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은 없다 -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멀티태스킹
데이비드 크렌쇼 지음, 이경아 옮김 / 아롬미디어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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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당신은 한 번에 여러가지 일을 처리하는 멀티태스킹에 능숙한가?" 

띠지에 적힌 글을 보며 '멀티태스킹'에 대해 생각해봤다. '멀티태스킹'이란 컴퓨터용어인 셈인데 '다중 과업화'라고도 한다. 컴퓨터 한대에 여러 화면을 띄워놓고 작업하는 것을 말한다. 지금 내 컴퓨터에도 언제든 재빠르게 들어갈 수 있도록 로그인 되어 있는 사이트가 두 군데 이상이다. 하지만 나는 어렸을 때부터 집중력이 그다지 좋지 않은 탓에 공부를 하더라도 새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만큼 조용해야 집중이 되었다. 그러니 음악들으며 공부를 한다는 친구들을 보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이젠 음악 들으며 책 읽기, TV보며 전화 받기와 같은 이제는 단순해보이기만 하는 일들은 물론이거니와 네 일, 내 일 가릴 것 없이 내가 맡은 모든 일에 대해선 능수능란하게 한 치의 시간도 낭비하지 않고 다양하게 잘해내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 데이비드 크렌쇼는 그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한다. 다들 멀티태스킹이 일의 효율성을 올리는데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건 일의 효율성을 올리는 일이 절대로 아니라는 거다. 그의 말대로라면 우리가 생각하는 멀티태스킹은 '스위치태스킹'이란다. 스위치태스킹?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거다.
내가 지금 업무와 관련한 중요한 이메일을 작성하고 있다고 치자, 머릿속으로 내용을 생각하며 작성하고 있는데 앞쪽에 앉은 직원이 내게와 질문을 한다. 그러면 나는 잠시 머릿속에서 생각하던 메일의 내용을 잠시 보류하고(스위치 오프) 질문에 대한 답을 생각한다. 그 답을 해 주고나면 나는 다시 메일의 내용을 생각하고(스위치 온) 그러는 중에 상사가 급하다고 서류를 건네주면 또 잠시 생각을 닫아두고 그 서류를 본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다보면 작성하려던 메일은 처음부터 다시 읽어야 하고 다시 생각해야 하고 질질 끌고 갈 수 밖에 없으니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거다.  

위의 예를 들은 것은 지극히 작은 일일 수 있다. 그럼에도 생각해보면 저자의 말이 틀린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된다. 사실, 한 가지 한 가지씩 일을 해나가야 효율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일을 하다보면 업무 과중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멀티태스킹을 해야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효율성은 둘째치고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드니까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말한다. 스케쥴을 만들라고. 공감은 가지만도 읽다 보니 이 책은 직원 몇 명 없는 작은 회사에서 어쩔 수 없이 다양한 일을 해내야 하는 직원들에겐 그다지 효율적인 방법은 아니다.(단순노동이 아니고서야!) 하지만 대기업이나 업무 분담이 확실한 직장의 직원이나 ceo라면 반드시 읽어볼 만하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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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Space Fantasia (2001 야화) 01 2001 Space Fantasia
호시노 유키노부 글.그림, 박상준 감수 / 애니북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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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동안 『2001 Space Fantasia』를 읽었다. 아니, 만화이니 보았다고 해야 할까? 책을 펼치면서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1990년대 해적판이 나올 정도로 유명했다는 만화는 차치하고 표지에 보이는 우주선만으로도 나는 이미 마음을 빼앗겨버렸다. 집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첫번 째 책을 읽었다. 생각보다 집중이 되지 않았지만 한 편 한 편마다 흥미로웠다. 이틀을 보낸 후 2권을 읽고 내리 3권을 읽었다. 멍청하게도 한 편 한 편 집중하다보니 이 만화가 연결되어진 이야기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3권을 덮고서야 뭔가 이상하여 다시 돌아가 보았더니, 할 수 없이 다시 읽었다. 와, 그제야 이 만화가 왜 해적판이 나올 정도로 유명했는지 알게 되었다. 

