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우 경제성장 모형은 자본축적에 의해 경제가 성장한다는 아이디어를 체계화시킨 것이다. 국민소득은 노동의 투입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투입도 필요하다. 노동량이 불변일 때 자본량이 늘어나면 생산 및 소득은 늘어난다. 그런데 노동은 하늘에서 주어진 것이라 인간의 힘으로 변화시킬 수 없지만 자본은 지금 당장은 그 크기가 주어져 있지만 오늘 저축하여 투자하면 내일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저축과 투자가 경제성장에 핵심적인 요인이 된다.
무인도로 표류한 로빈슨 크루소우를 생각해보자. 크루소우는 아무 것도 없이 출발하며 물고기로 연명하고 하루 8시간의 일을 할 수 있다고 하자. 모든 시간을 맨손으로 물고기 잡는데 쓴다면 항상 10마리의 물고기를 잡을 수 있다. 물고기는 하루가 지나면 먹을 수 없으므로 크루소우는 매일 10마리만 먹고 산다.
어느날 월요일 아침 크루소우가 생각을 바꾸어서 2시간을 낚시대를 만드는데 쓰고 6시간을 맨손으로 물고기 잡는데 쓰기로 했다. 낚시대 하나를 만드는데 2시간이 들고 맨손으로 물고기를 잡으면 6마리의 물고기를 잡는다고 하자. 크루소우는 하루 6마리밖에 먹지 못하므로 예전보다 배가 고프고 고생스러워졌다. 하지만 화요일에는 낚시대 하나를 갖고 물고기를 잡게 된다. 낚시대 하나를 가지고 6시간을 들여 물고기를 잡으면 10마리를 잡을 수 있게 된다. 크루소우는 나머지 2시간은 여전히 낚시대 만드는데 쓴다. 수요일에는 낚시대 2개를 갖고 물고기를 잡게 된다. 낚시대 2개로 6시간 물고기를 잡으니 13마리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나머지 2시간은 낚시대를 또 만들었다. 목요일이 되어 낚시대 3개로 6시간을 들여 15마리를 잡고 또 낚시대를 하나 더 만들었다.
낚시대는 견고함이 부족하며 사흘을 쓰게 되면 망가진다. 이럴 경우 금요일에는 낚시대가 4개가 아니라 3개밖에 남지 않는다. 목요일에 만든 낚시대가 하나 늘었지만 월요일에 만든 낚시대가 목요일 저녁에 부러졌기 때문이다. 크루소우는 이제 하루 6시간은 3개의 낚시대로 물고기 15마리를 잡고 나머지 2시간은 매일 부러지는 오래된 낚시대 하나를 만드는데 쓰며 생활하게 된다. 맨손으로 생활하던 때에 비해 5마리를 더 먹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 설명한 이야기에 솔로우 경제성장 모형의 중요한 논리가 포함되어 있다. 생산 및 소득은 물고기의 개수이다. 낚시대는 자본이며 4시간의 낚시대를 만드는 시간은 소비를 포기하고 저축을 하는 행동이자 새로운 자본을 만드는 투자 행동이다. 투자를 통해 자본이 축적되면서 결국에는 더 많은 생산을 하게 된다. 저축->투자->자본축적->더 많은 생산의 논리가 솔로우의 핵심이다.
이제 솔로우 자신의 모형을 보자. 솔로우는 국민소득(Y)이 노동(L)과 자본(K)을 함께 이용해 만들어진다고 가정했다. 이때 노동은 가만 두고 자본만 늘어날 경우 소득은 늘어나지만 늘어나는 속도는 점점 줄어든다. 자본은 저축(S)에 이은 투자(I)에 의해 증가할 수 있다. 자본은 일정 비율(d)만큼 감가상각되어 사라진다.
K(t+1)=K(t) + I(t) - d K(t)
솔로우는 저축되는 양이 소득의 일정비율(s Y)이라고 가정했다.
K(t+1)=K(t) + s Y(t) - d K(t)
감가상각되는 양(d K)보다 저축되는 양(s Y)이 더 많으면 자본량은 순증가한다. 자본량이 적을 경우 저축되는 양이 감가상각되는 양보다 많아서 자본량이 순증가된다.
s Y(t) > d K(t) => K(t+1) > K(t)
자본량이 늘어나면 저축되는 양은 증가하지만 그 증가속도는 자본량 증가에 따른 소득의 증가속도가 떨어지므로 점점 저축량의 증가속도가 둔화된다. 이에 비해 감가상각되는 양은 자본량에 비례하므로 둔화되지 않고 일정한 속도로 증가된다. 결국 일정 자본량 수준에 도달하면 저축되는 양과 감가상각되는 양이 일치하게 되고 더이상 자본의 순증가는 없다.
출발점이 자본량이 너무 많은 상태라고 해보자. 이 경우 저축되는 양보다 감가상각되는 양이 더 많다. 이럴 경우 자본량은 순감소한다.
s Y(t) < d K(t) => K(t+1) < K(t)
자본량이 감소하여 어느 수준에 도달하면 앞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저축되는 양과 감가상각량이 일치하여 더이상 자본의 순감소는 없다. 이처럼 자본의 순증가도 순감소도 없는 상황을 솔로우는 균제상태(steady state)라고 불렀다.
