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의 일본을 생각하면서 읽고 있다. 사실 그해의 일본이 어떠했는지 전혀 모른다. 우리나라도 어떠했는지 모른는데 일본이야 오죽할까. 하지만 작가가 그해를 생각하면서 읽어주길 바라기에 한번 그래봤을 뿐이다. 자칭 천재라는 녀석이 있다. 경제가 이세상을 그야말로 밝고, 맑고, 살기좋은 곳으로 만들어 줄것임을 의심치 않는 녀석이다. 하지만 세상은 경제로 그렇게 되는 것은 아닌가보다. 바로 그녀석 앞에 아무생각 없을 것 같은 부자가 턱하니 나타나 자칭 천재소년의 세상마저도 흔들고 마니 말이다. 이 천재한테 그들 부자는 외계에서 온 열등한 생명체보다도 못한 인간들로 보인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그야말로 가족이 되어버렸다. 그들 외계부자의 무규칙 사고와 생활은 자칭 천재의 엘리트적, 모범적 생활에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그 이야기들의 시작이다. 정교하거나 딱히 성의있어 보이는 그림은 아니나 그렇다고 무성의하다고도 볼 수 없는 그림들이 편안함과 재미로 이끌고 있다. 노다메 칸타빌레를 재미있게 읽고 있는 독자들이라면 분명 후회없을 것이다.
역시나 배신하지 않았다. 그전의 9권을 읽으면서 맛깔스럽게 그려낸 음식들과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글들에게서 받았던 감동은 이번 10권에서도 그 맛은 여전하다. 이번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음식들은 꽤나 서민적이다. 전작의 소재들 또한 그러했지만 이번에는 고등어, 콩나물, 정어리, 멸치등 우리 식탁에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올라왔다. 이번권에서 달라진 점이라면 작가도 앞부분에서 밝혔지만 음식재현에 있어서 그 고충을 덜은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사실 전작에서 그러한 고충들이 있었나? 할 정도였지만 작가가 그러했다니.. 앞으론 다행이겠구나라는 동질의 안도감까지 느꼈다. 언제나 한국적 맛이 살아있고, 음식상식도 여전하며, 음식과 어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책맛을 더해 준다. 책을 읽을 때마다 소개된 조리법으로 음식을 해봐야지 하면서도 아직까지 한번도 실전에 옮겨보진 못했지만 이번권에서는 좀더 쉽게 도전해 볼 수 있는 만만한 음식들이 소개되어서 자신을 얻어간다.
만화의 상상력은 상상하기기 쉽지 않다. 캐릭터와 아이디어가 기발해야 만화로써의 재미를 훨씬 많이 느낄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러한 점에서 본다면 데스노트의 아이디어 기발함은 최고이다. 죽음의 노트에 이름을 적힌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이것은 사신인 경우고 인간이 그 노트를 갖고 있을 땐 상황이 다르다. 명탐정 저리가라할 정도로 추리력과 수사력, 지능을 가진 라이토라는 고등학생이 이 노트를 소유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되며, 라이토에 버금가는 또다른 인물인 L이 서로의 정체를 밝혀내기 위해 두뇌싸움을 벌인다. 그 둘의 추리와 수사를 따라가다 보니 글의 내용이 많아져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약간씩 늦어지는 것이 번거롭지만 재미와 속도감은 충분히 느낄 것이다. 아직 미완결이라 그 끝을 짐작만 하는 것이 아쉽지만 다음 권도 기다려지는 재미있는 작품이다.
나역시 다른 사람들과 똑같아. 어떤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대로 세상을 보는게 아니라 그렇게 되었으면 하고 바라는 대로 세상을 보는 거지!-73쪽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네!!-74쪽
기회가 가까이 오면 우리는 그걸 이용해야 합니다. 기회가 우리를 도우려 할 때 우리도 기회를 도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합니다.그것을 은혜의 섭리라고 하기도 하고 '초심자의 행운'이라고도 합니다.-92쪽
결정이란 단시 시작일 뿐..-116쪽
"하지만 나는 그 일을 통해 알라의 가르침을 이해할 수 있었소. 누구나 자기가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면 미지의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우리 인간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목숨이나 농사일처럼 우리가 현재 갖고 있는 것들을 잃는 일이오. 하지만 이러한 두려움은, 우리의 삶과 세상의 역사가 다같이 신의 커다란 손에 의해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나면 단숨에 사라지는 거라오"-130쪽
"내 마음은 고통받을까 두려워하고 있어요."달이 뜨지 않은 어두운 하늘을 함께 올려다보고 있던 어느 날 그가 연금술사에게 말했다."고통 그 자체보다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 더 나쁜 거라고 그대의 마음에게 일러주게. 어떠한 마음도 자신의 꿈을 찾아나설 때는 결코 고통스러워하지 않는 것은, 꿈을 찾아가는 매순간이란 신과 영겹의 세월을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라고 말일세."-212-213쪽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214쪽
'바로 그게 연금술의 존재 이유야. 우리 모두 자신의 보물을 찾아 전보다 더 나은 삶을 살아가는 것, 그게 연금술인 거지. 납은 세상이 더이상 납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까지 납의 역할을 다 하고, 마침내는 금으로 변하는 거야. 연금술사들이 하는 일이 바로 그거야. 우리가 지금의 우리보다 더 나아지기를 갈구할 때,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도 함께 나아진다는 걸 그들은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지."-241-242쪽
이야기는 단순하다. 이갈리아라는 나라에서 남자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말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에서는 이갈리아가 없다. 과거에도 없었고, 현재는 물론이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이갈리아에는 차별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 이 나라의 커다란 특징이다. 남과여의 차별, 성차별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이갈리아는 다르다.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나라들의 그 차별하고. 바로 여성 우월, 남성 열등한 존재로 그려지기 때문이다. 이 지구의 남자들이 누리고 있는 모든 혜택과 자유가 이갈리아에선 고스란히 여자들의 차지이다. 남자로 태어난 이갈리아인은 살 가치조차 찾기 힘들다. 이갈리아에서 남자로 태어난 주인공은 번민하고 번민하고 또 번민한다. 자신을, 자신이 왜 차별을 받아야하는지, 자신이 왜 숨죽여 살아야하는지를 말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통쾌해 하는 지구의 여자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에서 여자가 차별받든, 이갈리아에서 남자가 차별을 받든 그 뒷맛은 똑같이 씁쓸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