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제 오랜만에 뛰었다. 바람은 찼으나, 기온은 그리 차갑지가 않았다.
뛸 때는 가볍게 입고 뛰지만, 혹시 감기 걸릴지 몰라, 속옷에 티셔츠에, 후드티에 패딩조끼 입고 뛰어서 그랬는지, 포근했다. ㅎㅎ
11월에 뛰고 첨 뛰었으니 몇 개월 만인가. 물론 중간 중간 걷는 운동은 했지만, 달리기는 정말 간만이었다.
한동안 뜸했던 달리기인지라, 뛰기 전 스트레칭에 좀 더 시간을 투자했다.
예전에 축구했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스트레칭을 한 후에 운동을 하는 것은 정말 몸을 가볍게 할 뿐만 아니라, 피로도를 확 줄여준다. 예전에 조기축구 했을 때, 포지션이 윙쪽이라 엄청 에너지가 심했다. 공과는 상관없이 달리기를 한 것도 부지기수였다.
라인 따라 뛰는데, 한 번 올라가면 내려오기가 정말 싫었다. 더구나 센터링을 올리려면, 허벅지와 발목의 피로도가 없어야 한다.
정말 재수없으면, 공만 올려주면 우리편이 완전한 찬스를 얻을 수 있음에도 센터링이 비실비실 올라갈 떄도 있었다. 그때의 쪽팔림이란..ㅋㅋㅋ 가끔은 축구화의 감촉이 그립다.
여튼.. 운동을 함에 있어서 중요한 것중 하나는 원하는 시간 동안 얼마나 지속성을 유지하느냐 일 것이다. 정신력 타령하다간 잘못하면 몸만 상할 수 있다. 정신력은 마지막 2%를 채워주는 것. 체력과 피로도 경감은 실상 운동을 위한 운동을 통해 꾸준히 올려야한다.
그래서 뛰었는데, 일단 2킬로미터만 뛰었다. 2킬로미터 걸어간 후, 2킬로미터 뛰어오기. 3킬로미터까지는 좀 무리라는 생각에...
결과는 11분대로 들어왔다. 오랜만에 뛴 것인데, 작년 한창 뛸때의 기록이다.
2.
처음 1킬로미터는 전속력의 70%쯤? 그냥.. 느낌적..느낌이긴 하지만, 일부러 조금 여지를 남겨 둔다. 뭐, 70%로 뛰긴 했지만, 점점 느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300미터까지는 어찌어찌해서 좀 뛰는데 400미터쯤이면 숨이 턱까지 차 올라 속력이 거의 20% 정도까지 떨어진다. 이때 다시 숨을 천천히 천천히 골라야한다. 1킬로미터까지는 내 페이스를 찾아 다시 조금씩 조금씩 올린다. 그리고 1킬로미터 이후는 내 페이스를 유지한다.
이게 내 페이스라는 것에 확신을 갖는 이유는 1.6에서 1.7킬로미터 쯤이면 땀이 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몸이 일종의 탐지기다. 물론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는 것은 2킬로미터 이후부터이지만, 그래도 땀이 나는구나를 느끼는 것은 그때쯤이다. 몇 개월을 쉬었지만, 그래도 몸은 기억하는구나. 핫..
3.
목표지점 들어올 때는 정신력이 2%를 채워준다. 처음 뛸 때의 속력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전속력으로 들어온다. 이건 또 다르게 한계를 시험하는 것인데, 지쳐서 속도를 내기가 정말 힘들것 같지만 100미터 남기고 부터는 속도를 천천히 올린다. 그래서 마지막 골인을 할 때는 폐가 아파온다.
이렇게 장황하게 이야기했지만... 고작 2킬로미터라는거... 나는 초보라는거...ㅋㅋㅋ...
4.
달릴 때 숨쉬는 것은 중요하다. 달리기를 제대로 배운적이 없어서.. 아마 학창시절 때 체육교과서에는 뭐라고 쓰여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느 누가 체육교과서를 보았겠는가...
어쨌든... 숨쉬기는 내 맘대로 쉬긴 하는데... 일종의 복식호흡으로 쉰다. 어렸을 떄 웅변학원 다니면서 연습도 한 것도 있고, 무협 세계의 내공 심법 마냥 장난 삼아 연습한 적도 있었느데... 어쨌든... 숨을 들이마실 때는 코로, 내쉬는 것은 입으로 한다. 단, 내쉴 때는 끊어서 내쉬는 것과 천천히 느리게 내쉬는 것 두 가지를 하는데, 끊어서 내 쉴 때는 적게는 2번, 많게는 3번에 내쉰다. 3번쨰 내쉬는 것은 폐의 잔존 숨을 다 내쉬는 것처럼 뱉는데, 이게 좀 리듬이 있어야 한다. 앞의 한, 두번의 내뱉는 숨의 길이에 따라 세 번째 숨이 자연스럽게 나가냐 나가지 않느냐가 갈린다. 그러니까 세 번째 숨의 길이는 항상 변동한다. 그래서 그냥 쉽게 숨을 두 번 내쉬는 것으로 주로 한다.
