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고뇌, 여자의 사랑, 엄마의 아픔, 딸의 좌절 그리고 그 모두의 행복과 즐거움을 담은 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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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월의 마녀
마이굴 악셀손 지음, 박현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1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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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렌즈- 2007 제31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이홍 지음 / 민음사 / 2007년 6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3월 1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04월 14일에 저장

2007년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한 이홍의『걸프렌즈』(민음사)는 21세기다운 연애 방식을 보여준다. 한 남자를 사랑하는 세 여자들의 우정, 질투 그러면서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이 그럴 수도 있지 뭐 하는 생각이 든다면 이미 이 도발적인 작가 이홍의 ‘말’빨에 넘어간 것이 분명하다. 도대체가 가능한 일이란 말이냐? 읽으면서 내도록 던지게 되는 이 의문부호가 마지막에 가서 설마? 라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끝이 났다하더라도 허허거리며 하긴 셋이나 넷이나 뭐 하는 넓은 이해심이 생기고 마니 말이다.
달의 바다- 제12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정한아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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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자살을 생각하는 '나'나 아직도 트랜스젠더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현실의 사회에서 고민하는 민이가 그래도 꿋꿋하게 '꿈'을 이루기 위해 한 발 한 발 내딛는 모습은 실망스런 현실 속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함에 좌절하기 보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긍정적인 삶'을 엿보게 해준다. 특히, 격려하고 토닥거려주는 가족들의 사랑과 가족이 아님에도 가족 이상의 관계를 보여주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인 듯하다.
암보스 문도스
기리노 나쓰오 지음, 김수현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5월
9,500원 → 8,550원(10%할인) / 마일리지 470원(5% 적립)
2008년 04월 14일에 저장
절판

기리노 나쓰오의 책을 읽고 나면 한참 멍해진다. 더구나 이야기의 중심에는 늘 여자들이 있다. 내 주변에서는 결코 한번도 찾아볼 수 없는 여자들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다보면 혹시 내 내면에 기리노 나쓰오의 여자가 들어 있는 것은 아닐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겉으론 표가 나지 않는 뒤틀린 심성을 가진 또다른 나 말이다.- -;; (지킬박사와 하이드? 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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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 달라고 한다
이지민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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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의 이지형이 돌아왔다. 어찌 된 일인지 내 머릿속엔 이지형이 아닌 이명랑이 자리 잡고 앉아 ‘왜, 그 있잖아 이명랑 작가라고 이름을 이지민으로 바꾸긴 했는데 <모던 보이>라는 제목으로 이번에 영화도 개봉했잖아’하며 자신 있게 이지형을 이명랑이라고 떠들고 다녔더랬다. 근데 내가 올린 글을 보더니 친구가 그런다. 이명랑이 아닌데…이지형인데…그분이 이지민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온 건데…(-.-);; 아, 젠장 뭐 어쨌든, ^^

 

이지민 작가가 이번에 낸 작품집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는 표제작부터 내 취향에 쏙 들었다. 자고로 책을 읽으면서 공감을 한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작가가 쓴 어느 문장이 내가 생각한 그 무엇과 맞아떨어지면 정신을 놓고 읽게 된다. 그래, 맞아! 이런 느낌이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말이다.  

 

내가 그의 작품을 읽은 것은 오래전『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를 읽은 것이 다였다. 그 이후 장편소설을 한 권 내긴 했더라만 모르고 있었다. 다만 이지형을 이명랑으로 알고 『삼오식당』도 재미있었는데…그의 첫 작품인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는 시대 배경이 일제강점기였지 그 점에 ‘혹‘하여 꽤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하며 혼자 생각했더랬다;;; 그래서 딴엔 아주 잘 알고 있는 작가라고 이번에 나온 작품을 읽으면서도 혼자 즐거워했다지. 어? 재밌잖아! 역시! 해가며;;;

 

아무튼, 쓸데없는 말은 이제 그만하고;;

 