이미 오래 전에 데즈카 오사무가 공상과학만화를 만들어 "자연과 인간성을 외면한 채 오직 진보만을 추구하며 질주하는 과학기술이 사회에 얼마나 깊은 균열과 왜곡을 가져오고 얼마나 많은 차별을 낳는지, 또 인간과 모든 생명에게 얼마나 무참한 상흔을 남기는지를 그리고 싶었다."고 했지만 『2001 Space Fantasia』가 보여주는 미래는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 1961년 달에 처음 착륙함과 동시에 이루어진 우주로의 대진출, 우주의 대항해시대가 도래하고, 우주를 탐사 식민지 개발과 자원채굴, 인류정착이라는 미명하에 자연파괴가 이루어진다. 지구에서 일어났던 그 일을 고스란히 우주에서도 행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진출의 기술적 결함으로 그들이 내세운 인류파종계획. 장장 4세기에 걸친 우주이야기지만 각각의 에피소드마다 흥미롭고 진지하여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특히 블랙홀에 갇힌 남편과의 1분의 만남을 가지는 아내이야기나, 인류파종계획으로 뿌려진(?) 조상을 만나는 후손의 시공을 넘나든 만남은 그동안 궁금해하던 우주의 시간에 대해 이제는 좀 읽어봐야겠다는 의지(!)를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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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내 말 좀 들어 주세요 - 어느 날 갑자기 가십의 주인공이 돼 버린 한 소녀의 이야기
세라 자르 지음, 김경숙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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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 5월로 들어서면서 비슷한 나이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내리 읽었다. 각 소설마다 개성이 있고 받은 느낌은 달랐으나 공통적으로 떠오른 것은 '사랑'과 '관심'이었다. '왕따'가 문제시 되고 사회적으로도 많은 이슈를 낫기도 하는 요즘엔 더욱 그렇다. 작은 '관심'이 한 아이의 인생을 바꿀 수도 있을 테니 말이다. 

누구나 한번쯤은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실수를 하여 부모님에게 혼이 난 적이 있을 것이다. 디에나와 같이 엄청난(!) 일은 아니지만(아, 나도 좀 늙었나보다. 디에나가 이해가 되면서도 그 일이 좀 엄청나 보이니-.-;;;) 아이들은 상처 받기 쉬운 존재라 원인을 알기도 전에 혼부터 내거나 내 편이 되어주지 않는 부모를 원망하며 살아갈 것이다.  

디에나 역시 그랬다. 작은 소도시의 그곳에서 일어난 일은 3년이라는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남아 있다. 그곳을 떠나지 않고서는 도저히 벗어날 수 없는 악몽과도 같은 일이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그 어린 시절에 저지른 한번의 실수로 구설수에 오른 디에나를 아빠가 좀 더 다정하고 자상하게 디에나를 껴안았으면, 아빠가 한번이라도 혹은 빈말이라도 "괜찮니?"와 같은 말을 해주었더라면 디에나가 받았을 상처가 훨씬 빨리 아물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토록 아빠를 원망하며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빠는 그러지 않았다. 디에나에 대한 마음을 닫아버리는 걸로 대신한다. 

아이들은 결국 아이들이다. 스무 살이 넘어가면 몰라도 그 이전에 그들은 부모에게 인정받고 싶고 부모에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존재다. 하지만 그걸 해주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라면 아이들은 상처투성의 삶만 남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디에나가 원망만 가득 쌓아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면 나는 실망했을지도 모른다. 감싸주지 않은 부모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부모 핑계를 대며 자신의 삶을 포기해버리는 것은 더더욱  잘못이기 때문이다. 

이 책이 주목받은 이유는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자신의 상처를 외면하지 않고 받아들이되 스스로 극복하려는 자세, 힘이 들고 죽어버릴 것 같지만 그럼에도 희망을 안고 이겨내려는 그 태도가 감동적으로 다가오니 말이다. 

갈수록 부모 노릇을 하기란 힘이 든다고 한다. 내가 아직 부모가 되어보질 못했으니 부모의 마음을 어찌 알겠느냐마는 조금만 더 아이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 아이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준다면 작은 상처가 눈덩이가 되어 아이의 마음에 남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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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살, 나의 첫사랑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59
프리드리히 아니 지음, 이유림 옮김, 정문주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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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내가 이성에게 눈을 뜬 것은 언제였을까? 아마도 지몬과 비슷한 나이였을 것이다. 또래 친구들 중에 유독 마음에 들었던 남자 친구 앞에서는 말도 한마디 못하거나 혹은 괜히 심술궂은 소리나 해대던 그 시절. 『열두 살, 나의 첫사랑』을 읽으며 내내 그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웃음 지었다. 사랑(!) 앞엔 누구나 바보가 되는 것 같다. 그게 어린 아이들이든 나이가 든 어른이든 다를 바 없다.  

