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개석은 왜 패하였는가 서울대학교동양사학강의총서 8
로이드 E. 이스트만 지음, 민두기 옮김 / 지식산업사 / 199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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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최대 약점은 장개석이 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길게 설명하지만 모택동이 승리한 이유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짐작컨데 저자가 철저한 반공주의자라서 모택동이 승리한 이유를 기술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불가능했다는 것 아닐까.

이 책에는 경제학을 전공한 이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는 부분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제2장 항일전시기의 농민과 징세 및 국민당 지배와 제3장 전후기의 농민과 과세부담과 혁명이다. 부정부패란 도대체 무엇인가에 대해 고전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특히 부정부패에 직면하여 농민들이 어떻게 대응하여 조세를 회피하는지도 잘 보여준다. 또한 혁명과 정부재정의 관계에 대한 통찰도 돋보인다.  아쉬운 측면은 부농과 대지주들이 과세를 피할 수 있었던 구체적 이유에 대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다.

또하나는 제8장 장경국과 금원권 통화개혁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바이마르공화국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에 비견되는 중국의 하이퍼 인플레이션 사례를 읽을 수 있다. 화폐금융론 초입에서 등장하는 재정과 신뢰 그리고 인플레이션이 갖는 관계에 대해 생생하게 읽을 수 있다. 인플레이션하면 바이마르공화국만 예를 들던 경제학 강사 또는 교수들은 꼭 한번 읽고 써먹길 바란다.

저자가 들고 있는 장개석이 패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1927년 토지개혁을 실시할 기회를 놓쳐버렸다는 것이다. 1927년에 국민당 좌파와 우파 사이에서 토지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는데 장개석은 토지개혁을 미루는 결정을 내림으로써 우파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아마 저자는 1927년부터 1937년 사이의 국민당 역사를 다룬 "유산된 혁명"이라는 책에서 발견할 수 있을 듯하다. 왜 이 책은 번역되지 않는 것일까. 고 민두기 선생님의 제자들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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