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이해 동문선 현대신서 171
가브리엘 보레 지음 / 동문선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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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 무엇이 계기가 되어 사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하나 분명한 것은 그저 느낌이 좋아 집은 어떤 포토에세이 한 권 덕분에 사진에 대한 관심이 노골적으로 깊어진 게 아닌가 싶다. 그 후로 몇 안 되지만 사진집을 찾아보는 재미에 빠졌고, 사진작가를 중심으로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된 듯하다. 또 이웃님들이 추천하는 ‘손맛’도 한 몫을 단단히 했으리라.  


그렇게 다분히 사진집을 탐하다가 나도 모르게 디지털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마 책좀읽자님과 나눈 대화와 햇귀님이 선물해주신 김홍희의『나는 사진이다』의 영향이 컸지 않았나 싶다. 그러다가 최민식의『사진이란 무엇인가』를 읽던 중, 정말이지 ‘불현듯’ 읽던 책을 덮고 자문해봤다. ‘사진이 뭐지?’ 여태껏 내게 사진(기)이란 아주 일상적인 한 부분으로 자연스러운 것에 지나지 않았다. 또한 사진집을 좀 본 터라 본디 예술의 한 장르로 당연하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가브리엘 보레의『사진의 이해』는 그렇게 ‘불현듯’ 떠오른 물음으로 인해 읽게 된 책이다. 굳이 한 가지 이유를 더 들자면, 사진가 김홍희와 최민식이 말하고 있는 사진의 본질은 비슷하면서도 미묘한 차이가 있음에 호기심이 발동했다고 할 수 있다. 좀 과장하자면 내 나름대로 이 둘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졌던 것 같다. 결국 이 두 사진가가 추구하는 ‘스타일’의 차이가 사진에 대한 노골적인 관심을 증폭시킨 게 아닌가 싶다.  


『사진의 이해』는 사진의 역사를 비교적 간략하게 살펴볼 수 있는 책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사진기의 발명에서부터 예술이라는 하나의 장르로 사진이 자리매김하고 보편·대중화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또 발전을 거듭해가는 그 과정의 핵심에 섰던 사진가들과 그들이 갖는 개성(스타일)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둔기로 머리를 맞은 듯 한 기분을 책의 초반부에서 경험했다. 나는 여태 사진을 보고 사진기를 만지작거리면서도 왜 단 한 번도 과학의 산물로 생각하지 않았던가. 사진의 역사는 사진기의 발명, 즉 과학적 발견 혹은 발명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걸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다분히 앞서 말한 두 사진가의 책에서 강조하고 있는 사진철학 혹은 작가정신이나 사진의 예술적 본질에 대한 것에만 몰두한 나머지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이면서 근본적인 부분에 대한 사실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다.  


다음으로 사진은 그저 사진가들에 의해 독자적으로 응용되고 발전되어 지금의 예술형태로 자리매김한 줄 알았다. 사진은 회화(그림)의 근간과 아주 밀접하면서도 다른 모습으로 서로 비교·발전되었으며, 고고학, 역사, 인류, 지리, 의료, 복지, 과학, 사회 등등의 많은 분야들의 발전에 공헌했다. 또 그런 과정 속에서 새로운 형태와 기법(스타일 혹은 개성)이 생겨나고, 기기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지금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전해지게 되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런 사실들을 뒤늦게 접하면서 내 호기심은 조금씩 깊어진 듯하다.

결과적으로 내가 처했던 ‘딜레마’는 어렴풋하나마 풀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진가로서 사진의 본질을 찾아가는 것은 끊임없는 자기연구에 의해 가까워진다는 것. 단, 저마다의 스타일로써 그 본질을 추구해나간다는 그만큼의 차이가 있다는 것. 적절하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김홍희의 경우 여행이나 우리네 삶 속을 방랑하면서 사진의 본질 추구한다면, 최민식의 경우 철저한 작가정신과 리얼리즘을 바탕으로 사진의 사회적 가치와 그 역할을 촉구한다는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사진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아보면서 여러 사진가들이 말하는 사진의 본질은 기본적으로 그 맥은 하나인 듯하다. 단지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이 조금 다를 뿐이고 그로 인해 우리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의 형태가 조금 다를 뿐이다. 사진의 다양한 기능들 중 자신의 철학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자신이 가장 자신 있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독자와 세상과 자신을 끊임없이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단순히 뭘 몰랐던 것이다. 그저 사진보는 게 좋아서 이 책 저 책 보는 와중에 같은 사진가로서 왜 다른 소리를 할까, 라는 어리석은 의문을 가졌던 것이다.  


이 책을 본 후 ‘불현듯’ 덮었던 최민식의『사진이란 무엇인가』를 보다 이해하기 수월해진 듯해서 좋다. 여러 사진가들의 이름이나 작품의 특징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번역이 참 거시기하다는 것. 내가 좀 모자라긴 하지만 그래도 번역이 많이 어색해서 읽는데 어렵기까지 했다. 이 점이 참 아쉽게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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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뚱한 생각을 해본다. 근대 도시디자이너와 사진가에 대해서 그냥(?) 생각해봤다. 근대 도시디자인이 철저한 질서화를 추구했다면, 근대 사진가들은 그 질서화 속에서 ‘자유’라는 무질서를 포착하기 위해 애쓴 게 아닌가 싶다. 구획되고 규격화된 합리적(?)인 도시질서 속에 무수히 많은 인간의 욕망과 저항과 자유, 그들의 얼굴에 비친 시대를 바라보는 정서를 포착(르포르타주)하고 기록했던 것이 사진의 역사와 발전은 물론 지금까지도 사진이 큰 의미를 갖는데 기인한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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