이 책은 세상에 태어나 그 사랑을 처음으로 경험하는 열두 살, 지몬을 통해 일주일 동안 심장이 고장난 것처럼  두근거리고, 괜스리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며, 목소리도 안 나오고 숨도 제대로 못쉬더니 결국 잠까지 설치는 이 사랑의 과정을 보여주며 지몬이 어떻게 생애 처음 만나는 이 사랑을 배워나가는지 보여준다.   

사랑은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일이라고 할아버지가 말한다. 머릿속이 복잡한 지몬은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긴 힘들겠지만 아마도 조금의 시간이 지나면 그 일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게 될 것이다. 지금 비록 죽을 것 같은 마음이 들지만 말이다. 그래서 지몬의 아픔(!)이 이해되기도 하면서 웃긴다. 이제 첫사랑을 맛 볼 조카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책!^^  

땀이 얼굴 위로 줄줄 흘러내렸다.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혼자서 생각했다. 내 심장이 호텔까지 뛰겠구나. 30분 거리를 지나서 뛰겠구나. 승강기를 타고 올라가 문을 지나 안나레나가 묵는 층의 복도를 지나 그 애의 방문을 두드리겠구나. 아무도 믿지 않겠지만, 그날 밤 내 심장은 그토록 큰 소리로 뛰었다. 분명하다.  그 모든 걸 이해할 수 없었다. 내 심장이 왜 이렇게 세차게 뛸까? 그리고 왜 한밤중에도 멈추지 않는 걸까?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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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베리 - 세미콜론 그림소설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포지 시먼스 글.그림, 신윤경 옮김 / 세미콜론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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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만화을 넣어 '그래픽 노블'이라 불리는, 말 그대로 만화가 그려진 이 만화소설은 책을 읽는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단순하게 스토리가 있는 만화이기보다는 그림만큼 글도 꽤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글과 함께 이미지까지 머릿속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 『마담 보베리』는 19세기 사실주의 소설가로 알려진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현대판으로 패러디한 작품이다. 구성과 스토리 전개는 비슷하나 배경과 이야기를 끌고 가는 화자의 등장이 있는 점은 다르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화자로 등장하는 빵집 주인 주베르의 스토커적인 보베리의 관찰은 그가 엠마 보바리와 젬마 보베리를 동일시 하여 일어나는 사건들을 유추하면서 과연, 젬마 보베리가 플로베르의 소설 속 엠마 보바리와 같은 운명을 걸을 것인가?'하는 궁금증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스포일러일 수도 있겠지만 포지 시먼스가 내리는 결론은 소설과 다르다는 것만 알아두자.^^ 

이 책의 재미는 마담 보바리의 패러디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포지 시먼스라는 작가의 그림에도 있다. 표지의 그림은 밤마다 에르베의 성으로 가는 젬마의 차림새이다. 핫백을 들고 가는 모습이 꽤 인상적인데 알고보면 꽤나 선정적인 모습이다. 포지 시먼스가 그린 그림엔 위트가 보인다.(물론 글에서도 그 위트는 재미를 준다.) 젬마가 싫어하는 패트릭의 특징을 요약한 장면(그 중 하나로 책을 다 읽으면 쓰레기통에 버린단다.)이나, 패트릭과 같이 간 레스토랑에서 혼자 떠들고 있는 패트릭을 같잖다는 듯이 메뉴판  너머로 쳐다보던 젬마의 표정, 젬마를 관찰하며 한숨짓는 주베르의 표정 등등 글로만 읽었으면 절대로 상상할 수 없었던 장면들이었다.  

또한 플로베르의 시대에는 비난을 받았을 지 모르겠으나 현재로선 너무나 별 일 아닌 일처럼 느껴지는 것은  젬마가 말하듯이 "서로 진짜 좋아하지 않고 비밀만 잘 유지된다면, 바람피우는 것도 괜찮다." 는 말에 은근히 공감을 하면서, 바람으로 인해 활력이 생겨 남편에게 더 잘해주게 된다면 젬마의 변명이 낯설지 않기 때문이리라. 엠마와 젬마를 비교하면서 책을 읽는 재미도 있겠지만, 젬마 보베리라는 인물과 화자인 주베르의 관찰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소설에 살짝 싫증이 났다면 이 만화소설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지. 마지막 이사간 보베리네 집으로 이사온 '제인-에어', 포지 시먼스의 위트가 절정을 이룬 문장이었다.^^ 그녀의 작품이 더 나오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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