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등한 소득분배는 경제성장을 저해하는가


2003. 11. 10

Version 0.9 


쿠즈네츠는 경제성장과 소득분배의 실증적 관계를 분석하여 소득수준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소득수준이 증가할수록 소득분배가 악화되며 소득수준이 일정수준 이상이 될 경우에는 소득수준이 증가할수록 소득분배가 개선된다는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이것을 쿠즈네츠의 역U자 가설(Inverted U Hypothesis)이라고 부른다.

쿠즈네츠의 가설을 실증적으로 살펴보기 위해 Dollar and Kraay(2002)의 논문에서 사용된 소득불평등 자료를 Penn World Table(이하 PWT)의 자료를 결합하여 분석할 것이다.1)  쿠즈네츠의 가설은 한 나라가 경제성장이 진행됨에 따라 소득불평등의 정도가 변화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쿠즈네츠의 가설이 옳은지 그른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긴 기간 동안의 한 나라의 연도별 소득자료와 불평등자료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자료를 갖춘 나라들은 많지 않다.

한국은 1960년 저소득국에서 빠른 성장을 통해 2000년 중위소득국으로 발돋움하였으므로 쿠즈네츠의 가설의 성립 여부를 살펴보는데 좋은 예가 될 수 있는 나라이다. <그림 1>의 KOR은 한국의 연도별 소득불평등도2)를 보여준다. 1980년 전후를 전환점으로 하여 그 이전에는 소득불평등이 심화되다가 그 이후에는 소득불평등이 완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쿠즈네츠의 가설과 대체로 일치한다.

<그림 1>

하지만 한국과 함께 아시아의 용의 하나로 불리는 대만(TWN)의 경우 불평등도는 1964년부터 1997년 사이 거의 변화가 없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변화량은 작지만 1980년 이전에는 불평등이 감소하고 이후에는 불평등도가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대만의 경험은 쿠즈네츠의 가설과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는 산업화가 이미 19세기부터 시작되고 있으므로 장기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Williamson and Lindert(1980)의 연구에 따르면 1820년부터 1860년에 이르는 기간 사이에 미국의 불평등은 빠르게 증가하였으며 1860년대부터 증가속도가 떨어지고 1929년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평등화가 진행되었다. Dollar and Kraay(2002)의 자료로 전후 미국의 소득불평등을 보면 1970년대 중반까지는 불평등도가 안정적이지만 그 이후 그 이후는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을 발견할 있다. <그림 2>에서 보듯이 지니계수는 1980년대 이후 뚜렷하게 증가하고 있고 소득수준이 20% 이하인 사람들의 소득점유율인 Q1을 보면 80년대 이후 뚜렷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 현상은 1980년대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 소득불평등의 심화가 선진국에서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었다. 유럽 대륙의 선진국과 일본에서는 1980년대 이후 불평등의 심화현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림 2>

최근 빠르게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는 대표적인 나라는 중국이다. 1980년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빠른 속도로 소득수준이 상승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의 소득불평등은 경제성장과 함께 빠르게 심화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쿠즈네츠의 역U자 가설과 일치한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비교적 빠른 성장을 한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의 아세안 국가들은 소득불평등에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림 3>

 

19세기에 이미 자본주의가 시작된 나라들의 경우 경제성장과정에서 초기에 불평등의 심화현상이 나타나다가 이후 불평등이 완화되는 경우가 있었다. 2차대전 후 한국의 경우 고도성장을 한 6-70년대에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80년대 이후 고도성장을 한 중국에서도 불평등의 심화가 수반되었다. 하지만 대만이나 아세안 국가들에서는 뚜렷한 불평등 심화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쿠즈네츠의 가설은 개발도상국의 경우 개별국가의 추적조사를 통해서 확증되기는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자료의 부족으로 인해 개별국가의 추적조사가 어렵다. 이를 보완하는 방법은 동일한 시점에서 여러 나라의 소득자료와 불평등도 자료를 모아서 비교하는 것이다.  고소득국이 저소득국의 미래의 모습이라는 가정 하에서 쿠즈네츠의 가설이 맞다면 동일한 시점에서의 여러 나라의 소득과 불평등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면 역U자 모양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동일시점의 여러 나라의 자료를 분석하는 것을 횡단면분석이라고 부르는데 횡단면분석의 결과는 쿠즈네츠의 가설과 상당부분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Dollar and Kraary(2002)의 자료에 있는 나라는 PWT의 나라보다 작다. 이는 소득분배의 자료는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많은 나라를 포함시켜도 대상국가는 38개국밖에 되지 않았다. 1960년의 미국에 대비한 상대소득과 지니계수의 관계는 <그림 4>와 같다.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최저소득국의 경우 상대소득이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이 증가한다. 이에 비해 상대소득 20% 이상의 구간에서는 상대소득이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이 감소한다. 놀라울 정도로 쿠즈네츠의 가설과 일치된 그림을 얻을 수 있다.

<그림 4>

이러한 현상은 2000년에도 나타난다. <그림 5>는 동일한 38개국의 소득수준과 소득불평등의 관계를 보여주는데 20% 이하에서는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이 증가하지만 20% 이상의 영역에서는 소득불평등이 대폭 떨어진다. 상대소득 20% 이상의 영역에서 1960년에는 평균 40 정도의 지니계수를 보이던 것이 2000년에는 평균 35 정도로 하락했음을 볼 수 있다. 또 다른 변화는 2000년의 경우에는 상대소득 60% 이상의 나라들에서 상대소득이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1960년의 경우 상대소득이 높을수록 소득불평등이 감소하는 것과 상반되는 결과이다.

