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불러보는 ‘가을’]

 

'가을'이라고 가만히 발음해보니...

조금 빛바랜 햇살의 따스함이 스며있는 것 같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고 있었던 거겠지...

이마에 삐질삐질 진땀이 솟던 날들을 지나오는 동안에도..


조금 더 의연해지기를... 조금 더 단단해지기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같음을 잃지 않도록 힘 낼 수 있기를...

내 속에서 솟구치는 바램들의 무게에 짓눌려 곱절은 더 힘들었던 건 아닐지...


아직 힘쎈 여름 공기 속으로

물처럼 자연스레 스며드는 가을 냄새처럼...

슬렁슬렁 흐르고 헐렁헐렁 넘어갈 수는 없을지...


홍수 뒤의 호수처럼... 흙탕물이 되어 버린 마음...

가만히 가만히 침잠하기에 '가을'은 쉬운 계절일까.. 더 어려운 계절일까..


거봐.. 또 두려움이 앞서는 걸...

하지만... 삶이 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해라... 이 한 귀절에...

또 슬쩍... 바램을 실어 본다..

삶이... 초가을 풀잎처럼... 투명했으면...


2002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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