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최소한 열두 권은 읽는 다독가인 나에게도 두번은 꼭 읽어보고 싶은 책들이 있다. 신간들이 나를 압박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 책들만은 시간이 날 때마다 눈에 띌 때마다 읽어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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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한 밤길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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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공선옥을 두고 궁상스럽다고 했다. 내가 그동안 공선옥 소설을 읽지 않았다면 그건 아마도 나 역시 그 궁상스러움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을까? 궁상스런 자에게는 궁상스러움만 비칠지도 모른다. 이젠 그 궁상스러움이 명랑하게 보이니 그렇다면 내가 이젠 명랑해졌다는 결론인가? 뭐 어쨌든, 그를 제대로 알게 된 명랑한 이 밤, 윤도현의 노래가 절로 나오는 밤이다.

여름 별장, 그 후
유디트 헤르만 지음, 박양규 옮김 / 민음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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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간단한 문장으로 된 단편이 모두 아홉 편이며 일상적인 이야기들이지만 그 일상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의 일탈된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사실적이면서 시적이고 글을 읽는 재미까지 준다. 정독해야하고, 두 번은 읽어야 할 책이다
나는 유령작가입니다
김연수 지음 / 창비 / 2005년 5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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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가 이야기 하는 아홉 편의 작품은 「거짓된 마음의 역사」를 제외하곤 슬픈 결말을 가지고 있다. 또 특이한 것은 장소와 연대다. 안국동 길을 걷다가 19세기말의 조선으로 가고, 다시 런던으로 넘어가더니 어느새 1930년대의 식민지 시대로 돌아간다. 그런 시도는 김연수로 하여금 역사적 사실에 문학적 진지함을 살짝 버무려 김연수만의 작품을 만들어 내는데 기여한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어려운 듯 보이지만 실상은 너무나 쉽게 읽어낼 수 있는 글이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9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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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은 개인의 작은 경험들로 이루어져 거대한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작가의 말처럼 "모두에게는 각자 저마다의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는 운명과 사랑과 배신, 복수와 좌절, 슬픔과 기쁨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그러나 역시 살다보면 한 개인의 삶은 그 자신조차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 그게 고문으로 인해서든,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떤 추억으로 인해서든 말이다. 한 개인의 삶이 그러한데 우리가 아는 역사는 그 얼마나 거짓되고 진실하지 못한 일들로 가득할 것인가? 그럼에도(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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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꼬마 뻐드렁니가 뭐 어때
패티 로벨 글, 데이비드 캐트로 그림, 정미영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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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칭찬과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은 어른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에 하나이다. 철이 없는 아이들은 어떤 아이가 '우리'와 다른 것을 보면 놀려먹고 싶어한다. 그럴 때마다 놀림을 당하는 아이가 기죽어 지낸다면 그 아인 정말 불행할 것이다. 이럴 때 어른들의 재치있는 가르침이야말로 놀림을 받을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고 또한 언제 어디서든 당당해질 수 있게 만든다. 이 책에 나오는 할머니의 가르침처럼.

몰리는 강아지처럼 키가 작고, 앞니는 토끼 이를 닮았으며 목소리는 황소개구리 같다. 하지만 그런 고민을 할 때마다 할머니는 말씀 하신다.

"키가 작으면 어때? 씩씩하게 걸어라, 그러면 세상 사람들이 너를 우러러볼 거야"

"뻐드렁니? 환하게 웃어라, 그러면 세상 사람들도 너를 따라 웃을 거야"

그래서 몰리는 씩씩하게 걸어다녔고, 환하게 웃으며 자기 자신을 믿었다. 하지만 전학을 가게 된 몰리, 키작은 몰리에게 "땅꼬마!"라고 부르는 친구가 있다. 몰리가 기가 죽었을까? 천만의 말씀! 체육시간에 경기가 시작되자 몰리는 공을 잡아 로널드의 다리 사이로 냅다 줄달음쳐 점수를 얻는다. "땅꼬마"라고 놀렸던 로널드는 그 바람에 창피만 당하고. 또 몰리의 이를 보더니 로널드는 "뻐드렁니!"라고 놀렸다. 몰리가 슬퍼했을까? 전혀! 몰리는 당당했다. "뻐드렁니가 뭐 어때! 넌 이런 재주 보일 수 있어? 없지?"

아이들은 자신의 외모나 성격에 열등감을 느끼면 소극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단점들을 장점으로 만드는 것은 어른들의 따듯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내 아이가 혹시라도 그런 일로 의기소침해져 있다면 몰리의 할머니처럼 한마디 해주자.

"너 자신을 믿어라, 그러면 세상 사람들도 너를 믿을 거야!"

