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 독특한 낭독회였다. <2008년 서울 젊은 작가전>을 다녀온 후 알라딘과 문학동네가 같이 하는 김중혁 작가의 낭독회에 눈독을 들였다. 왜냐하면 그날 오디오?의 고장으로 제대로 감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만! 보여주었더라도 너무나 특별한 낭독회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혹시라도 재미없다고 다들 가버릴까 싶어 준비했다는 또 다른 낭독 영상과 엇박자 D를 연상시키는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한소절씩 부르는 'better together'의 짜깁기 , 그것도 모자랄까봐 두 곡의 노래를 기타 반주에 직접 불러주고 앙코르까지 받아 도합 3곡을 불러재끼더니 마지막엔 지금 작업 중인 장편소설의 도입부를 프린터하여 가지고 와서는 낭독을 해 주었다. 가제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 제목을 듣는 순간 코맥 맥카시의 '더 로드'를 떠올렸고, 과연 이 장편엔 여자가 등장할까 싶었다. 나중에 물었더니 등장한단다!! 할머니 좀비께서!!(이 물론 그의 작업 성향에 따라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좀비에 관한 장편을 쓴다고 했을 때 좀비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무조건 좀비들과 싸우는 장면을 생각했는데 250매를 쓴 지금까지도 좀비가 등장하지 않는다며 언제쯤 좀비를 등장시킬지 본인도 모른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너스레,

김중혁 작가의 너스레는(농담이라고 하긴 좀 그렇고 개그라고 하기엔 좀 실례되고 그래서) 이미 <2008년서울 젊은 작가전>에서 알아봤지만 거의 두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노래 부르고 낭독하는 시간을 제외하곤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대부분 자뻑! 이라고 하는 자아자찬의 연속이었지만 그마저도 유쾌하고 당당하게 보여주는 자신감이라니! 해서 아직 나오지도 않은 그의 장편소설에 갑자기 기대감이 생겼다.(이 부분은 친구인 김연수 작가가 지난달에 일산의 도서관에서 있은 낭독회에 미 발표 단편을 낭독하였는데 반응이 아주 좋았다는 말을 듣고 그도 단편을 하나 써서 낭독을 할가 하다가 '뭐 그럴 것까지 있나?'하는 의문에 쓰고 있던 장편의 도입부를 그냥 프린터하여 왔다고 한다)

아무튼, 이 도저히 알 수 없는 그의 다재다능한 예술가적 기질에 사회를 맡았던 문동 마케팅 관계자가 즉석에서 "차세대 4번 타자"보다도 더 센 카피를 선 보였다. "장르를 넘나드는 천재 작가 탄생!"^^ 김중혁 작가는 이 카피로 홍보한다면 절대로 문학동네에서 책을 내지 않겠다며 받아쳤지만 그 카피가 정말 잘 어울렸다는 사실.
요즘은 작가도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 물론 모든 작가가 김중혁 작가처럼 직접 제작 편집하는 성의를 보일 수는 없겠지만 자신의 작품에 자신감을 가지고 독자와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꽤 보기가 좋았다. 즐거움이란 누군가 시켜서 억지로 해서 느끼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무도 그에게 3일을 걸려 비디오를 찍고 편집하는데 하루를 잡고 후보정에 또 하루를 잡아먹는 일을 하라고 하지 않았지만 그는 했다. 왜? 그 일을 하니 즐거우니까. 재미있으니까! 그 덕분에 우리 같은 독자들은 이 세상에 하나뿐인 비디오를 보고 어디에서도 다시는 볼 수 없는 독특한 낭독회를 보았으니 더 할 수 없는 즐거움을 맛보게 되고 말이다.

그는 작품을 쓸 때 항상 70%의 시간을 할애한다고 한다. 100%를 쓰고 난 후 실패하면 그 상처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데 그게 자신이 없단다. 그래서 늘 70%의 열의와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낭독회는 어쩐지 100%의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물었더니 아니란다. 이 역시 70%였단다. 70%의 열의로 100%를 감동을 선사하는 작가! 그렇다면 그는 3일 연속의 노력이 성공한 셈이다.
책을 골라 읽는 것도 각자의 취향이지만 작가들의 다양함도 각자의 취향인 것 같다. 그가 3일 밤낮을 고생했든 어쨌든 그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가진 독자로선 행복했다. 그나저나 앞으로 낭독회 할 작가들은 무척이나 고민스럽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