.

어느 새 시간이 흘러 아흔 살의 호호할아버지가 되어서도 여전히 유토피아를 꿈꾸는 조지와 이제는 서점에서 석 달 동안 쓰던 돈으로 돌체 앤 가바나에서 옷을 사 입는 사이먼, 아버지의 뒤를 이어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는 실비아(아버지인 조지가 실비아 비치를 기리며 딸에게 같은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탈리아로 돌아가 영어를 가르치며 글을 쓰고 있는 루크, 「비디오 랭글러」가 언젠가는 출간되리라 믿고 있는 커트 등 한때 제레미와 함께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에서 숙식을 하며 문학을 논하던 그들의 이야기는 책에 관심 있고 그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는 희망과 꿈을 간직한 많은 예비작가들에게 분명 많은 힘을 줄 것이다.

노트르담 대 성당의 별관 같은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 파리에 갈 기회가 생기면 꼭 다녀가보고 싶다. 그러면 그곳에 있는 새 커트들과 새 아블리미트, 새 제레미들이 희망에 찬 눈을 하고선  '사랑스런 한국 여자'에게 급진적인 책들을 읽으라고 권하며 홍차를 마시라고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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