솔로우의 기본모형은 다음의 함의를 갖는다.
첫째, 균제상태로 가는 동안에는 빠른 경제성장이 나타나며 자본량이 늘어남에 따라 성장률은 점점 떨어진다. 자본량이 적은 나라는 경제성장률이 높고 자본량이 많은 나라는 경제성장률이 낮다. 이 점은 1945년부터 1970년 사이 선진국 내에서의 소득수렴현상에 의해 크게 주목받았다. 제2차세계대전으로 황폐화된 일본과 독일 그리고 프랑스 등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여 미국과의 상대적 격차를 줄여나갔다. 솔로우의 기본모형은 선진국 내의 소득수렴을 설명하는 점에서 강점을 가지지만 후진국들이 왜 선진국과의 상대적 격차를 줄이는데 성공하지 못했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둘째, 저축성향이 높아 저축률이 높은 나라는 저축성향이 낮은 나라에 비해 더 큰 자본량과 더 큰 소득수준에서 균제상태에 도달한다. 따라서 균제상태를 비교하면 저축률이 높은 나라는 저축률이 낮은 나라에 비해 일인당 소득수준이 높다. 후진국 중에서 경제성장에 성공한 동아시아 NICs의 저축률이 매우 높았다. 이에 비해 라틴아메리카의 저축률은 낮았다. 후진국 중에서 경제성장에 성공한 나라의 성공요인을 저축률로 설명할 수 있다는 점이 솔로우 모형의 강점으로 평가되었다. 그런데 왜 이 나라들은 저축성향이 높은가에 대해서는 문화적인 차이 등이 거론되었지만 대체로 그다지 믿을만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였다는 점에서 약점을 갖고 있다.
솔로우의 기본모형은 저축률이 일정하다는 가정을 취하고 있는데 경제성장과정에서 저축률은 변화한다. 저축률은 무엇에 영향받냐면 소득수준에도 영향받지만 무엇보다도 이자율에 영향받는다. 금리가 높으면 저축을 많이 한다. 그런데 금리는 자본량 수준에 영향받는다. 자본량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자본이 추가되면 큰 생산증가가 있으므로 자본에 대해 높은 이자를 주더라도 빌려 쓰려고 한다. 이자율이 높으면 사람들은 기꺼이 오늘의 소비를 희생하고 저축을 통해 내일의 소비를 늘리고자 한다. 자본량 수준이 낮을 경우에는 이자율이 높고 저축률도 높다.
자본량 수준이 증가하면 자본 추가에 따른 생산증가가 둔화된다. 경제 내에 투자할만한 왠만한 사업기회는 다 이용되었으므로 낮은 수익을 보장하는 투자처만 남게 된다. 이에 따라 자본을 빌려 쓰는 사람들은 많은 이자를 줄 수 없게 된다. 이에 따라 이자율이 떨어진다. 이자율이 떨어지면 오늘의 소비를 희생할 유인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저축률은 줄어든다.
이러한 저축률의 변화가 솔로우의 기본모형의 결론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다만 저축률이 높은 나라가 결국 더 잘살게 된다는 두번째 함의가 약간 변경된다. 원래부터 저축률이 높은 나라라고 해도 경제성장과정에서 저소득상태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높은 저축률이, 고소득상태에서는 낮은 저축률이 관찰된다. 이것은 저축률이 무척 높았던 일본의 저축률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앞선 솔로우의 기본모형에서는 노동량이 고정되어 있다고 썼는데 인구가 증가하는 상황을 고려할 수 있다. 이 경우 약간 모형이 복잡해지므로 수식은 제시하지 않고 결과만 제시하면 인구증가율이 높은 나라는 균제상태 소득수준이 하락한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 인구증가율이 높은 나라의 소득수준은 낮고 인구증가율이 낮은 날의 소득수준은 높다.
솔로우의 기본모형에서는 생산성이 노동과 자본량에만 의존할 뿐 기술이나 지식의 영향은 중요하게 취급되지 않고 있다. 노동과 자본량이 불변이더라도 기술과 지식이 증가하면 생산성이 증가하게 된다. 그리고 생산성의 증가는 소득증가를 낳고 이것은 저축증가를 낳고 자본증가를 낳으며 다시 소득증가->저축증가->자본증가의 호순환과정을 거쳐 균제상태 자본량을 증가시킨다. 기술과 지식의 증가는 균제상태 소득수준을 증가시킨다. 기술이 계속 향상되면 균제상태 소득수준도 계속 증가된다. 솔로우의 기본모형은 결국 성장은 멈춘다는 약간은 암울한 전망을 갖고 있는데 기술과 지식의 향상을 고려하면 성장은 영원히 지속될 수 있다.
솔로우는 일인당 소득의 증가를 자본증가의 영향과 기술향상의 영향으로 구분하여 연구했는데 그 결과는 기술향상의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솔로우의 기본모형에 나쁜 영향을 주었다. 왜냐하면 솔로우는 자본증가에 대한 설명에 치중해 있고 상대적으로 기술향상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는데 실제 선진국의 경제성장은 주로 설명하지 않었던 기술향상에 기인했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점을 설명하지 않은 불완전한 이론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솔로우의 기본모형은 세인들의 관심에서 조금씩 멀어져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