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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베리 - 세미콜론 그림소설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포지 시먼스 글.그림, 신윤경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소설에 만화을 넣어 '그래픽 노블'이라 불리는, 말 그대로 만화가 그려진 이 만화소설은 책을 읽는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단순하게 스토리가 있는 만화이기보다는 그림만큼 글도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글과 함께 이미지까지 머릿속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마담 보베리』는 19세기 사실주의 소설가로 알려진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현대판으로 패러디한 작품이다. 구성과 스토리 전개는 비슷하나 배경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의 등장이 있는 점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화자로 등장하는 빵집 주인 주베르의 스토커적인 보베리의 관찰은 그가 엠마 보바리와 젬마 보베리를 동일시 하여 일어나는 사건들을 유추하면서 과연, 젬마 보베리가 플로베르의 소설 속 엠마 보바리와 같은 운명을 걸을 것인가?'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스포일러일 수도 있겠지만 포지 시먼스가 내리는 결론은 소설과 다르다는 것만 알아두자.^^
이 책의 재미는 마담 보바리의 패러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포지 시먼스라는 작가의 그림에도 있다. 표지의 그림은 밤마다 에르베의 성으로 가는 젬마의 차림새이다. 핫백을 들고 가는 모습이 꽤 인상적인데 알고보면 꽤나 선정적인 모습이다. 포지 시먼스가 그린 그림엔 위트가 보인다.(물론 글에서도 그 위트는 재미를 준다.) 젬마가 싫어하는 패트릭의 특징을 요약한 장면(그 중 하나로 책을 다 읽으면 쓰레기통에 버린단다.)이나, 패트릭과 같이 간 레스토랑에서 혼자 떠들고 있는 패트릭을 같잖다는 듯이 메뉴판 너머로 쳐다보던 젬마의 표정, 젬마를 관찰하며 한숨짓는 주베르의 표정 등등 글로만 읽었으면 절대로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들이었다.
또한 플로베르의 시대에는 비난을 받았을 지 모르겠으나 현재로선 너무나 별 일 아닌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젬마가 말하듯이 "서로 진짜 좋아하지 않고 비밀만 잘 유지된다면, 바람피우는 것도 괜찮다." 는 말에 은근히 공감을 하면서, 바람으로 인해 활력이 생겨 남편에게 더 잘해주게 된다면 젬마의 변명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리라. 엠마와 젬마를 비교하면서 책을 읽는 재미도 있겠지만, 젬마 보베리라는 인물과 화자인 주베르의 관찰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소설에 살짝 싫증이 났다면 이 만화소설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지. 마지막 이사간 보베리네 집으로 이사온 '제인-에어', 포지 시먼스의 위트가 절정을 이룬 문장이었다.^^ 그녀의 작품이 더 나오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