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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카니발
안 소피 브라슴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다이앤 애버스는 금지된 세계에 매혹을 느끼고 인습을 무시한 존재들에게 매력을 느끼며 그들의 사진을 찍었다. 난장이, 왜소인, 바보, 장애인 등이 그들이다. 이러한 기형적인 사람들의 사진을 찍음으로써 세상에 알려지고 '기형인들의 사진가'라는 별명까지 얻게 된 다이앤 애버스, 안 소피 브라슴의 두 번째 소설 『몬스터 카니발』을 읽으면서 내내 그녀가 생각난 것은 이 책에 나오는 조아섕 켈레르망이 다이앤 애버스와 비슷하게 기형적이고 추해보이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그들의 사진을 찍고 연구를 했다는 점이다. 물론 실존 인물인 다이앤 애버스와 소설 속 인물인 조아섕 켈레르망 사이의 간극은 엄청난 차이를 보여주긴 하지만 말이다.
자신이 하나도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마음은 어떠할까? 나 역시 나보다 예쁘거나 날씬한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그들의 반도 못 미치는 나를 보면서 한숨쉴 때도 많다. 하지만 거짓이든 아부든 그래도 너는 어딘가 매력적인 구석이 있다고 말해주는 친구들을 믿으며 그 부러움을 잊을 때가 많다. 그러나 『몬스터 카니발』의 마리카는 빈 말이라도 너는 예뻐! 라고 말해주는 친구조차없다. 그래서 그녀는 그 자신의 추함에 치를 떤다. 스무 살이 넘도록 남자의 품에 단 한 번도 안겨보지 못했으며, 그 아무리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옷을 입고 향기로운 크림 냄새를 풍겨도 티가 나지 않았다. 작고 합죽한 턱에 지나치게 큰 잇몸, 얄팍한 입술에 크고 엉성한 치아, 늘 헤벌어져 있는 입술. 어딘지 부조화를 이루고 있는 그것들로 인해 마리카의 모습은 그야말로 '추녀'라고 불릴 만한 인물이다.
어느날 그녀는 신문광고에 난 모델을 구한다는 기사를 보고 조아섕을 만나게 된다. 그는 인간의 형상이랄 수 없는 끔찍한 형상들을 한 추하고 기괴한 모습을 지닌 사람들에 대한 연구를 하는 사람이었다. 난장이, 거식증에 걸린 여자, 성기 제거수술에 실패한 성전환자, 팔이 없는 남자 등등 그들을 찾아 사진을 찍어 논문 작성을 위한 자료를 모으고 있었다. 그의 목표는 신화는 집단적 불안의 표출 그 이상이라는 것을, 괴물들은 단지 눈에 띄지 않을 뿐 실제로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그들을 빠짐없이 다 찾아내 세상 사람들앞에 보여주는 것이다. 그 마지막 수집품(?)으로 선택된 사람이 바로 마리카였다.
안 소피 브라슴은 첫 작품인 『숨쉬어』에서 그 또래들이 겪을 여자친구와의 지독한 우정에 대해 글을 써 충격적인 결말을 보여주었던 작가였다. 그녀는 4년 만에 내 놓은 『몬스터 카니발』로 또 한 번 독한 이야기를 그려냈다. '아름다움'과 '추함', 그 기준이 과연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것으로 인해 벌어지는, 이제 막 외모에 관심을 갖고 자신의 모습에 아름다움을 불어 넣어야 할 세대임에도 그러지 못하고 사는 마리카를 통해 그리고 그 추한 얼굴에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알 수 없는 신비에 매혹된 조아섕의 어긋난 욕망을 통해 브라슴 또래들의 고민을 드러냈다.
브라슴은 이 책에서 단 한 번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한 마리카의 상처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이토록 자신을 저주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그 상처가 안쓰러울 정도였다. 또 마리카를 볼 때마다 마음 속으로는 끝없이 혐오하지만 결코 내보이지 못하면서 그 속에 숨어 있는 욕망을 표출하는 조아섕의 태도에 분노가 일면서도 한 편으론 어쩌지 못하는 그의 불행한 욕망에 동정이 인다.
각자의 시선으로 상대방을 바라보는 독특한 구성으로 그 둘의 마음을 다 꿰뚫어 본 후 독자인 내가 느끼는 감정은 아.프.다. 하지만 이 세상은 겉모습보다는 마음으로 '사랑'과 '아름다움'을 보는 눈높은 사람들이 더 많이 존재할 것이라는 것을 믿기에 '눈부시게 진화 하고 있는 아직 스물넷인 안 소피 브라슴'의 놀랍고 '아름다운' 문장에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