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4월 16일 조선일보 경제면의 한 기사의 제목은 "임금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 앞질서"였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어서 기사를 읽어보고 실소를 금할 수밖에 없었다.
제목을 작성한 이의 의도는 우리나라 임금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보다 더 높아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생각을 전파하려는데 있을 것임을 삼척동자도 알 수 있을 것이다. 제품가격은 별로 오르지 않는데 생산성에 비해 임금이 너무 많이 오르면 기업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단순히 임금이 오른다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경제에 대해 문외한인 일반인들이 잘 모른다. 생산성은 실질변수이며 임금은 명목변수이다. 기업 경쟁력 악화의 맥락에서 생산성과 명목임금을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생산성과 실질임금을 비교해야 한다.
이 기사는, 정확히 말하면 이 기사의 제목과 첫문장은, 이를 악용하여 제목을 비상식적으로 단 대표적인 사례이다.
기사의 원천이 되는 자료는 한국생산성본부의 보도자료인데 이에 따르면 2001년에는 단위노동비용이 9.6% 상승했고 2002년에는 1.3% 상승했는데 2003년에는 0.7% 상승에 그쳤음을 보여준다. 1999년에도, 2000년에도, 2001년, 2002년에도 명목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 앞질렀다. 2003년은 특이한 사례가 아니다.
그런데도 경제기사에서는 제목을 "임금 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 앞질러"로 달고 첫문장을 "지난 한 해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시간당 명목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앞질렀다"고 쓰고 있다. 명목임금상승이 생산성증가에 크게 못미치는 특이한 시기(97년, 98년)와 이례적으로 생산성 증가율이 높은 시기(86년)를 제외하고 시간당 명목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앞지르지 않는 일은 예외적인 일이다. 이런 사정을 기자가 모르거나 경제기사 편집인이 모르고 마치 놀라운 일인양 임금상승률이 생산성증가율을 앞질렀다고 보도하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다.
물론 이 기사의 두번째 문장부터는 아무런 논평이나 가감없이 한국생산성본부의 보도자료를 베끼고 있고 따라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 문제가 없다는 것은 뒤집어보면 기사의 본문과 제목이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경제위기의 이데올로기 전파가 목적이 아닌 한 경제상식에 의거하면 기사제목은 "단위노동비용 거의 변하지 않아"가 적당하지 않을까?
<자료 : 기사 원문>
임금상승률이 생산성 증가율 앞질러
지난 한 해 우리나라 제조업체의 시간당 명목임금 상승률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앞질렀다.
산업자원부와 한국생산성본부는 16일 내놓은 ‘2003년 노동생산성 동향’ 자료에서 “산출량을 노동투입량으로 나눈 노동생산성지수는 119.2로 2002년 대비 8.1% 높아졌으나, 시간당 임금지수가 133.2를 기록하며 8.9% 늘어 노동생산성 증가율을 앞섰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 결과 시간당 임금지수를 생산성 지수로 나눈 제조업 단위노동비용지수는 111.8로 0.7% 증가에 그쳤다. 하지만 지난 2001년 1.4% 감소했던 노동생산성 지수는 2002년(11.7%)에 이어 2년 연속 증가한 것이다.
기업 규모로는 대기업의 노동생산성 증가율(11%)이 중소기업(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산업별로는 경공업(1.6%)에 비해 중화학공업(8.5%)의 노동생산성 상승이 두드러졌다. 업종별로는 담배(35%), 영상·음향·통신장비(20%), 비금속광물제품(13%) 등의 상승폭이 컸으나 코크스·석유정제(-11%), 봉제의복·모피(-8%), 출판·인쇄·기록매체(-7%) 등은 노동생산성이 떨어졌다.
(송의달기자 edsong@chosun.com )
입력 : 2004.04.16 17:1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