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영원한 전쟁'과 '시간 여행자의 아내'의 스포일러가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만약, 이 책이나 영화--시간 여행자의 아내는 영화로 나올 예정입니다-를 보실 분이시라면 이 글은 피하시는 것이 좋을 듯 싶습니다.. )
먼저...이 글은 알라딘의 '책 더하기 책'에 올리기 위한 글임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이번에 이야기 하고 싶은 소재는 '시간 여행'에 대해서 입니다.
원래 쓰고 싶어했던 글은 전쟁에 관해서 쓰고 싶었습니다. 특히, 오래전부터 반전과 참전에 대해 SF계로부터 화두로 내려오는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과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스타쉽 트루퍼스'라는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 두 권을 비교한 많은 글들도 있고 해서, 소재를 시간여행으로 바꾸어봤습니다. '영원한 전쟁'은 그대로 이야기하고, '스타쉽 트루퍼스'대신 '오드리 니페네거'의 '시간 여행자의 아내'를 넣어봤습니다.
시간 여행은 인류가 과학(특히... 이론물리)이라는 학문에 관심을 쏟으면서 양으로, 음으로 많이 쏟아져나오는 지적 상상의 결정체입니다. 시간 자체를 하나의 차원으로 보는 학자들도 많으며 이 차원을 극복하기 위한 기발한 상상이 더불어 쏟아져 나왔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일상의 시간은 절대적 시간입니다. 나의 시간과 다른 사람의 시간이 어디에서나 똑같이 흐르는 절대적으로 변치 않는 하나의 상수(물론 시간의 범위가 정해진다면 변수가 될 수도 있긴 합니다만...)입니다. 시간은 빛의 속도와도 연결되니까요.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일반상대성 이론을 내놓으며 상대적 시간이라는 개념이 추가되었습니다. 고전적 농담으로 뛰어다니면 그만큼 젊어진다는 소리도 있으니까요..(시간은 빨리 이동하는 계(system)속에서 느리게 흐른다는...)
저도 정확한 이론은 잘 모르므로 거두절미하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먼저, '조 홀드먼'의 '영원한 전쟁'은 일반 전쟁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주의 지적 생명체와 전쟁을 벌이는 우주전쟁에 관련한 SF소설입니다. 그럼 우주전쟁이야기에 왜 시간여행이 들어있을까요? 누구나 다 예상할 수 있듯이, 우주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광활하고, 이 우주의 여기저기를 이동하려면 우리가 알고있는 시간단위의 여행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타트랙'을 보더라도 광속의 개념을 뛰어넘은 워프라는 새로운 속도의 개념이 도입되지요. 광속의 몇배로 간다는 이 개념은 아마도 마하(소리의 속도)의 개념에서 나온 듯 보입니다. 그런데 물리 이론중에서 '쌍둥이 파라독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이론은 두 쌍둥이 중 한명은 지구에서 머무르게 하고, 나머지 한명은 빛의 속도로 우주를 여행하게 했을때, 이 둘이 다시 지구에 모인 후 변화를 관찰해본다면,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온 쌍둥이가 더 젊다는 일반 상대성 이론중의 한가지입니다. 바로 '영원한 전쟁'은 이 소재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전쟁은 1990년대 후반에 시작되어집니다. 주인공인 '만델라' 일병은 병사로서 전투에 참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단 며칠동안의 머나먼 우주 전투에 참가하고 간신히 살아돌아오면, 지구의 시간은 벌써 몇 십년이 흘러간 상태입니다. 그리고 또 명령을 받고 이번에는 좀 더 멀리 떨어져있는 다른 우주 공간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돌아오면, 지구는 몇 백년의 시간이 흘러간 상태입니다. '만델라'에게는 단 며칠, 몇 달의 기간뿐이 되질 않는데 말이죠. 그리고 '만델라'는 전투의 성과에 따른 포상이기도 하지만, 그의 연령때문에 진급이 됩니다. 다른 신참 병사들과 똑같은 나이대로 보이지만, 그들과의 나이차는 벌써 몇 백살 차이를 보입니다. 이번에는 좀 더 멀리 떨어져 있는 전투에 참가하고 돌아오고, 이렇게 해서 몇 번 되지도 않은 전투에 참가한 '만델라'는 3000살도 훨씬 넘었습니다. 그러니까 서기 3143년에 마지막 전투를 끝마치고 귀환하게 되는 것이지요. 그는 어느덧 소령까지 진급해있습니다. 전투의 경험상(몇번 되지도 않은 전투를 하였음...) 빠른 진급이고, 세월상으로 보면 정말 느린 진급이지요.
그리고 더욱 재밌는 것은 이 소설은 어느정도의 로맨스 소설도 표방하고 있는데, 같은 부대원이었다가 다른 곳으로 전출되어 전쟁을 하는 '만델라'의 여자친구 '풋터'라는 인물이 있습니다. 처음에 당연히 같은 전투를 하면 나이도 같이 먹게 되지요. 그런데 결국에는 둘이 서로 떨어지고 둘은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 다른 나이를 가지고 전투를 하거나 살아가게 됩니다. 자세한 것은 책을 봐야합니다. 저는 마지막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경험했습니다.... ^^
그러니까 이 소설은 시,공을 초월한 전쟁 이야기이자, 사랑 이야기이며, 이 소설의 바탕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원리'를 바탕으로 쓰여져 있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오드리 니페너거'의 '시간 여행자의 아내'로 넘어가봅니다.