모두 9편의 단편을 실은 이 작품집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우울하다. 하지만 여느 소설들처럼 그 우울함으로 인해 그들이 비루한 삶을 살게 되거나 현실을 도피하지는 않는다. 현실에 대한 자조 섞인 비판을 통해 나름대로 삶의 타당성을 찾고 작은 반전들로 인해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우울하게 글을 읽다가 종내는 등장인물들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므로 작품을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표제작인「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는 카프카만큼이나 나쁜 남자를 좋아하는 ‘내’가 혼자 가지고 노는 마리오네트 취급을 당했음을 깨달으면서도 그 남자의 부름을 거절하지 못한다. 결국 스스로 마리오네트가 되었음을 알면서 아닌 척하지만 그런 반복을 통해 나름 이별이지만 슬퍼할 일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 편의 코미디 같은「오늘의 커피」는 어떤가? 똑똑한 몇 명의 회사 직원들이 독립하려는 걸 눈치 채고 그 팀에 끼어 호기롭게 사표까지 던진 인옥. 하지만 그들로부터 배신 아닌 배신을 당한 후 어쨌든 먹고 살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꿈에 그리던 카페를 차리게 된다. 드디어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찰나 모든 일이 자신이 꿈꿔왔던 일과는 다르게 진행되어가는 상황에 좌절하지만 포기하진 않는다. 하지만 결국 ‘세상에는 자신을 포기해야만 의미 있는 일도 존재한다는 걸’ 깨달으면서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란 것도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외 엄마의 돈을 갈취(?)하기 위한 아들의 어이없는 행각을 다룬 「타파웨어에 대한 명상」, 「허니문」의 불륜 커플이나 「불륜 세일즈」의 불륜 행각은 있는 자들의 소유할 수 없는 욕망에 대한 소비 메커니즘을 보여주며, 임신한 아내가 친정으로 간 사이 혼자 남은 남편이 그제야 아내의 외로움을 깨닫게 된다는 「키티 부인」등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관계는 없다. 그들은 마치 다함께 짠 것처럼 불행하지만 그렇다고 행복하지도 않다. 지치고 힘든 삶이지만 누구나 그럴 수 있으니 그것으로 인해 비관적이 되거나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유도한다.  

 

그러고보면 해설자인 양윤의 평론가의 말처럼 이지민은 어쩌면 ‘변신’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소설 속 인물의 변신, 그들 삶의 변신, 그리고 작가의 변신. 그런 변신을 통해 현실의 삶을 돌아보며 재빠르게 또다른 삶의 모습으로 변해가는 인생들, 독자로서는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늘 똑같은 것은 역시 지루하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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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푸른빛이었다 - 인류 최초의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우주로 가는 길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 지음, 김장호.릴리아 바키로바 옮김 / 갈라파고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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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제 우리나라에도 우주의 시대가 열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이 된 이소연 씨 만큼 세계 최초의 우주인이 된 '유리 가가린'을 모르는 사람 역시 없을 것이다. '유리 가가린', 사실 난 그에 대해 잘 몰랐다. 내 기억 속에 우주인이란 아폴로를 타고 달로 간 암스트롱이고 별보는 것이라면 좋아라 했지만 그 너머에 있는 우주에 대해서는 조금의 관심도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유리 가가린'이란 우주인을 알게 된 것은 생각하면 좀 웃기지만 은희경 소설집을 통해서다.(아, 이 무지한 중생이라니;;) 어쨌든.

내일인 4월 12일은 동생 생일이지만^^; 유리 가가린이 우주로 날아간 날이라고 한다. 그는 우주에서 지구를 처음 본순간 "지구는 푸른빛이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TV를 통해서 보는 지구의 모습도 너무나 아름다워 정신을 못차릴 지경인데 실제로 그 모습을 본다면 정말 얼마나 아름다울 지 상상만으로도 가가린의 그 메시지가 이해되고도 남음이다. 아무튼.

이 책 『지구는 푸른빛이었다』는 그 세계 최초의 우주인 '유리 알렉세예비치 가가린'의 자전적 에세이다. 그가 우주인이 되기 전까지의 과정과 우주를 다녀온 직후까지의 글을 실었는데 우주인이 되고 싶어하는 가가린의 욕망이 잘 드러나있다. 그리고 부록으로 실린 <세계 우주개발의 역사>라든가 <한국 우주개발의 역사>는 우주를 제대로 모르는 나 같은 무지한 중생에게 많은 도움을 준다. 다만, 유리 가가린이 우주로 나가던 그 시기가 소련, 즉 공산국가라 불리던 사회주의 시대였기 때문에 글 곳곳에 나오는 당원, 위대한 레닌, 정부에 충성, 소비에트 과학자에 대한 찬사와 같은 문장들이 별것도 아니지만 왠지 교육용 같아 거슬렸다는;;;

이소연 씨가 우주로 날아간 지 오늘로 나흘 째이다. 오늘 새벽 0시 40분에 무사히 국제우주정거장에 도착하여 아직도 우주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우주인, 이제  세계도 우주의 시대가 열릴 것인가? 가가린이 우주인이 된 지 50년도 안 되었으니 너무 성급한 생각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관광여행 가듯 싼 값에^^;우주선을 타고 우주로 나가 나 역시 지구를 바라보며 "지구는 정말 푸른빛이구나!"라고 말하고 싶은 희망이 생기는 것을 보니 조만간 우주의 시대가 도래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260억이 아니라 26만원으로..^^

