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비가 왔고 요가는 패스였다.

달라진 게 있다면 그런 것에 있다.

예전엔 11시에는 그래도 가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가

12시가 되어 가면 포기를 했을 것.

지금은 11시부터 가지 않을 거야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판단력이 느려지는 대신 포기가 빨라졌다는 것도

다르게 생각하면 생의 요령을 터득해 가는 일이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것 같을 때는 놓아버리면 된다.

 

치니님이 올린 지연의 동영상을 보기 위해 코덱이란 프로그램을 다운 받았다.

예전 같으면 간단한 다운로드도 엄청나게 무언가를 망가뜨릴 것만 같고

내가 알지 못하는 변화가 일어날 것이 두려워서 손도 못 댔을 것이지만

이제는 까짓 컴퓨터 고장 나면 단골 아저씨 불러서 3만원 드리면 될 일,

무엇이 두려우랴 싶다.

그걸 다운 받고도 동영상은 읽히지 않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그걸 하면 될 일. 


나는 이런 식으로 진화한다.

나는 이런 식으로 진화하고 싶지는 않았다.


어젠 오후 두시라는 시간이 막막해서

[여자정혜]를 보았다.

정혜는 내가 미루어 짐작한 여자와는 조금 다른 사람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정혜에 관해, 또 다른 모습으로 나와 만난 정혜에 관해

또 정혜를 오해하게 만들었던 사람들의 말과 생각들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마음속에 툭툭 떠올랐지만

난 언제부턴가 어떤 것이 분명히 거슬리는 이유에 대해서만 글이 써진다.

전체적으로 할 이야기가 많은 것에 관해선 글이 잘 써지지 않는다.

그게 뭔지.. 무슨 이유인지는 잘 알 수가 없다.

어쩌면 이유란 없을지도..


어제 내린 비를 [봄비]라고 생각하기로 한다.

나이가 들어선지 겨울을 아무리 좋아해도 추위는 벅찼다.

겨울이 이제 그만 갔으면 하고도 바래본다.

두껍게 껴입는 옷도 너무 무겁고.. 둔하다..


어떤 사람이 머리를 감은지 나흘이나 되었다고 한다면

그건 어떤 사람에겐 종종 일어나는 일이겠지만

어떤 사람에겐 아주 명확한 징후가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 대화란 건, 이해란 건

도무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난 머리를 감은지 나흘이나 지났고

오늘 오후 두시도 여전히 막막해서..

목욕을 다녀오기로 결심한다.

목욕을 다녀오면 따듯해 질 거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행복해 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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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6-02-15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해지고 행복해지실 거예요. 분명히......^^

플레져 2006-02-1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가 패스하던 시절이 저도 있었는데... 매일 10분씩 하던 요가도 걸르고 있어요.
그러고보니 어제 내린 보슬비는 봄비였나봐요.
두꺼운 옷을 입지 않게 되서 저도 봄비가 반가워요 :)

치니 2006-02-15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여자정혜는, 나로서는 그다지 특이한 인물이 아니었다는 기억.
목욕의 기쁨을 맘껏 누리고 오길.

비도 봄비 같았고 자욱한 안개가 참으로 징했던 날이었네.
하지만 마지막 추위는 언제 어디서나 도사리고 있겠지.

rainy 2006-02-15 17: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따땃하니 몸 녹이고 잘 다녀왔어요.
님의 댓글이 목욕보다 더 따스해요^^

플레져님..
두분은 약속이나 한듯 제 글에 나란히 답글을 다시네요^^
요가를 하루 10분씩 혼자 하려면.. 얼마나 많은 @@이..
전 선생님께 조용히 가서 말씀 드렸어요.
일부러 안 따라하는 거 정말 아니라고.. 몸이 안된다고..
이제 내일 오후 2시에는 님처럼 현관 바닥을 닦아 볼까 해요^^

치니님..
그녀가 특이할 거라고 근거도 없이 미루어 짐작했던 것이
그녀는 얼마나 싫었을까.. 잠깐 생각했어..

waits 2006-02-15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좀은 나른하고 우울한 느낌도 들지만, 일견 편안하고 따스한 느낌도 들어요. 목욕은 다녀오셨나요? 언젠가부터 저는 몸을 씻는 동안에만 잠깐 착해지고(?) 있답니다.

rainy 2006-02-16 0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어릴때 님..
저 글을 쓸 땐 좀 마음이 대책없었던 것 같아요 ^^
목욕을 하면서 생각해봤어요. 나의 목욕체험 진화기를 써보면 재미있겠다고..
몸을 씻는 동안에만 착해진다면..
그럼 씻을 필요 없으신가요? 아니면 자주 씻으시나요? ㅋㅋㅋ

rainy 2006-02-16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검은비 님..
씨.. 날잡아 술이나 마셨음 좋겠어요.. 그러면.. 그리하여..가 될까..

waits 2006-02-17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욕체험 진화기, 재밌겠네요. 흐르는 물에 몸을 씼을 때 떠오르는 이런저런 착한 생각들은, 오로지 욕실에서만 유효하답니다. 욕실을 나서면 닦여진 물기와 함께 사라지더라구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