이 책은 먼저, 좀 특이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 저의 리뷰에서도 썼지만 이 책은 SF와는 거리가 있는 책입니다. 물론 SF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좀 더 로맨스에 가깝습니다.
이 책은 두 인물이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먼저 '헨리'라는 남자 주인공이 있으며, '클레어'라는 여자 주인공이 있습니다. '헨리'와 '클레어'는 부부 사이지만, 처음부터 그러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것은 당연한 말이지요. 태어나면서부터 어릴때부터 정혼자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누가 인생 초반기부터 부부가 되겠습니까. 하지만 이 책에서는 이런 당연한 이치를 '시간 여행'이라는 소재를 차용하면서 깨버립니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 차용된 이론은 무엇일까요? 예전부터 SF 작가들이 많이 차용해 온 '병렬 우주' 개념입니다. 요즘에 와서는 '평행 우주'론으로도 사용되는 것 같은데, 이 이론은 하나의 가정에 의한 것이지, 과학적으로 밝혀진 이론은 아닙니다. 이 이론의 개념은 우리와 똑같은 우주, 즉 쌍둥이 우주라 부르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랑 똑같은 모습을 하는 또 다른 우리가 저 너머 알 수 없는 우주에, 아니면 다른 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화에서는 '빽 투더 퓨처'에서 차용되었습니다. 이 영화 씨리즈 중 2편인가 주인공이 미래에 가서 똑같은 자신과 조우를 함으로써 우주의 질서를 어지럽혀 우주가 큰 혼란에 휩싸이는 내용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 '병렬 우주'의 개념을 가져다 쓴 것입니다. 또 다른 소설인 '마이클 크라이튼'의 '타임라인'에서도 '병렬 우주(평행 우주)'의 개념이 쓰였습니다. 심지어 '터미네이터' 또한 이러한 우주의 개념이 내포되어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암튼 이 소설 '시간 여행자의 아내'에서 주인공 헨리가 클레어를 만날때는 헨리가 36살, 클레어가 6살 떄로 30살이라는 시간적 갭이 있지만, 실은 이 둘의 나이차는 8살 차이입니다. 헨리는 '시간 일탈 장애'를 겪고 있는 인물인데, 시도때도 없이, 어떠한 경고도 없이, 과거로 미래로 이동합니다. 그리고 그 주변부에는 항상 그 시간대의 오직 한명의 클레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클레어는 어렸을 때부터 이 남자를 보아왔고, 그녀의 운명으로 생각한 것입니다. 그녀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이것은 마치 1993년작 '빌 머레이', '앤디 맥도웰' 주연의 '사랑의 블랙홀'을 보고 있는 듯 합니다. 이 영화가 SF보다는 로맨스에 가깝듯 말입니다.
그런데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이점은 마치 도플갱어를 보듯이 여러 시간대에 공존하는 '헨리'를 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30세의 헨리가 10살의 클레어를 만나고 있는 그 시간대의 공간에는 또 다른 16세의 헨리가 존재할 것입니다. 영화 '빽 투더 퓨처'에서는 둘(자기 자신들끼리...)이 만나서는 안되지만 때문에 이 소설에서는 허용이 됩니다. 그래서 나이먹은 헨리는 젊은 헨리를 질투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체념도 하지요. 좀 더 젊은 헨리에게 클레어를 넘겨주면서요(?). 또한 나이 든 헨리는 어린 헨리를 따뜻이 보살펴주기도 합니다. 그 당시에 자신이 궁금했던 것을 회상하면서 알려주기도 하고 그렇지요. 정말 크나큰 선물일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줍니다. 젊은 내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로에 섰을때, 그리고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 모르는 그 시점에 섰을때, 미래에서 온 또 다른 나이든 내가 자상히 알려준다고 생각해보세요.
정말, 긍정적으로 봤을때, 아름다운 얘기 같지 않습니까? 물론 범죄나 불로소득을 얻을 수있는 부정적인 경우도 있지만요..(이 예도 '빽 투더 퓨처'에 나오는 부분이 있지요...)
암튼...여기까지 두 소설을 봤을때, 두 소설에서 나오는 시간 여행을 표현하는 방법은 좀 다르지 않나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저 역시 '병렬 우주'는 예전 '빽 투더 퓨처'를 봤을때 정말 무릅을 딱 치게 만들더군요. 그때 당시에는 정말 기막힌 생각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공포영화 '도플갱어'도 있긴 하지만요...
시간 여행을 과학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을 타임머신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이 타임머신은 항창 과학을 신봉(무기 개발이 부국강병이요, 냉전시대의 목숨부지의 방편이라 생각할 당시)할 당시의 하나의 구체적인 상상일 뿐, 요즘에는 좀 더 세련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차원의 문을 여는 것이지요. 과학 용어로는 '웜홀'이 있으며, '블랙홀'과 '화이트 홀'도 이것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또한 영화적 상상으로는 '스타게이트'가 있겠지요...
누구는 과거 미래에 온 사람들의 역사적 기록이 없기 때문에 타임머신도, 시간여행도 없다고 말합니다. 물론 지금 과학으로는 가장 합리적인 생각입니다. 그런데, 미래에서 온 내가 현실에 개입하지 못하고 스크루지 영감처럼 보고 갈 수 있다는 생각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상상은 개인 맘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