"지구는 선명한 색조로 아름다움이 넘쳐났으며, 옅은 푸른빛이었다. 이 옅은 푸른빛은 서서히 어두워졌고 터키색 같은 하늘에서 파란색, 연보라색으로 바뀌었다가 다시 석탄 같은 칠흑이 되어 갔다. 이 변화는 정말로 아름다웠고 눈을 즐겁게 했다!" p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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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를 돕기 위해 부연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내가 딴생각에 빠져 담뱃재 터는 것도 잊은 채 멍하니 있을 때 살며시 내 손에서 담배를 가져가 재떨이에 가볍게 툭툭 턴 후 다시 나의 손가락 사이에 끼워주던 세심한 그의 손, 사람 꽉 찬 엘리베이터 안에서 땀에 젖어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책장 넘기듯 손톱 끝으로 살짝 떼어 내주던 착한 그의 손, 후진할 때 능숙하게 핸들을 돌리며 남은 한 손으로 내 어깨의 머리카락을 쓰다듬던 섹시한 그의 손, 어지간히 맛없던 음식점에서 식어가는 내 하얀 밥 위에 냇가에 나뭇잎을 띄우듯 껫잎 하나를 살며시 얹어주던 다정한 그의 손, 도넛을 먹다 슈가파우더가 묻은 내 입가를 첫눈을 맛볼 때처럼 손가락으로 콕콕 찍어 입으로 가져가던 귀여운 그의 손……이제야 알겠다. 그가 혼자만 보며 갖고 놀았던 마리오네트는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그의 장인에 가까운 손짓 아래 나는 앉았다 일어났다 웃었다 울었다 하며 살아 있는 척을 했다. 그래도 나는 행복했다. 인형은 자신과 주인을 연결해주는 몇 개의 줄이 얼마나 가는지 알 수 없는 법이니까.  (p10~11)

「그 남자는 나에게 바래다달라고 한다」- 이 단편을 읽으며 심히 공감하였다.^^; 한 남자의 매력을 이야기 하는데 손 하나만으로 가능한 여자가 나 말고도 또 있다니!!(비록 소설 속이지만도) 더구나 이 소설 속 '나'의 하는 짓이 어쩌면 그리도 나와 같은지;;; 공감 공감 대공감!-.-;

한 사람을 좋아하기 시작하면 무조건 들이밀고 보는 내 성격은 상대방이 싫다는 표정을 짓기 전엔 절대로 포기를 안 한다. 그래서 항상 상처를 받는 편이지만 내가 좋아했으므로 내가 하고 싶은대로 다 했으므로 후회는 없다 와 같은 얼토당토않은 공식을 내세우면서 자기합리화 하고 또 스스로를 위로하기도 한다. 뻔히 내다보이는 미래를 어찌 당사자가 모를 것인가? 그럼에도 상대방을 향한 마음이 변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라기보다는 자기만족감이 아닐까 싶다. 소설 속 '나'가 그토록 미련을 가지다가 어느 순간 도에 도달한 사람처럼 그를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은 그를 사랑하므로 떠나보내겠다 라기보다는 그에게 내가 할 만큼 다해줬기에 이젠 해줄것이 없으므로 편하게 너를 떠나보내겠다는 0형들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A형의 속성이 아닌가 싶다.(물론 나와 같은 A형이 몇 안 되더라마는;;)

서울에서 제일 구차한 여자가 되어
"나 지금 만족해요. 더이상 바라지 않아요. 민우씨한테는 하루 중 가장 의미 없다 생각되는 시간도 나한테는 귀하니까요. 언제든 허전하고 외로운 날이면 나를 불러요. 내가 집까지 바래다줄 테니. 잘 자요" 그리고 달아오른 뒤통수를 까닥이며 되돌아 걷기 시작했다. (p22)

'나'가 그 말을 하고 돌아서서 걷기 시작하며 혹시나 그가 부르지 않을까? 기대를 했지만 들리는 소리라곤 '쾅'하고 대문 닫는 소리에 눈물이 찔끔 나왔다는데… 그 마음이 어쩜 구구절절이 이해가 되는 건지 나도 모르겠다. 나는 남자를 집에까지 바래다 준 적도 없고, 위와 같은 상황을 겪은 적은 한번도 없음에도 '나'의 그 구차함이 제대로 전해오다니!!