 

한마디 더, ^^; 이 그림책은 너무 예쁘다. 보는 순간 '혹'해버렸다. 캐릭터의 익살맞은 모습들이 웃음을 자아내면서 즐거움과 기쁨을 준다. 동시에 몰리의 당당함 마저 느껴진다. 데이비드 캐트로의 그림을 찾아봐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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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일 - 2008년 제4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백영옥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스타일(style), 복식이나 머리 따위의 모양으로 우리말로 '맵시''품''형'으로 사용되는 단어다. 제목에서부터 물씬 풍기는 이 책의 스타일은 한마디로 말해서 명품의 나열이다. 드라마에서나 들어보던 '마놀로 브라닉'은 기본이고 스키니 진의 대명사라고 하는 에디슬리먼(남성복디자이너란다), 샤넬 슈즈나 에르메스 백 등등 보험이나 적금 대신에 월급을 훨씬 넘기는 명품 구두를 사는 명품족이들이 등장하고, 요구르트 하나도 유기농을 먹으며 살을 빼기 위해 먹는 '제니칼'마저 등장하는데 이러한 상품들이 상품명 그대로 나온다. 더구나 이 책은 문학상 중에서는 최고로 비싼 명품(?) 문학상을 받았다. 1억원 최고다. -.-

세계문학상은 이번으로 제4회를 맞았다.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만 흥미롭게 읽고 나머진 완전 실패를 하였기에(그래봐야 2권이지만) 이 책을 읽을까말까 고민을 했다. 제목을 보고 또 30대 싱글녀? 지겨워라~ 이젠 그만나와도 되지 않아? 혼자 중얼중얼거리다가 어쨌든 읽게 되었다. 다 읽은 후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리뷰를 보며 생각했다. 소설은 취향이므로 읽는 사람의 마음이다.

그럼에도 씁쓸하긴 하다. 『미실』때도 그랬고 『슬롯』도 그랬다. 독특한 소설들이긴 하나 너무 재미만 추구한다. 문학성이라곤 그다지 없는데 문학상을 받았다. 문학상이라면 적어도 책꽂이에 꽂아두고 생각날 때마다 읽을 수 있어야 하는데 이런 책은 읽고나면 그만이고,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릴 책들이다. 그래도 리뷰나 쓰는 나보다는 글을 잘 쓰니 할 말 없다. 백영옥 작가 역시 앞으로 점점 나아지는, 그래서 읽어보고 싶은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겠지. 나 역시 그러기를 바라고.

심사위원들 말처럼 재기발랄하여 술술 읽힌다. 패션 잡지 기자마냥 통통 튀는 글이며 내용은 드라마틱하다. 국내 유수의 패션잡지 피처팀에서 일하는 캔디스타일 이서정. 괴로워도 힘들어도 서정은 울지 않는다. 욕바가지 기자 선배가 아무리 괴롭혀도 꿋꿋하게 이겨낸다. 힘든 일도 코믹하게 잘 넘기고 꼬이긴 해도 일처리도 야무지다. 그런 서정에게 없는 것은 남자뿐이다. 딴엔 아픔이 있지만 캔디에겐 안소니도 테리우스도 생기기 마련. 그러곤 일사천리 해피엔딩!

이 책의 장점은 잘 읽히고 재미있다는 것이고 단점은 그런 점에 비해 그 뿐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판단은 오로지 독자들의 몫이다. 취향에 따라 읽기를 바란다. 서정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나오는 일들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 뿐이라고 하지만 어쨌거나 소설『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재미있었다는 분들은 공감할수 있을 것이다. 내가 봐서는 그게 그것인 것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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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8-04-1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게요. 이 소설에 그렇게 엄청난 상금을 줬다는 게 좀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백영옥, 신문 칼럼 쓰고 있는데 딱히 잘 쓰는 것 같지도 않더만...
좀 미안한 말이지만 이거 보구 은근 슬쩍 우리나라 문학의 미래가 걱정되더라구요.>.<;;

readersu 2008-04-18 12:22   좋아요 0 | URL
아하;;그래도 저는 한국문학의 미래를 믿어요.^^ 글고 처음은 뭐든지 다 어려운 게 아닐까요?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 그래서 신인 작가들에겐 늘 관심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누구든 어떤 작가든 처음은 다 있는 거니깐!!
 

스따~일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전혀 모르는 곳에서 일어나는 일인지라 모든 것이 생소하다. 읽으면서 내내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도 저런 곳!!이 있구나. 저런 애들도 있구나 -.-;;;

어제 읽을 때 선배가 "운동권"이라고 하니 어느 헬스 클럽에 다니냐고 묻는 새내기이야기에 켁켁거리며 넘어갔는데 오늘은 별다방 커피값 계산 해둔 대목에서 허걱! 했다.
안그래도 밥대신 커피 한 잔과 빵 한 개로 아침을 대신하며 너무 과소비(?)하는 게 아닌가? 차라리 굶는 게 낫지 않을까? 한 달이면 돈이 얼마야. 빨랑 에스프레소 주전자라도 사야지 이거야 원...주절대다가 이번 생일엔 기필코 주전자라도 받아야겠으니 선물로 내 놓으라고 친구에게 일찌감치 부탁해 놓긴 했는데 그러고도 그걸 못 끊고 있는 내겐 충격이다.
30년 동안 커피 마실 돈을 저금하면 우리 돈으로 5천5백만원이 모인다고 한다. 놀라워라!켁

