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를 앓고 난 후]
아주 심한 감기몸살을 앓았다가 서서히 나아갈 때의 느낌..
그 느낌.. 아주 괜찮은 것 같다.
몸이 아직은 기운으로 차오르지 않아서 약간은 나른하고 어질어질 하면서도
앓고 있는 동안 몸의 독소와 더불어 마음의 독소까지 빠져나간 듯이
가볍다고 할까? 부드럽다고 할까? 섬세하다고 할까?
몸이 조금씩 나아지면서 이제부터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심감도 생겨나면서
살면서 별로 겪지 못했던 극복의 느낌을 내게 주기 때문일까?
사람들이 진짜로 두려워하는 것은 실패 그 자체일까? 실패의 기억일까?
또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것은 극복 자체일까? 극복이 주는 그 성취감일까를
가끔 생각해 본다.
실패는 물론 두려운 것이겠지만 사람들을 두고두고 실의에 빠지게 하는 것은
그 실패의 기억들이란 생각을 한다.
또 사람들이 고무되는 것은 극복자체 보다 극복을 이뤄내고 난 후
자신을 대견하고 씩씩하게 바라보는 그 느낌이 아닐지...
감기 몸살은 심했지만 이제 그것을 나는 거의 극복했고...
이제 나는 앓을 만큼 앓았다는 후련함이 속시원하다..
감기가 나아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던
어제보다 오늘이 나아지고 있다는 기분을 목숨 걸고 붙잡아 확대시키고 싶은 욕구...
그 느낌을 내 일상 구석구석에 흩뿌려놓고 싶은 기분...
극복이나.. 반전..
내겐 그것이 그리도 절실했었나 보다...
200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