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말한다
너는 살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등이 휘었다고
오늘도 고단한 하루였다고
말하는 너를 보며
쓰레기같은 하루를 보며
쓰레기 속에
번쩍이는 너를 보며
흐느끼는 얼굴을 보며
나도 등이 아프다.
나도 팔이 저린다.
나도 하루종일
이마가 아프다.
우선 조금 쉬고 싶다.
여름해는 쏟아지고
개 한 마리
고양이 한 마리
보이지 않는 땅에
너는 서있다.
너는 서있고
너는 사는 게
힘들다고 말한다.
너는 사는 게
무섭다고 말한다.
너는 사는 게
노엽다고 말한다.
너는 말한다.
[아직도 지옥은 비어있을까?]
<이승훈>
세상엔 힘든 사람과 힘들지 않은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과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뿐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모든 것은 적응력과 참을성의 문제인지도..
누군들.. 삶이 간단하며
누군들.. 삶이 쉬울까..
아프다 힘들다 말하는 상대 앞에서는
이해력이 필요한 게 아니라
열려있는 귀와 열려있는 마음이 필요할 따름인지도..
모든 것이 너무 아쉽고 힘에 겨운 사람과
모든 것이 너무 간단하고 아쉬운 것이 없는 사람..
전자 쪽으로 보여 지는 건 죽어도 싫다고 생각하며 지낸 몇 개월..
하지만 후자 쪽으로 보여 진들 또 무슨 대수랴..
이렇게든 저렇게든 삶은 흘러가는 것이고..
치우친 생각이 몸과 생활을 상하게 하는 것..
그것을 경계할 뿐..
사는 게 힘에 부치는 너와 나..
사는 게 무섭고 때로 노여운 너와 나..
서로를 보며 니가 힘들면
나도 등이 아프고, 나도 팔이 저리다고..
그렇게 따스한 말줄임표를 건넬 수 있는 관계들이
아직 나에게 남아있으니.. 그걸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