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경제성장
- 새만금 사업의 계속추진 여부에 대한 경제적 기준을 중심으로

OOO 양의 질문에 감사드립니다. 기대했던 환경문제에 대한 강의가 누락된 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간락하게나마 새만금 사업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방법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경제학에서는 어떤 사업에 대해 이것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평가할 때 비용편익분석(또는 편익비용분석 benefit-cost analysis)이라는 것을 합니다. 비용편익분석이란 사업의 총편익에서 총비용을 뺀 순편익(net benefit)을 계산하는 것으로서 만약 순편익이 양의 값을 가지면 사업을 하는 것을 권하고 음의 값을 가지면 하지 말 것을 권합니다.

이때 총비용의 개념을 잘 생각해야 하는데 총비용 안에는 단순히 사업에 소요되는 비용뿐만 아니라 사업을 함으로써 잃게 되는 것도 포함됩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렇게 폭넓게 정의된 비용을 기회비용(opportunity cost)이라고 부릅니다. 새만금사업의 경우 갯벌과 바다를 매립하는데 드는 비용만이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갯벌과 바다가 창출하던 가치가 소실되므로 이것의 가치도 비용에 포함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만금사업의 편익은 매립으로 창출되는 토지 및 담수호의 가치이며 비용은 (매립비용 + 매립으로 사라지는 갯벌과 바다의 가치)가 되는 것입니다. 만약 순편익인 (매립으로 창출된 토지 및 담수호의 가치) - (매립비용 + 매립으로 사라지는 갯벌과 바다의 가치)가 양의 값을 갖는다면 매립을 하는 것이 낫고 음의 값을 갖는다면 안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면 매립하지 않는 행동의 가치와 매립하는 행동의 가치를 비교하는 것입니다. 매립하지 않는 행동의 가치는 (갯벌과 바다의 가치)이며 매립하는 행동의 가치는 (매립으로 창출된 토지 및 담수호의 가치 - 매립비용)입니다. 둘 중에서 어느 것이 크냐에 따라 결정하면 되는데 이것은 앞에서 설명한 순편익의 값이 양이냐 음이냐의 기준과 동일합니다.

새만금사업의 문제는 이보다 약간 복잡합니다. 이미 사업은 시작되어 수년간 계속해왔고 그 동안 1조원의 돈이 투입되었습니다. 현재 1조원의 돈이 투입된 상황에서 사업을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요? 이 경우도 비용편익분석을 사용해야 합니다. 사업을 중단하는 행위의 가치는 (갯벌과 바다의 가치)이고 사업을 계속하는 것의 가치는 (매립으로 창출된 토지 및 담수호의 가치 - (매립비용 - 1조원))이 됩니다. 총매립비용 중에서 1조원이 투입되었고 이로 인해 향후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비용이 1조원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중단의 가치와 계속의 가치를 비교하는 식은 결국 (매립으로 창출된 토지 및 담수호의 가치) - (매립비용 - 1조 + 매립으로 사라지는 갯벌과 바다의 가치)가 양이냐 음이냐의 문제가 됩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전의 기준과 1조원의 차이가 생깁니다.