마지막에 남자가 마지막으로 자신이 '나'를 집까지 바래다 준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때 '나'는 싫다고 이야기 한다. 그 이유라는 것이 "나만의 기쁨을 뺏기고 싶지 않아서"라고 하는데 이 대목이야말로 이 소설의 클라이맥스이며 진정 '나'다운 행동이었다.

"나의 에스코트가 필요없어진 그의 삶에 섭섭함을 느낄 이유는 없었다. 나의 정성과 노력을 무시하는 인생의 어느 한 시절이 있듯 그런 남자도 있기 마련이므로. 어쨌거나 세상에는 또하나 나와는 상관없는 삶이 만들어졌다. 그것을 흔히 이별이라고 말하지만 슬퍼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아무리 멋진 밤을 보냈어도 집으로 돌아가는 일을 우리의 삶에서 영원히 멈출 수 없듯, 우리의 사랑과 우정 역시 그러하리라는 것을 알기에." (p35~36)

어제 친구를 만나 이 소설 이야기 해주며 내 이야기를 살짝하였더니 그 친구가 그러더군. 정말 이해하기 힘든 A형이라고.(-.-) 사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긴 하다.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 이젠 이미 많은 것을(?) 포기하며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내 열정은 남아 있다. 켁!
아, 갑자기 나의 풍부한(?) 남친들을 두고 "풍요 속에 빈곤"이라 말하던 친구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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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쇼의 하이쿠 기행 1 - 오쿠로 가는 작은 길 바쇼의 하이쿠 기행 1
마쓰오 바쇼 지음, 김정례 옮김 / 바다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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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편집 공부를 하다가 하이쿠에 관한 책이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살짝 관심을 가졌었는데 다음 해에 너무나 멋진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 시절』이 턱하니 세상에 나와 에이~ 김이 새버렸던 나. 이번에 나온 해설과 그림과 바쇼의 모든 것을 알 수 있는 이 책을 보며 하이쿠가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저 좋아라 했다. 하이쿠!!! 

매미소리 쏴 ---
아이는 구급차를
못 쫓아왔네.

내가 윗글이 하이쿠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김연수의 『청춘의 문장들』을 통해서다. 짧은 시 같은 구절에 들어 있는 상상할 수 없는 많은 사연을 읽고 꽤나 감동했었다지. 그 이후 류시화의 『한 줄도 너무 길다』를 읽고 하이쿠의 의미를 조금 깨닫고 『시인과 여우』라는 동화책을 통해서 바쇼라는 하이쿠의 대가를 알게 되었으며,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 시절』에서 하이쿠와 더불어 '우키요에'라는 화투장 같은 그림을 접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로 하이쿠를 이해하기란 참 힘들다. 제대로 된 설명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들마다 나름대로 의미를 해석해 놓기는 했었지만 시인의 그 깊은 뜻을 어찌 다 알 것인가? 그 중에서도 제일 이해하기 쉬웠던 책이 『순간 속에 영원을 담는다』라는 책이었는데 다른 책들에 비해서 하이쿠에 대해 제법 친절했었다는 기억이 난다.

그런 내게 이번에 바다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 『바쇼의 하이쿠 기행』은 여태껏 우리나라에 나온 여러 하이쿠에 관한 책들 중에서는 나름 작품 해설과 함께 바쇼라는 시인의 여행기까지 담아 그동안 바쇼가 지은 하이쿠들이 어떤 상황에서 나오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어 참 좋았다.

나라로 가는 길에서 읊었다는
아, 봄이런가
이름도 없는 산에
연한 봄 안개

혹은 이런 식이다.

야마토 지방을 여행하며, 가츠라기 아래쪽에 다케노우치라는 곳에 갔다. 이곳은 이 여행에 나와 동행하고 있는 지리의 고향이어서 며칠 동안 묵으면서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솜타는 활 소리
비파 소리로 들리네
한적한 대숲 속

이렇듯 여행을 하면서 풍경을 보고 기억에 남는 모습들을 보면서 장난치듯 툭툭 내던지는 한마디 한마디가 나중엔 모두 작품이 되었다.

이 책은 1999년1권이 나오고 그동안 출간을 하지 못하다가 해설과 그림을 덧붙여 근 10년 만에 2~3권이 같이 나와 완간하게 되었다.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이며 '방랑 미학의 실천자'로 속세를 떠나 오로지 하이쿠 시의 세계를 살았고 탈속적인 삶 속에서 말장난 같았던 하이쿠를 예술로 완성시킨 장본인 바쇼, 이 책은 바쇼에게 있어 여행이란 무엇이며 하이쿠란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다. 또한 하이쿠가 궁금한 나에게 바쇼를 통해 하이쿠를 제대로 알게 해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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