<그림 5>

38개국은 40년 사이에 상대소득의 변화와 소득불평등의 변화를 동시에 겪어왔다. 상대소득 변화와 소득불평등 변화 사이의 관계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서 이행확률표 상에서 소득불평등 변화를 검토해보았다. <표 1>은 그것을 보여준다. <표 1>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 <그림 6>이다.


<표 1> 상대소득 변화와 지니계수의 변동값

 

 

2000년 상대소득수준

 

 

최저소득국

7.5% 이하

저소득국

7.5-20%

중위소득국

20-50%

고소득국

50-75%

최고소득국

75% 이상

1960년 상대소득수준

최저소득국

7.5% 이하

0.387

0.794

0

0

0

저소득국

7.5-20%

-4.573

-3.666

3.499

0

0

중위소득국

20-50%

0

-7.0164

0.745

-3.336

0

고소득국

50-75%

0

0

0

-16.133

-5.044

최고소득국

75% 이상

0

0

0

1.085

3.471


예를 들어 1960년 7.5-20%와 2000년 20-50%에 해당하는 3.499가 의미하는 바는 1960년에 7.5-20% 구간에 있다가 경제성장이 빠르게 진행되어 2000년 20-50%에 이른 나라들은 지니계수가 평균적으로 3.499만큼 증가했다는 것을 말한다. 1960년 50-75%와 2000년 75% 이상에 해당하는 -5.044가 의미하는 바는 1960년에 50-75% 구간에 있다가 경제성장이 빠르게 진행되어 2000년 75% 이상에 이른 나라들은 지니계수가 평균적으로 -5.044만큼 감소했다는 것을 말한다. 최저소득국인 7.5% 이하의 나라들은 지니계수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 이에 비해 1960년에 저소득국인 7.5-20% 구간의 나라들은 상대소득수준이 현수준을 유지하거나 현수준보다 떨어질 경우에는 소득분배가 개선되었지만 그 이상으로 올라갈 때는 소득분배가 악화되었다. 1960년에 중위소득국 20-50% 구간의 나라들은 경제쇠퇴를 겪을 경우 소득분배가 개선되고 경제성장을 겪을 때도 소득분배가 개선되지만 현수준을 유지할 경우 소득분배의 변화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960년에 고소득국인 50-75%였던 나라들은 현수준을 유지할 때 큰 폭의 소득불평등 완화가 있었고 현수준보다 나아질 때도 소득분배가 개선되었다. 1960년 상대소득 75% 이상의 최고소득국은 소득불평등의 악화가 있었다.

<그림 6>

이상의 결과를 거칠게 정리하면 20-50%의 소득구간이 일종의 전환점 역할을 하고 있어서 이보다 더 낮은 소득수준에서는 경제성장이 진행되면 소득불평등이 악화되고 이보다 더 높은 소득수준에서는 경제성장이 소득불평등의 개선을 낳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쿠즈네츠의 역U자 가설이 지난 40년 사이 대체로 관철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역U자 가설과 배치되는 것은 최고소득수준의 나라에서 소득불평등이 악화된다는 현상이다.

또하나 흥미로운 점은 초기의 소득불평등 정도가 경제성장의 성과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이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된 나라들은 일본,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으로 개발 초기에 소득불평등이 낮은 나라였고 경제성장이 실패한 나라들은 볼리비아, 엘살바도르, 베네주엘라 등으로 개발 초기에 소득불평등이 높은 나라들이었다는 것이다.


<표 2> 초기 소득불평등과 경제성장의 성공과 실패

 

 

40% 이상 성장률 감소

-40-40% 성장률

40% 이상 성장률 증가

1960년 상대소득수준별 1960년대 지니계수

1960년대 상대소득수준

7.5% 이하

46.5

32.6

33.0

36.2

7.5-20%

48.9

48.3

36.4

47.0

20-50%

51.5

47.5

35.6

47.9

50-75%

 

41.3

 

41.3

75% 이상

 

32.7

 

32.7

성장률별 1960년대 지니계수

 

49.6

41.5

35.3

43.2


1960년과 2000년 사이에 미국과의 상대소득이 40% 이상 증가한 나라와 40% 이상 감소한 나라로 구별하였다. 그리고 이들 나라의 경제성장 초기시점 1960년의 소득불평등 정도를 측정하여 비교해 보았다. 그 결과는 <표 2>에 요약되어 있다. 경제성장에 성공한 나라들은 대체로 소득불평등이 낮은 나라들로서 지니계수가 35.3에 불과했다. 하지만 경제성장에 크게 실패하여 쇠퇴한 나라들은 초기 소득불평등이 상대적으로 높아서 평균 49.6에 이른다. 상대소득 변화율이 -40%에서 40% 사이에 있는 나라들은 성공국에 비해서는 초기 불평등이 높고 실패국에 비해서는 초기 불평등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 Dollar and Kraay(2002), Growth Is Good for the Poor, Journal of Economic Growth

2) 소득불평등도는 지니계수를 측정하였다. 지니계수는 0에서 1 사이의 값을 가지고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고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 이 글에서는 100을 곱하여 0에서 100사이의 값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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