예를 들어 매립으로 창출된 토지 및 담수호의 가치가 10조, 총매립비용이 5조, 매립으로 사라지는 갯벌과 바다의 가치가 5조 5천억이라고 합시다.(이 수치는 전적으로 예를 들기 위해 제가 만들어낸 수치입니다) 이런 사업은 순편익이 -5천억이므로 당연히 추진하면 안되는 사업입니다. 그런데 잘못된 판단과 결정으로 사업이 추진되었고 그동안 1조원의 돈이 지출되었다고 합시다. 그리고 앞으로 4조의 돈을 더 투입하면 매립이 끝난다고 가정합시다. 이 시점에서 국민들이 사업의 재고를 촉구하고 나서서 재평가를 할 때 어떤 기준으로 사업 계속 여부를 판단해야 할까요? 제로베이스에서 계산하여 지금까지 진척된 공사를 무시하고 평가하면 편익은 10조인데 비용은 10조 5천억이므로 해서는 안되는 일이 됩니다. 하지만 이미 1조원만큼의 공사가 진척된 상황에서는 향후 예상되는 편익은 10조인데 향후 추가될 비용은 9조 5천억이므로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미 투입하여 회수할 수 없는 금액을 매몰비용(sunk cost)이라고 부르는데 보통 매몰비용은 의사결정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경제학은 가르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로또 복권을 구입하는 갑돌이는 지금까지 100만원의 돈을 로또복권 구매에 썼지만 한번도 돈을 번 적이 없었습니다. 이번 주에 로또 복권을 구입할까 말까 고민하는 갑돌이에게 지금까지 지출한 돈 액수는 의사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아야 하는 것이 경제원리에 맞는 행동입니다. 1000원의 구매비용과 예상수익 1000원(1/800만분의 확률로 80억원이 당첨되고 7,999,999 / 8,000,000의 확률로 꽝이 되므로 기대값은 1000원입니다)을 비교해서 행동하면 됩니다. 지금까지 쓴 돈이 아까워서 계속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다른 예를 들어봅시다. 고시공부를 하는 을순이는 지금까지 3년을 고시공부에 매달렸지만 계속 낙방을 했습니다. 다시 시험을 쳐야할까 말아야 할까를 고민할 때 3년 동안 공부한 것이 아까워서 계속 공부를 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하지만 3년 전에 공부를 시작할 때 판단기준과 3년 후인 지금의 판단기준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이미 3년을 공부했으므로 시험에 붙을 확률도 더 높아졌고 향후 공부하는데 드는 비용도 낮아진 것을 감안해야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지금 고시공부를 시작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병철이의 상황보다는 을순이가 훨씬 고시공부를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고시합격의 편익은 병철이나 을순이 모두 똑같지만 고시공부의 비용은 을순이가 더 낮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고시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고시공부를 계속하는 사람이 매몰비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난하는 사람은 오히려 비난하는 자신이 매몰비용을 잘 이해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로또복권의 매몰비용과 고시공부의 매몰비용은 다른 것입니다.

다시 새만금 사업으로 돌아가서 생각해보면 현재 새만금사업의 계속추진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우선 매립으로 사라지는 갯벌과 바다의 가치가 5조 5천억이 아니라 6조 5천억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매립의 편익은 10조이지만 비용은 11조 5천억이었다는 것이고 순편익은 -1조 5천억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사업은 시작하지 말았어야할 사업이었다는 것입니다. 지금 1조를 투입한 상태에서 계산해봐도 매립의 편익은 10조이지만 향후 비용은 10조 5천억이 더 든다는 것이고 따라서 지금이라도 당장 그만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추진을 반대하는 이들은 지금 막지 않으면 향후 더 막기 어려워진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만약 정부가 사업을 계속 추진하여 1조를 더 투입하고 3조원의 추가비용만을 남겨둔 상태가 된다면 그때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의 편익은 10조인데 비용은 9조 5천억이 되어 순편익이 양의 값을 갖기 때문입니다. 이 상태에서 사업을 그만두면 전체적으로 손해는 2조인데 비해 계속하면 1조 5천억으로 손해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 기준으로 볼 때 사업을 계속추진하는 것이 더 낫게 됩니다.

일부 극단적인 주장을 펴는 사람들은 사업을 완수했을 때 전체적으로 평가할 때 1조 5천억의 손해를 야기하는 사업이므로 2조를 이미 투입하였다고 해도 계속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이들은 향후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선례를 남기고 책임자를 문책하기 위해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제 생각에는 책임자 문책의 문제와 사업 추진 여부의 문제는 다른 것입니다. 사업 추진은 경제성 기준에 따라 결정하더라도 여전히 1조 5천억의 손해는 남아 있으므로 책임자는 당연히 문책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사업의 추진 여부에 대한 경제학적 기준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새만금사업의 계속 추진여부에 대한 쟁점은 이러한 “기준의 문제”보다는 갯벌과 바다, 매립된 토지의 “가치에 대한 견해차”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제 자신이 이에 대한 가치평가의 전문가가 아니므로 얘기하기 곤란합니다. 논란에 대해서는 아래의 링크에 있는 내용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http://jbchbank.co.kr/lecture/sisa/samankm.html


