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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꽃담
이종근 글, 유연준 사진 / 생각의나무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그토록 경복궁이니 덕수궁이니 들락거리면서도 제대로 보지 못한 것이 많다. 무심코 지나치듯 바라본 담벼락의 모습에도 그저 ‘특이하다’, ‘아름답구나!’ 하는 말뿐! 그곳에 서서 그 모습들을 바라보며 한번이라도 그 아름다움을 음미할 생각은 해보지도 못했다. 예술적 감각도 없거니와 무심한 탓이겠지.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고택들의 꽃담들은 그렇다치고 경복궁의 아미산 굴뚝이나 덕수궁의 유현문 같은 것은 어찌 그 아름다움을 눈치 채지 못한 것일까? 왜 한번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꽃담이 이루어진 역사나 만든 이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을까?
항상 그렇다. 이렇게 콕! 집어서 말해주는 책을 펼치고서야 그 아름다움의 실체를 확인하고 만다. 난 그동안 뭘 보고 다녔던가? 내가 보고 느낀 경복궁이나 사찰의 아름다움은 기껏 겉모습으로 드러난 아름다움에 불과하지 않았던가?
<생각의나무>에서 펴낸 『우리동네 꽃담』은 그렇게 내가 눈여겨보지 못한 우리 전통의 꽃담들을 찍어 그 아름다움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한번쯤은 본 듯도 한 듯 기억은 나지만 세심하게 본 적이 없는 전국 곳곳의 꽃담들을 소개하고 “지극히 아름답고 또 더 이상 더할 것 없이 좋다“는 공자의 희열을 고스란히 담았다.
한곳의 사찰을 다니더라도 곳곳의 숨은 아름다움을 찾아낼 수 있는 미적 감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눈 호사시키듯 보고나면 잊어버리는 그런 만남이 아니라 내보이지 않고 숨어 있는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을 하나쯤은 찾아내어 제대로 된 눈 호사를 누려봐야겠다.
아름다운 우리의 꽃담, 비행기를 타고 남의 나라 유적지를 찾아다니지 않아도 가까운 곳, 우리의 숨결이 미치는 곳에 그 아름다움이 존재한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