천천히 느리게 내쉬는 것은 정말 힘들다. 달리는 와중에 몸은 흔들거리고 폐는 이미 숨이 차서 공기를 들이마시라고 계속 뇌를 자극하는데, 실상은 계속 숨이 천천히 나가고 있는 도중이라는 것. 이렇게 하면 정말 아주 짧은 시간 동안 평안한데... 몇 번 하다보면... 숨이 차서 못한다. 숨을 들이마실 타이밍에도 계속 숨을 내쉬고 있으니, 심장과 폐는 터지려고 하지만, 왠지 기분은 평안하다는 것. 모든것이 부조화스러운데, 왠지 몇 번 하다보면 달리다 득도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결론은 좀 미친짓... 그래서 달리는 페이스가 정상궤도에 올랐을 때 중간에 가끔 하는 정도이다.
그런데 왜 숨 이야기를 이렇게 하냐면... 달릴 때의 숨은 굉장히 미묘하다. 이게 관음적인 면도 보여주는데, 처음 달리기 할 때는 몰랐다. 언젠가 뛰기 전에 가볍게 걷고 있는데, 앞에 어떤 여성분이 뛰어오는 것이었다. 근데 그 분이 꽤 뛰셨는지 숨이 거칠었다. 아... 미묘해... 정말 미묘하게 이상했다. 그러니까 숨이 숨이 아니고 약간 신음처럼 들리기도... 아... 이 음란마귀.. 근데... 정말 섹시하게 느껴지는 거다. 땀을 흘리면서 얼굴은 붉게 상기된데다가... 이상한 소리까지 내니... 이게 듣는 내가 약간은 민망하면서도 여성분이 왠지 건강하게도 느껴지며... 암튼... 그랬다.
5.
근데.. 이게 남자인 경우는? 아... 미묘해... 그리고 안좋은 쪽으로 이상해.....
남자들은 이상한데서 경쟁심을 갖는데... 어느날 내가 뛰는 코스에 어떤 젊은 남자애(대학생으로 보였다)가 있었다. 이 친구는 기럭지는 부러울 정도였고, 몸도 날렵했는데.. 많이 뛰어본 사람임을 복장에서 알아봤다.
나와 좀 떨어진 곳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는데, 나도 뛰기 전이라 몸을 풀고 있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운동을 하고 있었지만, 그냥 몸만 풀 뿐, 달리기를 하려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그 젊은애를 흘끔 거려 봤고..(어떤 식으로 몸을 푸는지 좀 배워두려고...ㅋㅋㅋ).. 그 남자애도 나를 왠지 흘끔 거리는 것 같기도 했다..ㅎㅎ.. 암튼.. 나는 스트레칭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그 젊은 애를 쳐다보니 그는 계속 몸을 풀고 있었다. 꽤 오래하네..짜식.... 속으로 생각하며 달리기를 시작했다.
한 2킬로미터를 뛰었나? 갑자기 숨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나를 지나치려 했다. 옆을 보니 아까 그 젊은 애였다. 아니 어디서 나를 앞서는게야.... 물론 나는 꽤 지쳤기에... 순순히 앞을 내주려고 했지만.. 장난삼아 그 친구와 평행으로 달리는 순간 살짝 속력을 높여봤다.
그 애는 아마 일찍 출발한 건 너였지만... 나는 너를 따라잡았다라고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촉이 왔다. 그래서 살짝 속도를 높여봤는데... 이게 이 친구한테는 굉장히 무리였던것 같다. 나를 따라잡으려고 좀 속도를 낸 듯 보였는데..다시 속도를 내야만 나를 따라잡으니... 결국 이 친구는 나를 따라잡으면서.. 이상한 신음소리를 냈다. 숨소리가 아니라.. 힉힉도 아니고 끼익 거리면서 암튼 말로 설명하기가 좀 오묘한데... 무슨 쇳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정말 어떻게 그런 소리가 나지?.. 꽤 민망했을듯..ㅋㅋㅋ...
그렇게 나를 따라잡은 그 친구는 좀 가다가 반환점 돌듯이 나를 지나갔고... 나는 계속 전진했다.. 그때의 그 숨소리는...정말..
6.
내가 지쳤을 떄 그리고 거친 숨이 몰아쳐올 때.... 그떄 산책하는 사람들이 있으면... 나는 숨을 참고 속력을 높여 빨리 지나쳐 간 후 사람이 없는 곳에서 숨을 몰아쉬는 편인데... 이게 훨씬 낫다. 내 거친 숨을 사람들이 듣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정말 민망하다. 특히 여성분들이 있는 경우에... ㅎㅎ... 정말 안당해본 사람은 모른다. 나는 전력 달리기를 했고... 숨이 너무 차 헉헉 거리고 있는데... 사람들은 평온하게 걸어갈때... 그러면 정말 백이면 백 다 나를 쳐다본다. 그때면 참 무안하다....
그런데... 가끔 다른 사람들(남자 말고...)의 거친 숨을 듣고 싶은 경우는 무슨 경우? ㅋㅋㅋ...
7.
아... 어제 그렇게 달렸고... 뛰고 난 후 스트레칭을 하는데 쥐가 날려고 그랬다. 오늘은 하루종일 다리에 근육통이 좀 있었다. 확실히 운동안하다 갑자기 뛰니 그런모냥... 마치 전날 등산한 기분의 오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