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는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교육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유권자를 교육시키면 정치인이 책임질 수 있는 현명한 결정을 하리라 기대했다. 그러나 내가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 위한 지식을 습득하느라 투입한 시간은 엄청났다. 모든 사람이 한 이슈에 대해 이 정도의 지식을 습득하기를 기대하는 것도 매우 비현실적인 일인데 하물며 바로바로 결정해야 하는 수많은 이슈는 말할 것도 없다. 그래서 전문가가 있는 것이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차를 직접 수리할 줄 알아야 하는 건 아니다. 카센터에 맡기면 된다. 그래서 대의민주주의하에 살고 있는 우리는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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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는 몇 시간(또는 몇 년)에 걸쳐 세부적인 사항까지 파악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된다는 전제하에 자신과 가치관이 같고, 자신과 같은 성향의 선택을 할 것 같은 후보자를 파악하는 게 더 합리적이다. 게임이론과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빌리면 유권자는 성향 일치alignment of preferences를 가진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이 책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유권자는 자신이 신뢰할 수 있는 후보자를 선택해야 한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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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간 생물학적 문화적 진화를 겪은 결과 우리는 누구를 신뢰할지 결정하는 본능과 시스템을 갖게 되었다. 반면에 불운하게도 이런 신뢰본능이 기업이나 정치가가 그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결과가 후보에 대한 신 슬라이싱thin slicing 실험이다.7 실험 참가자에게 낯선 주의 주지사 경합 후보가 나오는 각각 10초짜리 무음 동영상을 보여주면 놀랄 만큼 정확하게 누가 선거에서 승리했는지 알아맞힌다. 다시 말해 후보의 외모, 제스처, 움직임만 보고도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를 선택했는지 정확히 예측했다는 뜻이다. 이는 두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데 긍정적인 해석은 어느 후보가 믿을 만한지 결정하는 데는 단지 10초면 충분하며, 유권자들이 이 정보로 선택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다소 부정적인 해석은 정치인이 믿을 만하게 보이려고 연출하고 유권자가 그들의 외모에 속는다는 것이다. 어떻게 받아들이든 비언어적 신호가 정치인 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확실하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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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은 법률제도에 대한 신뢰(계약과 규제 등), 브랜드에 대한 신뢰, 온라인 평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 거래를 규제하는 시장경제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식품 및 약품, 기타 도구 등을 만드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들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다 전문 분야에 대한 불신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발견했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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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들은 공동체의 규모를 한정하는 수를 던바의 숫자Dunbar‘s Number라고 부르는데 사람의 경우 최대 150명이다. 로빈 던바Robin Duinbar는 1990년대에 영장류의 대뇌 신피질 크기와 무리 구성원 숫자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을 주목했다. 그는 영장류가 신피질을 이용해 무리 내에서 계속해서 관계를 유지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므로 인간이 영장류 중에서 신피질이 가장 크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구성할 수 있는 공동체 구성원의 숫자가 너무 많아지면 결국 쪼개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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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인류학 논문을 뒤져 부족민의 평균적인 숫자가 대략 150명이라는 증거를 찾아냈다. 인원이 150명을 초과하면 내부에 분규가 발생하여 공동체가 깨진다는 주장이다. 이는 로마시대 이후로 군대 조직의 표준 규모가 150명이고 페이스북에서 서로 소통하는 사람의 수도 평균 약 150명이라고 하며 자신의 이론이 옳다고 주장했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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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는 원래 독재적이고 잔인한 군주의 지배를 시민이 참고 견디는 이유는 그가 질서를 유지해주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다시 말해 무질서 상태보다는 군주가 있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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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지도자와 시민 사이의 이런 암묵적 계약이 때때로 와해되어 폭력적인 혁명의 형태로 나타난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잘 알고 있다. 이 분야의 주요 학자인 대런 에이스모글루Daron Acemoglu, 제임스 로빈슨James Robinson, 사이먼 존슨Simon Johnson은 정부가 실패하는 이유가 불평등이라고 주장한다. 전 세계 혁명의 역사를 보면, 특권계층이 불평등 격차를 너무 벌려놓아 사회불안이 야기되고 결국 혁명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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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연구는 불평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면 법이 무너진다고 역설한다. 노동계급의 반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보이지 않는 위협이 존재하기 때문에 지배계급이 부의 분배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다고 믿으므로 힘들어도 참고 견딘다는 것이다. 즉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간에는 어떤 암묵적인 계약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노동자는 지배계급이 권력을 누리는 대가로 자신들의 이익을 돌봐줄 거라고 믿는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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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웨 저우Xinyue Zhou, 스테판 마이어Stephan Meier, 원원 셰Wenwen Xie 등과 같이 실시한 연구에서 사람들이 불평등을 싫어하기는 하지만, 이를 해소하기보다는 차라리 질서를 유지하려 한다는 것을 밝혀냈다.71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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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의 세계에서도 한 집단 내의 동물군은 쪼는 순서•를 정하기 위해 싸움이라는 의식을 치러야 한다(꼭 쪼는 동물일 필요는 없다). 그런데 한번 서열이 정해지면 동물들은 그 순서를 지키려고 하며 다른 동물이 질서에 도전하는 것을 막는다. 그 이유는 도전이 계속되면 무리 전체가 외부 침략에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급격하게 기존 질서를 뒤흔들지 않는 선에서만 불평등 해소에 찬성한다. 갑자기 질서가 변하면 힘든 혼란의 시기가 온다는 것을 모두 잘 알고 있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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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은 “이 세 계급 간의 간섭이나 위치 변화는 도시국가에 가장 커다란 해를 끼칠 수 있으며 최악의 평가를 받아 마땅하다”라고 했고, 공자는 “임금은 임금다워야 하고, 신하는 신하다워야 하며, 아버지는 아버지다워야 하고, 아들은 아들다워야 한다”라고 했다. 이는 미국부터 중국, 인도, 호주까지 어디서나 유효하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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홉스는 주장했다. 시민이 성실하게 거래하고 세금을 내고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처벌 가능성을 내세워 은연중에 가해지는 정부의 위협이 두려워서다. 협박을 받으면서도 견디고 사는 것은 그나마 정부가 없는 사회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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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점은 신뢰와 인간관계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다.
이런 관점이 현대생활을 제대로 표현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그 첫 번째 반박 증거는 사람들이 법이 두려워 질서를 유지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엔스밍어 연구팀이 시장경제 전의 부족사회를 대상으로 했던 실험을 상기해보자. 이 실험은 두 가지 결과를 내놓았다. 하나는 전근대적 경제 시스템하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과의 경제 게임 실험에서 덜 협조하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의 경제 시스템하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람과의 경제 게임 실험에서 상당히 협조하려는 경향이 있었다는 것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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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롬은 안정성과 법에 의한 통치가 반드시 톱다운top-down 방식일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안정성을 확립하게 위해 정부의 포고령이나 독재자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밑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협조와 질서와 법률이 생길 수 있다. 신뢰와 호혜를 바탕으로 개인 간의 관계를 잘 이용하면 훨씬 크고 복잡한 형태의 사회가 창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위에서 규칙을 만들어 아래에 있는 시민에게 질서를 강요하는 권력기관으로 정부를 볼 것이 아니라 시민을 연결하는 관계를 기반으로 사회가 형성되고 이 관계가 반영되어 설립된 것이 정부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 오스트롬의 관점이다. - <트러스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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