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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커다오, 꽝꽝나무야 ㅣ 문학동네 동시집 6
권영상 지음, 신철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7월
평점 :
가끔 책을 무심코 넘기다가 마음에 들어오는 글이 있으면 그 책을 읽게 됩니다. 관심을 가지고. 이 예쁜 동시로 가득한 책 역시 무심코 휘리릭 페이지를 넘기다가 이 시에 마음이 꽂혀버렸네요.
은행잎
노란 은행나무가
수만 개의
책갈피를 떨어뜨린다.
올겨울
수만 명의 사람들이
책을 읽겠다.
아이들의 동시가 이렇게 예뻤던가요? 누가 쓴 걸까, 궁금해하며 시인의 소개를 봅니다. 30년 동안 '곰삭고 속 깊고 폭넓은 시를' 쓴 시인이랍니다. 시인은 "날마다 밥을 먹는 일과 같이" "호흡하는 일을 잊어버리면 목숨을 잃듯 시의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날마다" 시를 쓴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시를 쓰지 않고는 못 사는 사이가 되었다."네요. 시와 못 사는 사이가 된 지 30년, 그 30년이란 시간의 깊이 만큼 이 예쁜 동시들을 읽는 제 마음도 깊어만 갑니다. 이번엔 이런 동시에 마음이 짠해집니다.
강물에 돌을 던지며
강물에
돌을 던진다.
강물이
풍덩, 운다.
내가 던진 돌에 맞은
엄마마음이
꼭 저렇겠다.
이런, 어쩜 이런 시를. 내 마음을 들킨 것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한참을 읽고 다시 읽고 또 읽습니다. "강물이 풍덩, 운다." 그 말에 갑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집니다.
시인은 "화려한 말과 수사로 겉멋을 부리지 않아"도 동화적 상상력이 넘치는 시를 선 보입니다. 또한 한 편 한 편 소리내어 읽다 보면 이게 다 내 어린 시절의 생활을 이야기하는 거라는 걸 알게 됩니다. 바람, 나무, 눈이 내리거나 햇빛 좋은 날, 엄마와 할머니, 아빠와 감자 캐던 이야기, 논둑길의 여름 풍경, 손톱 깎는 풍경까지 너무나 익숙하고 그래서 미소가 저절로 지어지는 그런 예쁜 시들입니다. 오늘 저녁 이 시들을 소리 내어 하나씩 다 읽어봐야겠습니다. 비 내리는 소리에 박자 맞춰 시를 읽으면 내가 시인이라도 된 듯, 마음이 따뜻해질 것 같습니다.
이 우산 받어
생쥐가
소낙비를 맞습니다.
자, 이 우산 받어.
호박순이
호박잎 한 장을
쑥, 내밉니다.
덧, 아이들의 순수하고 소박한 마음들이 그대로 표현된 그림은 자유롭고 편안합니다. 꼭 아이들의 마음같이 예쁜 색들이 시와 참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