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읽고 주절주절...]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 때도 알았더라면'

그래서 이런 책도 있는 거겠지?


컴퓨터 앞에 앉은 자리에서 왼쪽으로 돌아보면

창밖으로 내가 좋아하는 가느다란 잎을 가진 나무가 보여..

(그 나무 이름을 알아내야지.. 아직도 모르는 것 투성이네)


요즘은 그 나무를 볼 때마다

심한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만 보이지..

문득.. 저 나무는 바람이 불때마다 얼마나 떠나고 싶을까..

생각 해봤어..


새잎이 돋아나고 또 초록이 짙어지고 할 때나

흰눈이 포근하게 자기 몸을 감쌀 때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

하지만 요즘처럼 바람이 자기를 흔들고

그나마 가진 잎새들을 떨구어 낼 때는..

나무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을 것 같다는...

우리에게 뿌리로 존재하는 것들..

우리를 뿌리로 존재하게 하는 것들..


돌아보면.. 꼭 생각하고 넘어가야 할 것들.. 많지..

어떤 건 지금이 아니면 안되는 것들도 있구..

내가 아니면 지켜질 수 없는 것들..

그런 것 너무 늦기 전에 한번씩 생각해보구 싶어..

너무 늦기 전에 말야..

시간이 흐른 뒤.. 그 때도 그것을 알았다면 좋았을 것을..

이렇게 생각하게 될테지만..

지금 알 수 있는 것들만으로도 어쩌면 충분하지 않을까..

정확하게 알 수는 없다 해도 감이란게 오니까 말야..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고 싶어..


쉬운 말로 욕심을 비우고.. 겸허하게 말야..

쉬워서 또 너무 옳아서 사람들이 자주 쓰는 말들은..

역시.. 옳은 소리가 많은 법인가봐..


며칠 전에 마더 테레사 수녀님이 쓰신 글 하나를 읽었는데..

어떨 때 그런 글은..

그래.. 참 옳은 소리만 골라 쓰셨네요.. 해버렸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평범하지만 따듯한 글 앞에서 착해져야한다는 생각도 했어..


착해져야지.. 착한 글.. 착한 사람..

그런 것들 앞에서 나도 착해져야지...


주절 주절..

나 술 한방울도 안먹었는데.. 취한다..

휘적휘적.. 자야지..


근데...

왜 이렇게 쓸쓸한 거야...


2002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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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빗소리는...]

 

빌어먹을 가을..

거기다.. 아주 제대로 소리 내는 비까지...

이런 소리를 내며 내리는 비를 어떡하면 좋을지..


왜 빗소리는 현재의 빗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걸까?

왜 빗소리는 2002년 10월 26일 새벽의 빗소리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기약 없이 기다리며 섰던 그 길가에서 내 발등을 적시던 빗소리..

창 넓은 찻집의 커다랗고 맑은 유리창에 눈물이 흐르듯 흘러내리던 빗소리..

마음 갈 곳 없이 헤매이던 날의 지친 어깨 위로 떨어지던 빗소리..

이렇게 지나온 모든 힘겨웠던 날들의 빗소리가

다 작심하여 하나가 되어 들려오는 걸까...


잔인도 하여라...빗소리...

나는 늘...무기력도 하여라...

2002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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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얼중얼]

 

상상 해본다..

지금 내 주변이 물구덩로 변해 버린다면..

하루를 나답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컴퓨터와

아이와 함께 듣는 잠자리의 '유키구라모토'가 물에 잠겨 버린다면..

책들, 노트들, 카세트테잎, 고이고이 모셔둔 LP들...

이십년이 넘도록 버리지 못하고 간직한 것들이 휩쓸려 사라져 버렸다면...


아이가 깨끗하고 보송보송한 옷으로 갈아입고 잠자리에 들 수 없다면..

밤마다 꼭 읽어야하는 '노랑이불을 찾아서'를 아무리 아이가 보채도 읽어줄 수 없다면...