다만 새만금사업단에서 공식적으로 제시한 편익에 대해 몇가지 코멘트를 하고자 합니다. 새만금사업단에서는 쌀 증산, 물부족 해결, 침수방지, 관광지화, 고용창출 다섯가지로 편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쌀 증산의 문제는 WTO 체제 하에서 쌀 값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사업을 시작할 때의 가치평가가 과대평가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사업추진과정에서 고용창출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편익으로 계산하는 것은 경제학적으로 볼 때 문제가 많은 주장입니다. 사업에 드는 돈을 다른 곳에 투입했을 경우 다른 영역에서 고용창출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라북도 입장에서는 이 지역의 고용창출이 큰 이득이겠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은 비전북 지역에서 창출될 수 있는 고용을 굳이 전라북도에 집중시켜야 할 이유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침수방지는 새만금사업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관광지화는 해당지역의 문제이지 전국적인 차원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입니다.

담수호 건설을 통해 물부족 해결의 문제는 담수호의 가능성 여부가 핵심인데 이전 시화호의 사례가 부정적인 예상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대도시의 하천들이 맑아지는 사례에서 보듯이 환경기술의 역량을 환경단체에서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실 경제성장과 환경의 문제에서 경제학자들은 환경기술의 가능성에 대해 비교적 낙관적인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득수준이 상승함에 따라 필수재에 대한 수요가 많이 충족되자 삶의 질이나 환경이 주는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이를 얻는데 비용을 치룰 용의가 있게 됩니다. 이것은 환경관련 기술의 시장을 크게 만들고 시장이 커지면 연구개발의 성공으로 인한 이득도 커지므로 연구자들의 관심이 모이게 됩니다. 이에 따라 환경기술이 발전하게 되면 환경도 살리면서 경제도 성장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낙관적인 기대를 갖게 됩니다.

‘지속가능한 성장’(sustainable growth)이란 환경문제를 악화시키지 않으면서 이루어지는 경제성장을 의미합니다. 20세기 후반 이후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경제학 내에서도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관심이 커져 왔습니다. 그런데 환경문제는 시장경제에서 쉽게 해결되지 못합니다. 그 이유는 특수이익효과(special interest effect)로 설명될 수 있습니다. 환경파괴의 이익은 소수에게 집중적으로 돌아가지만 파괴의 피해는 다수에게 넓게 조금씩 돌아갑니다. 한명이 100억의 이득을 환경파괴로 누리고 1000만명에게 200억의 손해가 돌아간다면 1사람당 2000원의 피해가 돌아가게 됩니다. 환경피해를 막고자 노력하는데 혼자서 노력하는 개인적 비용이 100만원이 든다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막아주면 좋지만 자신이 나서기는 꺼려할 것입니다. 이에 비해 100억의 이득을 누리는 사람은 1억의 추가비용을 들여서라도 자신의 사업을 추진할 것입니다. 시장경제에서 특수이익효과에 의해 손쉽게 환경파괴가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만약 10만명이 1100원의 자발적인 기부를 한다면 1억 천만원의 돈을 모을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환경파괴 저지에 나설 수 있을 것입니다. 환경운동단체의 활동은 이러한 원리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시장경제 자체는 환경문제가 해결되기 어려운 구조이므로 ‘정치’가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데 국내 정치만으로 전지구적 환경파괴를 막기는 또 어렵습니다. 국내 환경단체들이 자국 내의 환경파괴에는 자국 정부에 압력을 넣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통해 적극적으로 나서지만 타국의 환경파괴를 막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에서 환경문제에 대한 해결은 현단계에서는 자발성과 헌신성을 필요로하는 윤리적 행위에 의해서 가능한 실정입니다. 경제학자들은 장기적으로 시장경제가 기술발전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낙관을 갖지만 이들 역시 그 장기가 오기 전에 환경이 어떤 기술로도 회복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면 장기적 미래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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