그나저나 반 정도 읽은 상태에서 "박우진"의 정체가 혹시 닥터?ㅋ 
심사평에 '재기발랄'하다고 적혀있는데 그 말은 맞는 듯하다. 그리고 문체와 소재가 흥미롭고 술술 잘 읽힌다. 그러나 이런 소설의 단점은 그 뿐이라는 거다. 뭐 어쨌든...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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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칼날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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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붉은 손가락』을 통해 자기의 잘못이 뭔지도 모른 채 부모에게 모든 것을 떠 안겨버리는 무책임한 아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아들을 무조건 감싸주려 하던 부모도. 갈수록 무서워지는 세상에서 이젠 자라는 아이들마저 무서워해야 할 판이니 이 노릇을 어찌하면 좋을까? 더구나 '악'이 뭔지, 자신이 저지르는 일이 나쁜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어른들이나 자랄 때 정신적인 충격으로 생기는 사이코패스들의 범죄가 아니라 재미 삼아서, 혹은 심심해서와 같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미성년들의 범죄는 이미 현실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니 소설 속의 이야기가 소설 같지 않다는 생각에 소름마저 돋는다.

 

이야기는 이렇다. 불꽃놀이를 하고 돌아오는 소녀를 납치하여 짐승과도 같은 짓을 저지르고 마침내는 죽게 만든 두 남자.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고등학교 중퇴의 두 남학생이다. 미래는 이미 사라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가 따위는 잊은 지 오래이며 오로지 재미와 잠깐의 쾌락을 위해 납치를 하고 강간을 한다. 그들은 그게 잘못된 일인지 조차 모른다. 말이 통하지 않는 어른들과는 상대하기 싫고 부모라는 존재는 그저 용돈이나 주는 돈벌이에 불과하며 내 인생은 내 맘대로 살자 라는 막가파 수준이다. 그런 놈들에게 납치되어 강간당하고 주검이 되어 돌아온 딸, 우연한 계기로 딸이 폭행당하는 비디오를 보게 된 아버지는 그 분노로 인해 순간적으로 살인을 하게 된다. 아주 철저하게 죽인다. 그럼에도 그의 분노는 사그라지지 않는다. 나는, 누구라도 그랬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또한 도망친 한 녀석을 죽이기 위해 찾아 나섰을 것이다.

 

이 소설엔 많은 사회적 문제가 나온다. 납치를 하고 살인을 저질러도 기껏 3년이면 나올 수 있는 소년법의 병폐,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하지 않기 위해 나쁜 일인지 알면서도 묵인할 수밖에 없는 나약한 청소년, 피해자에서 갑자기 피의자로 바뀐 아버지에 대한 법적책임 공방 그리고 판매부수를 위해서라면 사람의 감정 따위는 길가에 널린 돌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출판사.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 모든 사회적 문제를 던져주며 독자들을 소설 속으로 유도한다.

당신이라면 어쩔 것인가? 아버지인 '나가미네'를 이해하는가? 그렇다면 그를 용서해야 하는가? 잘못인지도 모르고 죄를 범한 미성년들은 선도하여 가르쳐야 하는가? 그러면 그들은 죄를 뉘우치고 갱생의 길을 갈 것인가? 아니면 어른들과 같이 제대로 벌을 줘야 하는가? 등등 뭐가 옳은 것이고 뭘 이해해야하는지조차도 고민하게 만든다.

 

인간은 이기적인 동물이다. 누구나 그 자신이 그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선 이해를 못한다. 부모에겐 잘났든 못났든 사랑하는 아들이고 그 아들이 밖에 나가서 그런 짓을 하며 돌아다닌다고는 생각조차 못한다. 눈으로 뻔히 보면서도 설마? 하고 믿지 않는다.

악법도 법이라고 했다. 인간적으로 봐서는 죽여 버리고 싶지만 법적으로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형사. 친구를 라이터로 지지고 잡혀 들어와서는 자기들의 잘못에 대해 눈물을 흘리기보다는 그곳에 잡혀온 자기 자신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고 그런 아들을 보면서 금방 꺼내줄게 라고 말하는 부모를 보며 치를 떨던 형사. 어디 그런 일이 소설 속에서만 있나.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고선 미안하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 남학생들, 오히려 그 여학생을 나무라는 몰염치한 부모, 엄연히 현실에도 존재한다. 그래서 법을 지켜야만 하는 형사들의 갈등은 백번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어느 시대든 그런 놈들은 존재했겠지만 지금보다야 낫지 않았을까 싶다. 클릭 한번이면 모든 정보를 구할 수 있는 인터넷 세상, 나쁜 길로 빠지지 않고 아이가 아이답게 살아갈 수 있는 가르침은 정보의 바다에서 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른들의 가르침을 통해 배워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편으론 그 모든 책임이 어른들의 잘못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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