아이가 사랑하는 멍멍이 인형과 테디베어가 물에 잠겨 썩어간다면...


그 막막함... 이해할 수 있겠다는 생각조차... 미안한...

그 무기력함... 더구나...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면...


난 정말 대선후보로 누가 '수해'만 확실히 해결할 수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을 찍을 거야...

어차피 그나물에 그밥...

속하게 되면 다 적절한 시스템이 작동되어 버리는 그 동네에서

그것 하나만 해결할 수 있어도...

해마다, 여름마다, 이렇게 가슴 치는 사람들이 줄어들 테니까...

난 그 사람을 찍을 거야..


이것만 해놓고 자야지 하면서 조금은 눅눅한 빨래들을 개키는데...

빨래가 뽀송뽀송, 까실까실 마르지 않아 죽겠다고... 혼잣말로 불평을 하려는데...

갑자기.. 어떤 사진 한 컷이 머릿속에 떠오르면서...

앞에 놓고 있는 따듯한 커피한잔조차 미안해지는...

근데 더 화가 나는 건...

그 사진들... 매년 여름이면 보게 된다는 것...


넋을 잃고... 망연자실한 채 서 있는 주름이 깊게 패인...

우리들의 할머니...

2002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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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y 2004-07-26 0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제발 이런 일 일어나지 않기를..
 

[가만히 불러보는 ‘가을’]

 

'가을'이라고 가만히 발음해보니...

조금 빛바랜 햇살의 따스함이 스며있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고 있었던 거겠지...

이마에 삐질삐질 진땀이 솟던 날들을 지나오는 동안에도..


조금 더 의연해지기를...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음을 잃지 않도록 힘 낼 수 있기를...

내 속에서 솟구치는 바램들의 무게에 짓눌려 곱절은 더 힘들었던 건 아닐지...


아직 힘쎈 여름 공기 속으로

물처럼 자연스레 스며드는 가을 냄새처럼...

슬렁슬렁 흐르고 헐렁헐렁 넘어갈 수는 없을지...


홍수 뒤의 호수처럼... 흙탕물이 되어 버린 마음...

가만히 가만히 침잠하기에 '가을'은 쉬운 계절일까.. 더 어려운 계절일까..


거봐.. 또 두려움이 앞서는 걸...

하지만... 삶이 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해라... 이 한 귀절에...

또 슬쩍... 바램을 실어 본다..

삶이... 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했으면...


200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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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를 앓고 난 후]

 

아주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다가 서서히 나아갈 때의 느낌..

그 느낌.. 아주 괜찮은 것 같다.

몸이 아직은 기운으로 차오르지 않아서 약간은 나른하고 어질어질 하면서도

앓고 있는 동안 몸의 독소와 더불어 마음의 독소까지 빠져나간 듯이

가볍다고 할까? 부드럽다고 할까? 섬세하다고 할까?


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이제부터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심감도 생겨나면서

살면서 별로 겪지 못했던 극복의 느낌을 내게 주기 때문일까?


사람들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것은 실패 그 자체일까? 실패의 기억일까?

또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극복 자체일까? 극복이 주는 그 성취감일까를

가끔 생각해 본다.


실패는 물론 두려운 것이겠지만 사람들을 두고두고 실의에 빠지게 하는 것은

그 실패의 기억들이란 생각을 한다.

또 사람들이 고무되는 것은 극복자체 보다 극복을 이뤄내고 난 후

자신을 대견하고 씩씩하게 바라보는 그 느낌이 아닐지...


감기 몸살은 심했지만 이제 그것을 나는 거의 극복했고...

이제 나는 앓을 만큼 앓았다는 후련함이 속시원하다..


감기가 나아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던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지고 있다는 기분을 목숨 걸고 붙잡아 확대시키고 싶은 욕구...

그 느낌을 내 일상 구석구석에 흩뿌려놓고 싶은 기분...

극복이나.. 반전..

내겐 그것이 그리도 절실했었나 보다...

2002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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