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쓰는 마이페이퍼다. 이런 내용의 글을 쓸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준 알라딘에 감사드린다.

 

요즘 대통령 탄핵으로 말들이 많다. 탄핵과 관련해 많은 질문들이 있지만 그 중에서 나의 흥미를 끈 질문은 왜 한나라당이 탄핵을 밀어붙였을까이다. 서프라이즈의 논객 서영석은 탄핵이 있던 당일에 출연한 텔레비젼 토론에서 한나라당의 선택을 광기 또는 비합리로 표현했다. 정치평론가인 본인으로서 탄핵이 총선에 미칠 표를 계산해보면 한나라당이 탄핵을 추진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주인-대리인 문제(줄여서 대리인 문제)라는 것이 있다. 주인이 해야할 일을 부득이하게 대리인에게 맡겼을 경우 대리인의 행동에 대한 정보가 불완전하면 대리인은 주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할 유인을 갖게 되고 주인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 대리인 문제이다. 예를 들어 주주들은 경영자를 선임하여 경영을 하도록한다. 경영자는 원칙상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야 하지만 주자들이 경영자의 의사결정이나 행동에 대해 완전한 정보를 갖지 못하므로 경영자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여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할 수 있다. 경영자의 과도한 높은 보수나 전용비행기, 엄청나게 넓은 집무실은 이러한 대리인 문제의 일단을 보여준다.

 

이러한 내용의 대리인 문제를 한나라당의 선택에 적용할 경우 한나라당의 행동은 합리적으로 설명가능하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한나라당의 주인은 당원 전체, 좁게 말하면 소속 국회의원 전체이고 대리인은 최병렬 대표, 넓게 말하면 현지도부이다. 최병렬 대표는 개인적 이득을 위해 한나라당의 이익에 반한 행동을 할 수 있다. 탄핵은 최병렬 대표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한나라당의 이익을 해치는 행동을 한 것이다.

 

최병렬 대표는 탄핵 정국 직전에 지역구 출마도 포기당하고 대표직도 내놓게 되었다. 3월 말로 예정된 임시전당대회에서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기로 되어 있었다. 최병렬 대표는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이회창 씨의 책임론을 거론함으로써 당내 반발을 사게 되고 이에 따라 불명예 퇴진을 앞두고 있었다. 최병렬 대표 입장에서는 개인적인 명예회복과 영향력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자신은 불명예퇴진을 할 수밖에 없다. 만약 민주당의 탄핵추진에 동참할 경우 낮은 확률로 탄핵정국이 한나라당에 결과적으로 매우 나쁜 결과를 가져온다고 해도 최병렬 대표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 0의 보수를 최병렬 대표에게 준다고 하자. 탄핵시 개인적으로 1/10의 확률로 0, 9/10의 확률로 50의 보수를 얻는다고 하자. 이 경우 기대치는 45이다. 한나라당 전체로는 1/10의 확률로 -1000을, 9/10의 100을 얻는다면 기대치는 10의 결과를 가져다주는 손해보는 위험한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최병렬 대표는 탄핵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최병렬 대표가 탄핵정국으로 한나라당이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개인적 손해가 거의 없는 것은 탄핵에 찬성표를 던진 한나라당 의원이 자신의 행동을 비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정은 지도부가 했지만 무기명 투표를 통해 행동은 본인 스스로 한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란 남을 비판하는데는 능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비판하기는 어려운 존재다. 결국 탄핵의 결과가 만약 총선 패배로 나타난다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노대통령이나 방송사, 네티즌 등의 탓이라고 외치지 최병렬 대표를 비난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대리인 문제는 어떠한 조직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한나라당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한나라당은 비이성적 정당도 광기에 어린 정당도 아니다. 대리인 문제로 인해 한나라당의 이익을 위한 선택보다는 최병렬 대표를 위한 선택을 한 것이다. 만약 2004년 4월 15일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제1당이 된다면 1등공신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